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이 짊어진 ‘세가지 리스크’
최태원 회장이 짊어진 ‘세가지 리스크’
  • 고준영 기자
  • 호수 242
  • 승인 2017.06.0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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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도시바 인수 괜찮나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의 인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입찰 금액도 치솟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참여한 SK하이닉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나설 정도로 인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해도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 회장이 짊어진 리스크를 분석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직접 일본으로 건너갈 정도로 도시바 인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사진=뉴시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인수에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인수 경쟁에 참여한 다른 업체들보다 경쟁력이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온 SK하이닉스가 이번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2차 입찰전에 뛰어들었다.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매각 2차 입찰은 5월 19일 마감됐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제안한 조건은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지분 51%를 1조엔(약 10조987억원)에 인수하겠다는 것이다. 미ㆍ일 컨소시엄, 대만 폭스콘, 미국 브로드컴 등 경쟁업체들이 제시한 입찰금액보단 적지만 인수 지분이 51%에 불과한 데다 경영권을 도시바가 유지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인수금액 1조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절반인 5000억엔가량을 출자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 건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출국 제한 조치가 풀리자마자 일본으로 건너가 도시바 경영진과 투자자들을 만났을 정도로 이번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렇다면 최 회장이 도시바 인수에 힘을 쏟는 이유는 뭘까.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통해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술력과 생산능력(케파capacity)을 확보하는 것이 최 회장의 주요 목표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작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시장점유율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지분 51%를 인수하면 도시바는 곧 SK하이닉스의 자회사가 되는 셈”이라면서 “도시바의 시장점유율과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합쳐지면 삼성전자의 아성도 위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37.1%, 도시바 18.3%, SK하이닉스 9.6%였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곳곳에 위험요인이 깔려 있어서다. 첫째 리스크는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기술력이다. 차기 낸드플래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3D 낸드플래시가 상품성을 인정 받으려면 적어도 3세대(48단) 이상이어야 한다. 도시바 역시 3세대 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과열된 인수경쟁에 가려진 리스크

문제는 실체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3D 낸드플래시를 개발했다고 발표한 이후 양산은커녕 시제품조차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최근 72단(4세대) 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해 올 하반기 양산을 앞두고 있다. 익명을 원한 반도체 전문가는 “기술력 확보 차원에서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할 의미는 찾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둘째 리스크는 생산능력이다. 20여만장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보유한 SK하이닉스가 30만~40만장 규모로 추정되는 도시바의 생산능력을 끌어안으면 외형적으로 급성장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최 회장이 노리는 바다. 문제는 SK하이닉스가 M&A에 성공하더라도 경영권을 도시바가 소유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최 회장이 원하는 생산능력 확장 효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도시바가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건 SK하이닉스가 M&A에 성공하더라도 양사가 공존하는 형태가 된다는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SK하이닉스가 원하는 만큼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리스크는 ‘추가자금’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실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경우에 따라선 낸드플래시 생산 설비를 업그레이드 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M&A 인수자금 외에 또 다른 실탄이 투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전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기현 상무는 “도시바 인수에 성공하면 국내 반도체 산업의 위상이 급상할 것”이라면서 기대를 내비치고, 업계에선 “도시바가 갈수록 힘을 잃고 있는 상황에 무리한 투자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어쨌거나 SK하이닉스는 출사표를 던졌고, 결과는 조만간 나온다. 그 순간, SK 총수의 선택도 심판대에 오른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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