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재현(57) CJ그룹 회장이 휠체어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17일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 휠체어를 타고 참석해 경영 일선 복귀를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가슴 아프고 깊은 책임을 느낀다”며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다시 경영에 정진하겠다”며 ‘Great CJ’를 넘어 ‘World Best CJ’를 달성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옥고와 병마, 국정농단 연루 의혹 등을 딛고 4년 만에 돌아온 기업인 이재현의 앞날이 주목된다.

▲ 이재현 회장이 17일 온리원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념식수를 마친 뒤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2017년 5월 17일. 이재현 회장은 이날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약 4년간 물러나 있었던 경영 일선에 공식적으로 복귀를 선언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경기도 수원시 광교에서 열린 CJ그룹 통합연구개발센터 ‘CJ블로썸파크’ 개관식 겸 ‘2017 온리원 컨퍼런스’라는 사내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옥고와 병마, 국정농단 연루 의혹, 아픈 가정사 등을 다 견뎌낸 끝이었다. 임직원들 앞에서 다시 CJ의 미래 비전을 얘기하고, 사업보국事業報國을 다짐했으니 얼마나 가슴이 뭉클했을까.

기업인들은 밥으로만 먹고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회사 성장과 사업 성취, 임직원들과 주주들에 대한 보상, 국가ㆍ사회에 기여 등을 보람으로 여기고 동분서주하는 경우가 많다. 오너 기업인들은 더욱 그러하다. 그들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회사를 잘 키워 후손들에게 탈 없이 물려줘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에도 시달리고 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이 회장의 경우는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이 회장은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다고 생각했는지 하루빨리 경영에 복귀해 그룹을 챙겨야 한다는 의지가 워낙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쨌든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이후 10개월 만에 경영 일선 복귀를 공식화한 셈이 됐다. 주지하다시피 그는 2013년 7월 1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됐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였다.

그는 사법처리 3년여 만인 지난해 8월 12일 마침내 특사로 풀려났다. 만성신부전증을 앓아왔던 그에게 신경근육계 희귀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란 병이 급속하게 진행된 게 참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발과 손의 변형이 심해 보행은 물론 식사를 위한 젓가락질도 못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복귀 행사장에 취재차 참석한 언론들은 무엇보다 그의 건강 상태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가 과연 온전히 설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부터 가졌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부축을 받기는 했지만 두발로 단상에 올라 인사말을 할 정도로 건강이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 악수를 하고 장갑도 스스로 꼈다. 기념식수장에서는 흙을 뿌리기 위해 휠체어에서 내려 두 발로 서 있었고, 삽을 뜨는 과정에 주변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표정만은 행사 내내 밝았다. 밝은 회색의 더블 단추 재킷을 입은 그는 양복 깃에 꽃을 달고 나와 가끔씩 웃었다. 기념식수 뒤에는 도움 없이 혼자 움직였고, 직원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여유도 보였다. 기념식수에는 부인 김희재 여사와 딸 이경후(3 3) CJ 미국지역본부 상무대우, 아들 이선호(27) CJ 부장 등도 동행했다.

특사 10개월 만에 경영복귀

CJ그룹 관계자는 “몸 상태가 100% 회복된 건 아니다. 약 70%까지 회복됐다”면서 “항상 관리가 필요한 유전병이긴 하지만 지난해 재판 때보다 몸무게도 5㎏ 정도 늘어나는 등 많이 호전된 상태”라고 전했다. 몸 상태로 봐서 본격적인 경영 복귀는 하반기쯤에나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그룹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이 회장은 그동안의 감회와 함께 그룹 경영 방침과 미래 비전 등에 대해 밝혔다. 우선 자신의 부재 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 법한 임직원들을 다독이고 싶었던 듯 “가슴 아프고 깊은 책임을 느낀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여러분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건강을 많이 회복해 오늘 4년 만에 여러분 앞에 섰다”는 말도 했다. 이어 “2010년 제2도약 선언 이후 획기적으로 비약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에, 그룹경영을 이끌어가야 할 제가 자리를 비워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글로벌 사업도 부진했다”고 미안해했다.

그다음은 미래 비전을 이야기했다. 그는 “그룹의 시급한 과제인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미완의 사업들을 본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2010년 제2도약 선언 때 제시한 ‘Great CJ(2020년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해외매출 비중 70% 달성)’를 뛰어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2030년 소위 ‘World Best CJ’ 달성을 천명한 것이다. 이는 “2030년에는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비전이다.

자신의 부재로 그간 코웨이, 대우로지스틱스, 티몬, 동부익스프레스, 동부팜한농, 맥도날드, 동양매직 등 대형 인수ㆍ합병(M &A)에 참여했다가 중도 포기하거나 탈락의 고배를 마신 걸 만회하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그는 또 “CJ그룹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할 때 사업으로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는 선대 회장님(선친 이맹희)과 저의 사업보국 철학도 실현되는 것”이라며 ‘사업보국’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피력했다.

이에 따라 재계 순위 15위(2017년 5월 공기업 제외)인 CJ그룹은 70개 계열사를 통해 올해 5조원을 비롯해 2020년까지 3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물류, 바이오, 문화콘텐트를 중심으로 M&A 등에 적극 나서겠다는 각오다. 이는 그의 구속 기간 중 연 평균 투자액 1조~2조원 대에 비하면 무척 큰 액수다. 

4년의 공백이 아쉬운 듯 그는 경영 복귀 불과 엿새 만인 23일 CJ 기업문화를 혁신하겠다는 뜻도 밝히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 아래서 고초를 겪었던 그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경영 복귀를 선언하고, 새로운 혁신 방안도 들고 나온 것 같아 흥미롭다.

그의 경영 복귀 1호 지시사항인 된 ‘일ㆍ가정 양립’ 카드는 일과 가정의 양립 및 유연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임직원에게 글로벌 도전 기회를 대폭 부여하자는 게 기본 취지다. 눈길 끄는 대목이 꽤 많다. 퇴근 이후나 주말에 문자나 카톡 등 업무지시 금지, 과장 승진 전원(올해 800명) 대상 연수프로그램(글로벌 봐야지) 시행이 우선 눈에 띈다. 초등학교 입학 전후로 한달간 ‘자녀 입학 돌봄 휴가제’, 하루 2시간 단축 근무가 가능토록 한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제’ 등도 도입한다.

World Bestㆍ기업문화혁신 기치

이 회장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아직 다 고운 것만은 아니다. 오너 3세인 그가 옥고와 병마라는 힘든 일을 거치면서 자신과 그룹 이미지를 많이 흐려 놓은 것도 사실이다. 특사 후에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다시 연루되는 사태가 겹쳤다. 사면을 대가로 비선실세 최씨가 주도한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13억원을 출연했다는 의혹이다. 지난해 11월엔 며느리 이래나(당시 2 2세)씨가 미국 코네티컷 주 뉴헤이븐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돼 또 한번 충격을 주었다. 큰 어려움들을 딛고 재기에 나선 그가 ‘Great CJ’나 ‘World Best CJ’ 이전에 투명 경영과 준법 경영을 하는 ‘New CJ’를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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