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현배 카이스트 통신공학 박사

수도ㆍ전기요금의 원가는 공개하는데, 통신요금의 원가는 왜 베일에 싸여 있을까. 이통3사는 “공공재와 통신요금을 비교해선 곤란하다”면서 “통신요금 원가는 기업 기밀”이라고 주장한다. 언뜻 설득력 있게 들리지만 그렇지 않다. 이통3사도 공공재인 주파수를 활용해 장사를 한다. 이런 관점에선 통신요금 원가를 공개하는 건 당연한 의무다. 한현배 카이스트 공학박사의 주장을 들어봤다.

▲ 과점 구조를 타파하는 것이 한국 통신시장이 발전하는 길이다.[사진=뉴시스]
✚ 매년 통신요금 인하 얘기가 나오는데 실행이 안 된다. 뭐가 문제인가.
“과점시장이라는 게 문제다. 1위 업체와 2ㆍ3위 업체 간의 점유율 격차가 너무 크고, 이런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이통3사가 암묵적 동의 하에 일정 수준의 가격대를 유지하며 이익을 나눠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구조를 묵인하고 인정해 왔다. 시장이 이런데, 기업들이 경쟁할 이유가 있겠나. 통신사업자들은 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 과점의 힘이 이렇게 무섭다.”

✚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지금 시장은 사업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소비자 중심으로 돌려놔야 한다. 독점을 깨고 기업끼리 경쟁해야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 원가 공개는 그 일환이 될 수 있나.
“수도, 전기, 도로 사용료 등 공공요금은 모두 원가를 공개한다. 왜 통신요금은 안 되는가. 내가 내는 요금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알아야 하지 않겠나. 원가 공개 요구는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다.”

✚ 수도, 전기, 도로는 공기업에서 만드는 공공재가 아닌가.
“통신서비스를 이통3사가 제조했나. 이들은 공공재인 주파수를 활용한 장사를 하고 있다.”

✚ 원가가 공개되면 뭐가 바뀌나.
“원가가 공개된다고 해서 당장 뭔가 달라지진 않을 거다. 다만 통신요금을 구성하는 데 국민이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요금이 적정한지 아닌지 국민이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었던 일을 국민이 할 수도 있다. 통신비 인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거다. 소비자가 외면하면 기업의 생명도 끝이니까.”

✚ 이통3사는 투자 여력이 줄어든다며 반대하는데.
“4세대 통신 때를 떠올려보자. 이통3사들은 우리나라 고유기술인 와이브로 대신 당장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롱텀에볼루션(LTE)을 주력으로 삼았다. 결과는 혹독했다. 눈앞의 수익만 좇은 끝에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놓쳤다.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다. 국내 이통3사 중 해외 사업에 성공한 곳이 있는가. 투자는 입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결과가 뒤따라야 한다. 와이브로 활성화에 집중했다면 엄청난 규모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했을 것이다.”

✚ 우리나라 통신 환경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서비스 속도가 빠르고 커버리지도 넓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게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고 통신시장도 변화할 거다. 결국 이통3사도 통신사업만으로는 한계를 겪게 될 거다.”

✚ 이통3사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나.
“각자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5세대 이동통신(5G) 환경은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이 빠르게 변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 다 똑같은 상품과 품질로는 경쟁할 수 없다. 차별화 된 전략이 필요하다. 원가 공개는 그 첫걸음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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