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5000년 젓가락 문화사

 
몇몇 역사학자는 세계 문명을 세개의 문화권으로 나눈다. 손으로 음식을 먹는 문화권,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문화권,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는 문화권이다. 젓가락 문화권에 속하는 인구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몽골 등 아시아 지역에 걸쳐 15억명에 이른다. 그 역사는 5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책은 5000년간 ‘음식문화를 집어올린 도구’ 젓가락을 다룬다. 젓가락을 가리키는 영어는 ‘chopsticks’다. 그런데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유럽ㆍ미국에서 젓가락을 가리키는 단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와 같은 너무 당연해서 궁금해 하지 않았던 다양한 질문과 해답을 담고 있다.

인류 최초의 젓가락은 중국 장쑤성 신석기 유적지에서 발견됐다. 가느다란 동물뼈로 만든 가느다란 막대 42개가 인류 최초의 젓가락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저자는 이 젓가락이 식사도구보다 조리도구에 가까웠다고 말한다. 또 음식 재료를 집어서 옮기고, 휘저어 섞고, 조리 중인 음식의 상태를 살피거나, 땔감을 헤집는 데도 쓰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젓가락은 기후와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북중국의 춥고 건조한 날씨 탓에 음식을 뜨겁게 끓여서 먹는 것을 선호한 중국인의 식문화가 젓가락을 조리도구로 사용하게 했다는 거다. 고깃덩어리를 구워서 식탁에서 잘라 먹는 서양의 식문화가 포크와 나이프를 선택하게 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고대 중국에서만 하더라도 젓가락의 지위는 숟가락에 미치지 못했다. 주식인 죽처럼 끓인 곡물을 먹는 데는 숟가락이 더 편했기 때문이다. 젓가락이 숟가락과의 경합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게 된 데는 밀가루 음식의 확산, 국수ㆍ만두 같은 음식의 중국 내 대유행이 있었다.
▲ 젓가락 문화권 안에서도 젓가락의 모양과 재질, 식사예절 등은 다르게 발전했다.[사진=아이클릭아트]
이 책은 젓가락을 사용하는 국가별 차이점도 소개한다. 한상에 여러 음식을 차려 놓고 함께 먹는 중국에서는 젓가락의 길이가 25㎝ 이상으로 길었다. 반면 일본에서는 개별 식사 방식을 선호해 젓가락의 길이가 짧다. 또 일본인들은 젓가락에는 그 사람의 영혼이 붙는다고 여겨 일회용 젓가락 사용을 선호했다.

한국의 젓가락은 어떨까. 한국은 젓가락 문화권에서 유일하게, 숟가락과 젓가락을 늘 함께 사용하는 나라다. 또 한국은 유독 금속 수저를 선호하는데, 저자는 금속 매장량이 풍부하고, 금속공예가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가느다랗고 똑같이 생긴 한쌍의 젓가락. 이런 생김새 때문에 젓가락은 많은 상징과 비유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떨어질 수 없는 한 쌍이라는 특성은 젓가락을 최적의 약혼이나 결혼 선물로 만들었다. 이는 중국과 일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서양인들의 눈에 비친 젓가락은 어떨까. 영국의 여행가 이사벨라 버드는 “식탁마다 악취가 풍기는 젓가락들이 한뭉치씩 대나무 용기에 꽂혀 있었다”고 혹평했다. 반면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젓가락은 지치지 않고 어머니가 밥을 한입 떠먹이는 것 같은 몸짓을 하는 반면, 창과 칼로 무장한 서양의 식사 방식에는 포식자의 몸짓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세가지 스토리

「정조 책문, 새로운 국가를 묻다」
신창호 지음 | 판미동 펴냄

조선의 개혁군주 정조가 신하와 유생들에게 나라의 정책 등에 관해 질문한 ‘책문策問’을 현대적 관점에서 풀이했다. 정조가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앞으로 함께 정치를 펼칠 인재등용을 얼마나 고민했는지부터 문예부흥, 민생과 복지, 균형발전 등 모든 국정 현안을 논의하고자 했던 기록이다. 정조가 꿈꾸던 이상 국가의 모습과, 최고 지도자로서의 마음가짐도 담고 있다.

 
「30가지 발명품으로 읽는 세계사」
조 지무쇼 지음 | 시그마북스 펴냄

우리 주위의 모든 물건에는 역사가 있다. 우리 조상들이 문화를 창조하는 능력을 발휘해 생활에 필요한물건들을 하나씩 발명하면서 끊임없이 발전해 온 결과다. 이 책은 기원전 6000년경 등장한 바퀴, 철기, 플라스틱, 전화, 비행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변화시킨 발명품을 소개한다. 그것들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현대에 이르게 됐는지 이유와 과정을 정리했다.

「우아한 관찰주의자」
에이미 E. 허먼 지음 | 청림출판 펴냄

변호자이자 미술가인 저자는 ‘지각의 기술’이라는 강의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15년간 미국 FBI, 국무부, 법률회사, 노동조합 등 수십여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시각적 분석과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고 연마하도록 도왔다. 이 책은 그 강의 내용을 고스란히 담았다. 남이 보지 못한 무언가나, 세상을 바꿀 무언가를 발견하는 능력, 즉 ‘세상을 관찰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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