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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일본에 빗대보니] 깐깐한 소비자 코스파 닮았네불황기 일본 트렌드 어떻게 바뀌었나
[243호] 2017년 06월 15일 (목) 06:05:03
김미란 기자 lamer@thescoop.co.kr

▲ 불황이 닥치자 일본 소비자들은 ‘싸고 좋은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사진=뉴시스]
한국경제는 20년 전 일본과 닮았다. 경기 침체를 겪는 양상이나 사회 구조가 비슷한 흐름으로 간다. 현재를 진단하거나 앞을 내다볼 때 일본을 보는 이유다. 일본이 어땠고, 흐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면 해답을 찾는 게 수월해져서다. 잃어버린 20년을 지나온 일본과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한국. 그 터널 속 소비행태는 어떤 모습인지, 더스쿠프(The SCOOP)가 들여다봤다.


2017년의 중반을 지나고 있는 한국은 여전히 불황이다. 1월 93.3포인트까지 떨어졌던 소비자심리지수가 새 정부 출범으로 5월에 108포인트까지 치솟았지만 소비자들은 지갑 열기를 주저한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어서다. 그러다보니 큰 맘 먹고 지갑을 연다 해도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다. 더 저렴하고, 더 용량이 큰 걸 찾게 되는 이유다.

가성비, 가용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저가숍들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유통업체들은 ‘가성비’를 내세운 제품들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더 크게, 더 많게 용량을 키우는 제품들도 증가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사긴 사야 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앞서 불황을 겪은 일본은 어땠을까. 일본 소비자들도 까다로운 잣대로 더 저렴하고, 더 많은 양의 제품들을 찾아 지갑을 열었을까.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은 극심한 경기침체로 허우적댔다. 버블경제가 붕괴하자 기업은 물론 가계까지 힘을 잃고 비틀거렸다. 대표적인 지표로 경기침체가 계속된 2001년, 가구당 월평균 실질가처분소득은 1998년 대비 95% 수준까지 떨어졌다. 시원하게 지갑을 열어젖히 던 소비자들은 얇아진 지갑에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일본 소비자들은 ‘싸고 좋은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단순히 가격만 싸도 안 됐다. 싸다고 무조건 사는 게 아니라 싸면서도 질 좋은 물건에 지갑을 열었다. 소비자 입장에선 당연한 것이지만 불황기에는 그 당연한 것이 더 확고해지기 마련이다. 소비행태의 변화는 당시 히트상품으로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에선 반값 햄버거, 100엔숍, 저가PC, SPA브랜드 유니클로 등이 인기를 끌었다. 비싼 돈 들이지 않아도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제품과 브랜드들이다.

저가PC를 예로 들어보자. 버블경제 시기의 일본 소비자들은 고가의 전자제품을 선호했다. 하이엔드 제품을 선호하는 일본인들의 깐깐한 성향이 전자제품에서 더 두드러졌던 거다. 이런 이유로 불황기에 저가 미니 노트북이 등장했을 때 부정적인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일반 노트북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는 초소형, 초저가 제품은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키며 날개 돋친 듯 팔렸다.

불황이 이끈 100엔숍의 성장

브랜드에 집착하지 않는 양상도 나타났다. 대표적인 게 노브랜드 전략을 펼치는 ‘무인양품無人良品’이다. 무인양품은 포장과 프로모션 비용을 최소화하고, 대신 성능에만 집중한다. 과시의 수단으로 소비하던 것에서 브랜드가 없더라도 성능이 좋으면 소비를 하는 ‘실속형 소비’로 전환되며 무인양품은 급성장했다. 100엔숍의 성장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일본 충무성 통계국에서 5년마다 실시하는 ‘전국소비실태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4년 가구당 디스카운트 스토어 또는 양판점에서의 지출금액은 5400엔(5만5000원)이었다. 그러던 것이 경기불황을 거치며 2004년에 1만3000엔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구성비로 보면 1994년엔 3.6%, 1999년엔 4.9%, 2004년엔 9.8%로 증가했다. 절약형 소비를 추구하던 당시 성향을 엿볼 수 있는 결과다.

▲ 불황에는 브랜드보다 성능에 집중하는 실속형 소비를 한다.[사진=뉴시스]
일본 히로사키대학의 이수진 교수가 2011년 발표한 ‘잃어버린 20년 간의 일본인의 경제생활’ 보고서에서 인용한 일본리서치종합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불황기의 소비자는 세 부류로 나뉜다. 소비를 급격히 줄이거나, 소비를 억제하거나, 여유가 있는 층으로 말이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은 소비를 급격히 줄이는 층에 해당한다. 이들은 지출을 줄이며, 절약과 저가를 지향한다. 소비를 억제하는 층 역시 불황기에는 생활수준을 유지할 자신이 없어 절약하는 성향을 보인다. 단, 불황이라고 해도 필수품 구매는 멈출 수 없으니 되도록 아끼고, 가급적 싼 제품들로 눈을 돌리게 되는 거다. 100엔숍 지출 금액이 늘어난 이유다.


가성비 이전에 ‘코스파’ 있었다

불황기 일본 소비자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코스파(Cospa) 세대’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Cost Per formance의 약자로 ‘비용 대비 효과’를 의미하는 코스파는 현재 우리나라에 나타나고 있는 가성비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코스파 세대는 자신이 비용을 투자했을 때 그 이상의 효과와 만족이 따르느냐를 따진거다. 이전의 단카이 세대(베이비부머)와 달리 쇼핑할 때 영수증을 챙기고, 적립 포인트를 쌓아 사용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중고를 사서 쓰고 렌털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코스파 세대에겐 당연한 것이었다.

이준영 상명대(소비자주거학) 교수는 “불황기에는 단순하게 돈만 아껴서 저렴하게 소비하려는 현상도 있지만 또 한편으론 작은 사치에 대한 욕구도 생겨나게 된다”면서 “관심 있거나 좋아하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양극화 현상이 동시에 모순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을 넘어선 초프리미엄 가전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게 그 예다. 아끼고 아끼느라 지친 스스로를 위안하는 방법마저 불황 한가운데 있던 과거의 일본과 닮았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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