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 매각 바라보는 두 시선…

SK증권 매각 가능성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던 SK그룹이 전격적인 매각을 결정했다. 한가지 의문은 왜 지금 매각에 나섰느냐다. 최근까지 매각 가능성을 부인하던 SK그룹이 갑작스럽게 공개매각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에 금융 계열사를 잃게 됐다는 의견과 정부 규제를 핑계로 큰 쓸모가 없는 계열사를 털어버렸다는 주장이 분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SK그룹이 지난 8일 SK증권을 공개매각하겠다고 공시했다.[사진=뉴시스]

SK증권의 공개매각이 결정됐다. SK그룹은 지난 8일 공시를 통해 SK가 보유한 SK증권의 지분 10.04%를 공개매각하겠다고 밝혔다. SK증권의 매각이 이뤄지면 SK그룹은 1992년 태평양증권을 인수해 증권업에 뛰어든 이후 25년 만에 금융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SK그룹의 갑작스러운 공개매각 결정은 새 정부의 금산분리 규제 강화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금산분리 강화와 함께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SK그룹이 기대를 걸었던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가능성도 낮아졌다.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과 관련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SK그룹이 증권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얘기다.

SK그룹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K그룹의 주력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자회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SK증권을 통해 수월하게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태원 SK회장에게도 SK증권은 버리기 아쉬운 회사다. 최 회장이 금융업에 관심이 컸던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동안 SK증권의 매각을 늦춰왔던 것도 최 회장의 의지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SK그룹은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했지만 SK증권의 처분을 계속해서 미루다 2012년 SK C&C에 지분을 넘겼다. 또한 2015년 SK와 SK C&C가 합병한 이후에도 매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은 2011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고서야 SK증권 지분을 SK C&C에 매각했다”며 “최근까지 매각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매각 유예기간 연장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갑작스럽게 매각을 발표했다”며 “새 정부의 정책 기조상 증권사를 보유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사를 거느린 국내 대기업이라는 상징성도 훼손됐다. 국내 5대 그룹으로 꼽히는 삼성ㆍ현대자동차ㆍ롯데ㆍLGㆍSK 가운데 금융계열사가 없는 유일한 기업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LG그룹도 2004년 LG카드 사태를 계기로 금융계열사를 모두 정리했다. 하지만 범凡LG가로 범위를 확장하면 여전히 금융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SK증권의 매각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SK 계열사 인수 가능성, 경영자 인수 방식, 사모펀드(PEF) 매각 가능성 등 SK증권을 그룹의 영향력 아래 두려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증권업계 대형화 영향으로 SK증권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정부 규제를 핑계로 매각에 나서면서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SK증권은 SK에 큰 쓸모나 이익은 없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계륵’ 같은 존재로 평가 됐다. 실적은 저조한데다 주가도 계속해서 1000원대를 맴돌고 있어서다. 게다가 최근 초대형 투자은행(IB) 붐이 불면서 올 1분기 기준 자기자본이 4200억원에 불과한 SK증권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SK증권을 어떻게 털어낼지 고민하던 SK로선 새 정부의 규제가 좋은 핑계거리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정부 규제에 어쩔 수 없이 금융 계열사 매각에 나섰다는 동정론을 받을 수 있어서다. 문제는 실제 매각이 이뤄질 수 있느냐다. 공개매각에 나섰지만 SK증권을 인수할 주체가 마땅치 않아서다. 한때 인수 가능성이 크다고 지목된 미래에셋대우는 공시를 통해 SK증권 인수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10년 만에 현실화된 매각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증권과 규모가 비슷한 이베스트증권도 몇년째 매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매각 시 주요 돈벌이 수단인 SK계열사의 채권발행 수입이 떨어져 나갈게 뻔해 인수매력이 클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SK증권 인수로 대형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증권사도 없다”며 “국내 증권사 중 인수할 가능성이 큰 증권사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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