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가치사슬, 그 탐욕의 도가니
위장전입 가치사슬, 그 탐욕의 도가니
  • 김정덕 기자
  • 호수 242
  • 승인 2017.06.05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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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전입에 숨은 불편한 진실

위장전입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공직을 맡겠다고 나선 이들 대부분이 ‘위장전입의 늪’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위장전입의 목적을 두고 판단하자’는 말까지 나온다. 가당치 않다. 위장전입은 불법이다. 처벌 규정도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위장전입이 자행되는 이유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거다. 위장전입 가치사슬 끝에 뭐가 있느냐를 보자는 얘기다.

▲ 위장전입은 주소지를 실제 거주지와 다르게 신고하는 단순한 범죄지만, 그 사회적 파급력은 결코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위장전입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다.” 이낙연 국무총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등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자 후보들이 연이어 위장전입 논란에 휩싸이자 청와대가 내놓은 해명이다. 국민이 용인할 수 있는 위장전입과 용인할 수 없는 위장전입이 있으니 구분해서 봐야 하는 것 아니겠냐는 거다.

하지만 “위장전입의 경중을 따지는 건 법원이 판단할 문제이지, 청와대가 나서서 현행법상 처벌 규정까지 두고 있는 불법행위를 옹호하는 건 옳지 않다”는 법조계의 지적이 만만찮다. 서보학 경희대(법학) 교수는 “공직자의 자질을 평가하는데 과연 위장전입이 심각한 결격사유가 되느냐를 공론화하는 건 옳다”면서도 “하지만 그건 규정을 어기지 않고 지킨 상황에서 해야지, 고위공직을 맡겠다는 이들이 버젓이 법을 어겨놓고선 문제가 되니까 기준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주장도 있다. 위장전입 논란은 2000년 6월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후, 고위공직자 인선 과정에서 한번도 빠진 적이 없는 단골 이슈다. 도덕적이지 못한 고위공직자가 많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만큼 많은 이들이 어기는 법이라는 얘기도 된다. 이 때문에 “사문화된 법을 끌어안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라는 주장도 나온다.

위장전입의 처벌(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ㆍ주민등록법)이 지나치게 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계리 케이파트너스 변호사는 “주민등록법의 입법 취지는 ‘주민의 거주관계 등 인구의 동태를 항상 명확하게 파악,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하고 행정사무를 적정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과태료가 아닌 처벌 규정을 두는 게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행정사무의 효율성과 주민 편익을 위한 법’을 안 지켰다는 이유로 전과자를 만들어버리는 게 합리적이냐는 거다.

문제는 어떤 주장을 받아들이든 위장전입 문제를 속 시원하게 결론내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일단 위장전입이 왜 문제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위장전입은 주소지를 실제 거주지와 다르게 신고하는 단순한 사건이다. 하지만 사회적 파급력은 작지 않다. 사회문제의 시작점이라고 해도 과한 지적이 아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한겨레신문에 실었던 ‘위장과 스폰서의 달인들’이라는 칼럼에서 위장전입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짚었다. 조 교수는 자녀 교육을 이유로 위장전입을 합리화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이렇게 지적했다.
“맹모삼천지교? 맹모는 실제 거주지를 옮긴 실거주자여서 위장전입 자체가 거론될 수 없다. 인지상정? 이는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위장전입이 결국 ‘공정한 사회’를 망친다는 주장을 펼쳤다.

‘공정한 사회’ 막는 위장전입

장영수 고려대(법학) 교수는 위장전입의 문제를 더욱 명쾌하게 꼬집었다. 장 교수는 더스쿠프(The SCOOP)와의 인터뷰에서 “위장전입은 어떤 이유에서든 ‘법을 어겨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특정한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장전입은 ‘특정 이득을 위해 사용되는 수단’으로써 ‘공정한 사회’를 망치는 행위라는 얘기다. 실제로 위장전입은 국민의 이해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위장전입으로 나타나는 연쇄효과 때문이다.

먼저 좋은 학군을 좇아 위장전입하는 경우를 따져보자. 일부는 “교육열 높은 걸 뭐라 할 수 있느냐”면서 “좋은 학군 쫓아갈 수 있는 것도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학생 개개인의 능력이 아닌 부모의 능력에 따라 출발점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부모의 자식사랑’으로 단정하긴 어렵다. 우리나라의 현실상 학군에 따라 인맥이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국정농단의 피의자인 최순실씨가 딸 정유라를 이화여대에 입학시킨 행위가 비난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쟁률이 낮은 지역으로 위장전입한 후 공무원시험에 응시하는 것 역시 공정경쟁의 기회를 빼앗는 행위다. 위장전입을 이용한 부동산 투기는 시장을 교란해 가격거품을 만들고, 실거주자들이 좀 더 싼 가격에 거주할 권리를 침해한다. 특정 지역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면 민심을 교란할 뿐만 아니라 특정 기득권에게 힘을 실어 줄 수도 있다.

신생아에게 지원하는 양육비가 지자체마다 다른 탓에 특정 지자체로 위장전입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지역의 실거주자들이 피해를 입을뿐더러 국가의 효율적 자원 배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지자체에서 일정한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부추기기도 한다. 인구에 따라 중앙정부의 교부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행위는 다른 지자체 주민들에게 해를 끼친다. 올해에도 일부 지자체 공무원들의 ‘유령인구 늘리기’가 사회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기업이 특정 지자체의 세제혜택을 받거나 영업활동을 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역시 국가의 효율적 자원 배분을 어렵게 한다.

이렇게 나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위장전입은 ▲정보의 비대칭성 ▲위장전입 가능한 인맥의 유무 ▲금전의 유무와 규모 가 좌우한다. 정보ㆍ인맥ㆍ돈이 없으면 위장전입도 못 한다는 거다. 당연히 위장전입이라는 불법이 자행되는 순간 ‘양극화의 씨앗’이 싹틀 수밖에 없다. 조국 교수가 위장전입이 ‘공정한 사회’에 반한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위장전입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전입을 개인의 자유에 맡기되 그게 사회문제로 귀결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거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예컨대 학군을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경우 단순히 위장전입을 욕할 게 아니라 왜 특정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는지, 어쩌다 그런 상황이 됐는지를 살펴보고 그쪽으로 몰리지 않도록 교육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게 우선 아닌가. 위장전입을 적발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못하게 한다고 안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니 정직하게 사는 국민이 바보 소리를 듣게 되는 거다. 이런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박 교수는 덧붙였다. “누구나 다 하는 위장전입이니 허용하자거나 예외를 두자는 논리, 혹은 위장전입을 뭉뚱그려 ‘악’으로 간주하는 논리는 소모적이고 위험하다.” 위장전입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찾아낸 다음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위장전입 문제는 사회구조 개혁 문제

법 적용도 마찬가지다. 김계리 변호사는 “위장전입을 강력하게 막는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면서 “오히려 위장전입이 교육에 영향을 미친다면 교육에 관한 법으로, 부동산에 영향을 준다면 부동산에 관한 법으로 규제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돈이 많거나 힘이 있으면 불ㆍ편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조금만 신경 써도 ‘불ㆍ편법의 벽’을 넘을 수 있는데다 혹여 걸리더라도 돈과 권력을 활용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위장전입도 그중 하나다. 서민은 엄두를 못 내지만 돈ㆍ인맥ㆍ권력ㆍ정보를 쥐고 있는 사회지도층은 ‘남의 일’처럼 쉽게 해낸다. 나랏일을 맡겠다고 나선 이들 중 상당수가 위장전입에 얽히고설킨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제도나 처벌기준을 바꾸면 위장전입이 사라질 거냐는 점이다.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을 공산이 크다. 어떤 일이든 쉽게 해내는 사회지도층들은 바뀐 제도와 처벌기준의 틈새에서 또다시 ‘탐욕’을 부릴 것이다.

결국 위장전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은 간단하다. 위장전입을 해도 별 이득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해결책에도 딜레마가 있다.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려면 ‘높으신 양반 나으리들’부터 법과 제도를 따라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법ㆍ제도를 지킬 사람들이었으면 애초부터 위장전입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조롱 섞인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위장전입 가치사슬에 숨은 불편한 진실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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