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한 재원마련책과 증세

▲ 소득주도 성장정책에선 정부의 재정부담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사진=아이클릭아트]
문재인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꺼내든 방책은 ‘소득’이다. 일자리를 만들어 소득을 늘리고, 이를 발판으로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일자리 대부분을 ‘공공’에서 창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재원이 필요하다는 건데, 경제전문가들은 ‘구체적인 플랜이 없어 아쉽다’고 꼬집는다. ‘증세’가 화두로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제이노믹스의 핵심은 소득주도 성장이다. ‘일자리를 창출해 가계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고, 기업의 투자도 증가해 경제가 살아난다’는 게 이 성장론의 골자다. 경제성장의 출발점을 가계에 두고 있다는 건데, 이는 기업을 기점으로 경제 선순환을 이루는 낙수효과의 반대에 있는 정책이다.

문제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재정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박완규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의 핵심은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라면서 “공공부문 일자리는 구조조정, 인력 감축이 어려운 만큼 재정부담이 점차 가중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두고 ‘꼼꼼한 재원마련책을 만드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로선 구체적인 재원마련책은 없다. 대통령직인수위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선 아직 방안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문재인 공약집을 참고해야 하는데, 꼼꼼히 살펴보면 우려할 만한 점이 많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문 대통령 공약집에 따르면 5년간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은 178조원. 이를 재정개혁을 통해 112조원, 세입개혁으로 66조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재원마련 방안에 전문가들은 박한 점수를 매긴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실제론 수치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세무학) 교수는 “보통 소요 재원은 최소로 잡고, 재원마련 방안은 최대로 잡는 경우가 많아 공약을 줄여도 빠듯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럼에도 소요 재원은 어떻게든 마련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조달 방안”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일차적으로는 세입 현황에 맞게 지출 구조조정안을 계획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국회, 부처의 반발이 심해 대통령의 강한 추진력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증세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건데, 증세를 할 때 중요한 건 경제적 지대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거다.”

경제적 지대란 정상적인 수준 이상의 초과 이윤을 얻는 것을 말한다. 양극화를 유발하고 포용적 성장을 막는 장애물이다. 김 교수는 이를 줄이기 위해 ▲1000만원 이상 주식양도차익엔 모두 과세 ▲임대소득 실효세율 인상 ▲1주택자도 장기보유자면 양도세 적용 ▲정상수익률을 넘는 기업에 과세 강화 등의 세입 정책을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

증세 시점을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김우철 교수는 “지금 하지 못하면 이후에도 못한다”면서 “늦어도 올가을 이전엔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완규 교수는 “지난해 법인세를 한 차례 인상한 데다 정권 교체로 인해 기업들이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증세가 이어지면 기업 활동에 더 큰 제약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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