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의 빚에 대한 배우자의 의무

▲ 배우자의 빚을 대신 갚으라는 협박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사진=아이클릭아트]
사채업자들이 집에 들이닥쳐 배우자의 빚을 갚으라면서 행패를 부린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장면인데, 문제는 현실에서도 이런 일들이 버젓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과연 부인은 남편의 빚을 갚을 의무가 있을까. 

남편 혹은 부인의 빚을 배우자가 대신 갚아야 할 의무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은 ‘아니다’이다. 우리 민법(민법 제830조 제1항)은 혼인한 부부의 재산은 ‘부부별산제夫婦別産制’를 원칙으로 한다. 이 때문에 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기간 중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당사자의 특유재산特有財産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배우자 혹은 부부가 해당 재산을 취득하는 데 있어 대가를 부담했다는 사실이 명확하지 않으면 특유재산의 추정 원칙은 그대로 인정된다. 이 때 ‘재산’은 채무를 포함한다.

그럼에도 배우자의 빚을 연대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건 채권자나 채무자나 마찬가지인데, 아무래도 부부가 이혼을 이유로 재산분할청구를 할 때 법이 고려하는 사항들을 채무관계에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재산분할청구에서는 상대방 명의로 된 재산이라 하더라도 재산 취득 과정에서의 노력(부인의 경우 ‘내조의 공’과 같이 실질적 대가 부담이 없는 경우 포함)을 고려한다. 또한 일상적인 가사를 위한 채무의 경우 연대책임에 관한 규정(민법 제832조)이 있고, 누구 소유인지 불분명한 재산은 부부 공유재산으로 추정한다는 규정(민법 제830조 제2항)도 있다.

그러나 판례는 “재산 매수 시 부부가 각자 대금을 일부 부담했거나 연대채무 부담을 전제하고 매수한 게 하니라면 재산 취득 과정에서 상대방의 협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역시 특유재산으로 추정한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특히 일상 가사로 인한 연대책임 역시 부부의 공동생활에 통상적으로 필요한 의식주 비용이나 양육비 등 ‘일상적인 생활비’만을 대상으로 하고, 공유재산은 일정 지분만큼만 상대 배우자의 것으로 인정한다.

좀 더 간단하게 설명해보자. 배우자의 빚이 혼인 전부터 있었다면, 다른 배우자는 그 빚을 짊어질 필요가 없다.[※참고: 혼인 전의 빚이라도 부부공동생활과 관련이 있다면 빚은 승계된다.] 다만 배우자(남편) 혹은 채권자의 요청으로 스스로 주채무자란이나 보증인란에 서명을 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러면 보증관계가 성립하기 때문에 배우자와 이혼을 하더라도 채무가 끝까지 따라온다.

간혹 채무자가 채무를 다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자신의 재산을 배우자 명의로 옮겨 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에도 배우자의 연대 책임은 없다. 하지만 채무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이유 없이 자신 명의의 재산을 배우자 명의로 이전했다면 해당 재산을 채무자의 재산으로 판단, 채권자가 추심할 수 있다. 배우자에게 채무의 연대 책임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악용해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까지 법이 용납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송재철 IBS법률사무소 변호사 morpheus81@ibslaw.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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