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5년차 중사의 재무설계

취업문이 바늘구멍만큼 좁다. 청년들의 관심은 안정적인 일자리다. 직업으로서 장기복무 부사관의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다. 장기복무 부사관은 군인으로서의 제약이  많지만 누릴 수 있는 혜택도 많다. 높지 않은 초봉과 들쭉날쭉한 급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재테크 효과를 볼 수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최근 북한의 도발이 잦아지면서 우리 군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당연히 군부대의 대기 상황도 빈번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배치 문제까지 겹쳤다. 전방에서 근무하는 장교나 부사관들이 장기간 근무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이처럼 직업적 특성상 직업 군인은 도심에서 근무하는 일반 직장인에 비해 여러 활동에 제약이 있다.

금융활동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금융정보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재무관리를 하고 싶어도 한계가 많다. 임관 5년차 중사 송진영(27ㆍ남)씨도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송씨는 강원도의 한 부대에서 근무하고, 부대 인근의 독신자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장기 복무 부사관으로, 배치된 지역을 벗어나기 힘든 송씨는 재무관리에 손을 못 대고 있다. 매달 모으는 돈이라곤 50만원 납입의 적금이 전부인 데다, 유흥비와 쇼핑비 비출이 과다한 상황이다. 

 먼저 송씨의 가계부를 살펴봤다. 송씨는 군인공제회에 가입돼 있어, 매달 급여에서 40만원씩 공제한 후 차액을 지급받는다. 공제 전 급여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1ㆍ4ㆍ7ㆍ10월에는 본봉 165만원, 2ㆍ5ㆍ8ㆍ11월에는 여러 수당(체력단련비ㆍ직금수당 등) 등을 포함해 205만원, 3ㆍ6ㆍ9ㆍ12월에는 상여금을 비롯 290만원을 받고 있다. 월 평균 220만원을 버는 셈이다.

다음으로 송씨의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금액을 체크해 봤다. 생활비(50만원), 교통비(5만원), 쇼핑비(20만원), 아파트 관리비(5만원), 적금(50만원), 군인공제액(40만원) 등 175만원이었다. 변동지출비로는 유흥비가 한달에 50만원가량 나갔다.

문제는 급여가 들쑥날쑥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송씨의 무계획적 소비가 덧붙여지면서 가계가 엉망이 됐다. 예컨대, 상여금을 받는 달에는 과다지출하기 일쑤였고, 휴가나 외박이 있는 달에는 유흥비로 100만원까지 썼다. 이 때문에 송씨의 통장은 종종 ‘마이너스’를 찍었다. 그런 달엔 적금이 제때 빠져나가지 못해 지연입금도 번번했다. 경제관념이 부족했던 송씨가 재무관리의 필요성을 느낀 건 최근이다.

얼마 전 장기복무를 신청하면서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는 송씨. 그가 장기복무에 합격해 20년 더 근무한다는 전제로 재무계획을 세웠다. 먼저 세달에 한번씩 지급되는 상여금 125만원은 전부 장기 저축성 보험에 넣기로 했다. 3개월납의 공시이율형 장기 저축성보험으로, 투자성향이 안정적이라는 게 장점이다. 송씨가 금융정보에 취약하기 때문에 투자형 상품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정보력 약하다면, 투자형 상품 ‘NO’

상여금을 제외한 각 달 급여의 평균을 내서 사용하도록 했다. 송씨의 가용 금액은 월평균 178만원이다. 송씨의 단기적 목표는 2년 후 신차를 구입하는 것과 7년 후에 결혼하는 것이다. 격오지에서 근무하는 송씨의 출퇴근을 위해 소형차를 빠른 시일 내에 구매하기로 했다.

결혼자금의 경우, 평균보다 낮게 책정했다. 결혼 후 관사에 거주하기 때문에 주거비 부담이 적고, 군인회관에서 결혼식을 올리면 결혼식 비용도 절약할 수 있어서다. 이 두 가지 장기 목표를 위해 매달 50만원씩 납입하던 적금을 해지하고, 군인 우대 적금인 KB국군장병 우대적금(간부욤)에 가입했다. 1구좌 최고 한도인 50만원 납입으로 가입했다. 미래 자녀교육비와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군인공제(40만원)도 유지했다.

다음으로 소비성 지출이다. 송씨의 가장 큰 문제인 헤픈 씀씀이를 조정했다. 평균 월 50만원씩 쓰던 유흥비를 대폭 줄이고, 생활비 내에서 해결하도록 했다. 생활비는 5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줄였다. 평소 온라인 쇼핑을 즐겨하던 송씨는 매달 20만원가량을 쇼핑비로 썼다. 이제 세달에 50만원(월 약 16만원)으로 줄였다.

나머지 교통비, 아파트 관리비 등은 그대로 유지했다. 그 결과, 월 소비성 지출은 161만원가량으로 줄어들었다. 가용금액 178만원에서 남은 여윳돈 17만원은 CMA 통장에 저축하기로 했다. 이렇게 송씨의 재무계획이 완성됐다. 당장 씀씀이를 줄이려면 고통스럽겠지만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서 감수해야 한다.

최근 부사관의 연령, 정년 제한이 완화되면서 송씨처럼 장기근무를 계획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호봉ㆍ계급 인상 제도가 있어, 장기간 성실하게 근무한다면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부사관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잘 활용하고 알뜰하게 생활한다면, 리스크가 큰 재테크를 하는 것보다 큰 장점을 누릴 수 있다.
이송은 한국경제금융교육원 연구원 yieun2060@gmail.com│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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