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식당 창업한 11년차 주부의 재무설계

빚지지 않고 살기 힘든 세상이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주택 구입처럼 굵직한 재무목표를 이루려면 은행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출 받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게 있다. ‘자산 대비 대출금 비중이 적정한가’다. 대출금 상환 부담이 크면, 다른 재무목표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 대출을 받을 때에는 자산에 비해 과하지 않은지 따져보고, 철저한 상환 계획을 세워야 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전세 매물 탓에 괴로워하는 세입자가 많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세 보증금도 이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전세 계약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세입자들은 결국 이런 고민에 빠진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사야 하나’ ‘오른 전세금만큼 월세로 전환해서 재계약을 해야 하나’의 고민이다. 둘 다 녹록지 않지만, 전자를 선택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월세는 매달 내면 사라지는 비용이지만, 주택을 구매하면 당장은 빚을 지더라도 대출금을 상환하면 집 한채가 생기기 때문이다.

결혼 11년차 이선정(가명ㆍ40)씨도 같은 생각으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했다. 네 식구가 살 ‘내 집 마련’의 꿈에 한발 다가선 줄 알았지만, 과도한 대출이 이씨의 발목을 잡았다. 매달 대출금을 갚느라 생활하는데 경제적 어려움을 느낀 이씨는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먼저 이씨에게 과도한 빚이 생긴 이유부터 짚어봤다. 이씨는 2006년 시누이 명의로 된 망원동 연립주택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시누이 덕분에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 3000만원에 거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2년 후 주택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시누이가 주택을 팔았다. 새 주인은 직접 들어와 살겠다면서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이사할 집을 알아보던 이씨는 경기도 마석 재개발 지구의 한 연립주택을 구입하기로 했다. 주택 매매가격은 1억원. 하지만 이씨의 자산은 전세 보증금 3000만원과 저축으로 모은 돈 500만원이 전부였다. 이중 500만원은 이사비용과 세금으로 모두 써버렸다.

부족한 7000만원은 대출을 받아 충당했다. 추가로 창업자금 5000만원을 대출 받아, 부부가 함께 작은 식당을 열었다. 작은 기업에 다니던 남편이 ‘둘이 함께 벌자’면서 식당을 창업한 거였다. 이씨는 ‘함께 벌면 형편이 나아지겠거니’ 생각하면서도 1억2000만원의 빚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이씨 부부가 식당을 운영해 생긴 수입은 한달에 490만원가량이었다. 이중 생활비, 교통비, 교육비, 연금보험료(50만원), 각종보험료(80만원), 주택청약(15만원) 등 고정 지출은 370만원이었다. 나머지 120만원은 주택담보대출금(35만원), 연금보험 약관대출금 원리금(50만원), 창업대출금(35만원) 등의 원리금을 갚는데 썼다. 한달 수입의 24%를 빚 갚는데 쓰는 셈이었다.
 
더 큰 문제는 예비자금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씨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연금보험 약관대출을 받아 해결했다. 결국 2000만원이던 약관대출은 금세 3000만원으로 늘었다. 과도한 대출상환금 탓에 또 대출을 받는 악순환이 계속된 거다.

그래서 이씨에게 연금보험을 없애기로 했다. 해지환급금은 총 5000만원, 이중 3000만원으로 약관대출 원금을 갚았다. 남은 2000만원 중 1500만원은 창업자금 대출원금의 일부를 상환하고, 500만원은 CMA계좌에 비상예비자금 명목으로 모아뒀다.

이로써 매달 각각 50만원씩 나가던 연금보험료와 약관대출금을 줄였다. 창업자금 대출원금도 조금 상환해 월 갚아야 할 원리금이 35만원에서 25만원으로 10만원 줄었다. 보험료도 손봤다. 매달 80만원씩 납입하던 CI보험ㆍ상해보험 등을 50만원 납입의 실손보험과 정기보험으로 전환했다. 주택청약도 15만원에서 2만원 납입으로 조정했다. 이렇게 총 153만원의 여유자금이 생겼다.

여유자금은 단기안정자산과 장기투자자산으로 나눠 운용하기로 하기로 했다. 먼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사용금액에 따라 우대금리를 지급하는 CMA계좌에 13만원씩 저축하기로 했다. 적금은 K뱅크 1년만기적금과 W저축은행 월복리적금에 각각 20만원, 저축은행 단기적금에 50만원씩넣기로 했다. 그 결과, 단기안정자산으로 매달 103만원씩 모으게 됐다.

중장기 재무목표인 주택담보 대출금 상환을 위해, 매달 50만원씩 장기투자형 적립식 펀드상품(주식배당형, 글로벌채권형)에 가입했다. 이씨는 목표수익률을 5~7%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목표수익률은 어디까지나 목표일 뿐이다. 중장기적 투자를 할 때에는 계속 오르는 대출금리와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3~5% 이상의 수익률을 유지하는 상품을 찾는 게 합리적이다. 중도인출ㆍ추가납입ㆍ펀드변경 등의 기능을 갖췄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이선정씨의 재무포트폴리오가 완성됐다. 대출금 상환 부담을 줄이고 미래에 투자할 여력이 생긴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집 마련’을 꿈꾼다. 하지만 과도한 대출을 받아가면서 주택 구입에 매달리는 것은 위험하다. 자칫 ‘하우스 푸어’로 전락할 수 있어서다. 주택 구매를 위해 대출을 받을 때에는 자산 대비 적정 비율과 꼼꼼한 상환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 대출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의 상품에 투자해 예정 상환기일보다 더 빨리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빚내지 않고 살기 힘든 세상에서 빚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지혜로워져야 한다는 얘기다.
권희영 한국경제금융교육원 연구원 0coach@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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