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발빠른 정규직 전환의 문제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공공 부문부터 전환 작업을 시작했다. 민간기업들도 발빠르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관건은 기업들의 전략이 실제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으로 이어지느냐다. 현재로선 밝은 전망만을 내놓긴 어렵다. 익명을 원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통3사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고 정부와 전략적으로 입맞춤을 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통신장비 설치 기사들의 노동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사진=뉴시스]


“공공기관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문재인 대통령).” 장소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새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강조되는 순간이었다. 그만큼 울림이 컸다.

정부가 앞장서서 ‘모범 사용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민간기업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기업들도 새정부 기조에 발맞춰 나섰다. 첫 신호탄은 SK브로드밴드였다. 하청업체 비정규직 직원들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통 큰 결정’을 내렸다.

이 회사는 5월 23일 이사회를 열고 초고속 인터넷 및 IPTV 설치ㆍAS 관련 위탁업무를 수행해왔던 103개 홈센터 및 기업서비스 직원 5189명을 직접 채용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약 80%의 홈센터와는 6월 중 업무위탁 계약을 종료하고 이들 센터 구성원들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있다. 개인도급기사 채용을 두고 일부 협력업체에서 정규직 전환을 진행 중이다. SK브로드밴드와는 정규직 전환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밑그림은 맞추고 있는 셈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당장 자회사 설립을 추진할 계획은 없다”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정하진 않았지만 진행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업계가 정규직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새 정부의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책과 바로 연결돼서다. 정부는 ‘요금 인하’라는 기조로 통신업계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정부 입맛에 맞는 움직임을 보여야 할 시점이다.

더구나 통신업계는 그간 비정규직 관련 이슈로 많은 논란을 겪었다. 많은 인력과 비용이 소모된다는 점에서 간접 고용방식이 관행처럼 이어져왔다. 대부분 협력사가 재도급을 주는 고용 형태다. 이들 현장기사들은 본사 지침을 강요받고 따르지만 개인사업자에 해당돼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정규직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처우와 성과 중심의 실적 압박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업계 전반에 걸쳐 매년 원청 기업-하청 노조의 갈등이 되풀이된 이유다. 결국 정규직 전환 결정은 기업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비정규직인 협력업체 직원의 삶이 나아지면 고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핵심은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이다.

노동시장은 반기는 분위기다. 비정규직 직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고용안정’은 해결될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기업들의 전략에 박수만 치고 있는 건 아니다. 우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온다. 이해관 통신공공성시민포럼 대표는 “일찍이 KT 역시 KT서비스 남부ㆍ북부 회사를 만들어 하청업체 직원의 정규직화를 단행했지만 비용 문제로 100% 정규직화는 이루지 못했다”면서 “두 회사의 정규직 전환 역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비정규직 전환의 핵심이 ‘고용안정’에만 맞춰지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고용의 질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은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담보할 수 없다. 자회사 설립 후 정규직 전환은 기업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직접 흡수하는 데 따른 재원 부담이 클 때 선택하는 전략이다. 당연히 임금ㆍ승진 등 처우는 정규직보다 열악한 반쪽짜리 정규직인 ‘중규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마저도 자회사가 모회사의 용역회사로 변질되면 또다른 형태의 고용불안정을 낳을 수 있다. 박장준 희망연대노조 정책국장은 “하청 간접고용 규모를 줄이는데 급급해 실질적인 정규직 전환과 노동조건 개선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상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 “진행되는 세부 내용을 잘 감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민간기업의 정규직 전환, 복잡한 난제가 얽혀 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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