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 성장론의 과도기

‘소득주도 성장론.’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이다. 기존 정부가 실행한 이윤소득 성장과는 대척점에 있다. 문제는 경제 정책의 중심을 옮겨오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소득이 늘어난다고 당장 소비가 활성화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과도기의 현실은 늘 척박하다. 치밀한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 소득주도 성장론을 현실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숱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사진=아이클릭아트]

현재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건 소비 부진이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9% 늘었지만, 소비는 0.4% 증가에 그쳤다. 수출 증가율(1.9%)도 소비가 갉아먹었다. 소비가 부진한 건 가계의 지갑이 얇아졌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론’을 꺼낸 이유다. 이 이론의 선순환 구조를 보자. “가계소득 증가→소비 증가→내수 활성화→기업 투자 증가→일자리 증가→경제성장.” 이렇게만 흐르면 이 이론은 우리 경제의 만병통치약이 맞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무엇보다 각 단계별로 도달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첫번째 스텝인 ‘가계소득 증가’가 ‘소비ㆍ투자 증가’로 이어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통계로 살펴보자.

우리나라 가계소득 추이는 편차는 있었지만 늘 ‘증가세’를 그렸다. 반면 평균소비성향은 2012년부터 내리막길만 걸었다. 지난해 평균 소비성향은 역대 최저인 71.1%를 기록했다. 가계가 한 달 동안 번 돈이 100만원일 경우 71만1000원을 썼다는 거다.

 

소득이 늘었는데 소비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는 뭘까. 바로 가계부채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1분기에 17조원이 늘었다. 특히 제2금융권 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상호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1조1000억원으로 꾸준히 1조원대를 지키고 있다. 대부업체를 비롯한 기타금융중개회사의 대출 역시 5조9000억원 급증했다. 가계부채 1360조원을 쌓아둔 우리나라에 여전히 빚을 내려는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선 소득이 늘어도 소비로 이어지기 어렵다. 당장 빚을 갚는 게 먼저라서다. 다음 단계인 ‘기업 투자 증가’도 마찬가지다. 내수활성화보다 먼저 오는 게 ‘인건비 상승’이다. 인건비는 제품의 가격경쟁력과 직결된다. 수출과 수입이 활발한 우리나라에서는 파급력이 더 크다.

전문가들이 정부가 소득을 늘리는 데만 집착을 하다가는 많은 위험에 부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소득이 늘어도 소비가 떠받쳐주지 못하면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없어서다. 가장 급한 불을 꺼야 한다. 바로 저소득층이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채무부담에 시달리는 저소득층의 정책 지원이 필수”라면서 “소득이 낮을수록 평균 소비성향이 높아진다는 점 역시 소비 촉진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책에 신뢰를 주는 일도 동반해야 한다. 소비 진작의 중요 요소가 ‘심리’라서다. 경제가 나아질 거라는 확실한 시그널이 없다면 소득을 올려도 서민들은 지갑을 열지 않을 공산이 크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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