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량 제품 덩치값 하나

“대용량 제품을 사면 알뜰한 소비를 할 수 있다.” ‘가용비 열풍’에 깔려있는 믿음이다. 제품의 용량이 클수록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해져서다. 하지만 꼭 다 그런 건 아니다. 꼼꼼히 따지지 않으면 가용비 소비는 오히려 낭비로 전락할 수도 있다.

▲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가용비가 소비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가용비(가격 대비 용량).’ 새로운 소비트렌드다. 기업들은 마케팅 전략을 기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서 용량에 맞추고 있다. 일반 제품보다 용량을 늘린 제품을 잇달아 내놓기 시작했다. 그만큼 최근 대용량 제품의 판매량은 어마어마하다.

대용량 제품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용량 제품이 기존 제품보다 용량 대비 가격이 더 저렴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소비자가 대용량 제품을 구입하는 이유로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해서(62.3%)’가 1위로 꼽혔다.

하지만 실제로 가격이 합리적인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일부 제품의 경우 대용량 제품임에도 소용량 제품에 비해 단위당 가격이 더 비싼 경우가 있어서다. 대용량 제품의 열풍의 시작점이었던 대용량 요구르트가 대표적이다. 대용량 요구르트는 출시 당시 큰 인기를 끌었지만, 가격을 두고는 말이 많았다. 280mL 대용량 요구르트 가격은 1200~1250원. 이를 65mL 소용량 요구르트 5개 묶음 가격(500~800원)과 비교하면 용량은 45mL 적으면서도 가격은 최소 400원에서 최대 750원까지 더 비싸다.

 

이번엔 대형마트 온라인몰 가격표를 보자. 남양 ‘요구르트’ 65mL의 경우 10mL당 16.4원이지만 이보다 3배는 큰 ‘그랑데요구르트의’는 10mL당 25.7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매일유업의 ‘카페라떼 마일드 카페라떼’ 200mL는 100mL당 500원. 같은 회사의 대용량 브랜드인 ‘바리스타룰스’가 100mL당 가격이 693원으로 더 비싸다. 서울우유의 ‘흰 우유’ 역시 1L는 100mL당 248원인데 2.3L 대용량 제품은 100mL당 249원으로 대용량 제품이 오히려 가격이 비쌌다. 인기 과자 제품인 새우깡 180g 제품의 10g당 가격은 88.3원이지만 400g의 경우 10g당 88원으로 별반 차이가 없었다.

물론 대부분의 대용량 제품은 소용량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하지만 이건 당연한 거다. 기업 입장에서는 용량을 크게 만들면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어서다.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셈이다. 결국 기업이 이윤을 낮춰가면서 소비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윤철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국장은 “대용량 제품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저렴하다는 건 그간 원가에 소비자 가격이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았거나 이윤을 독점했던 구조 체계를 역설적으로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 “저렴하다고 무조건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양에 둔감해진 소비자가 음료를 과다 섭취하게 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특히 커피가 그렇다. 최근 커피전문점들은 ‘1L 커피’라는 대용량 커피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커피 소비량이 높다. 2016년 기준 377잔으로, 2012년 이후 연평균 7%씩 증가했다. 윤명 소시모 사무총장은 “커피 음료를 큰 사이즈로 너무 많이 마시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과다섭취를 하게 된다”면서 “카페인 중독이나 다른 질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합리적인 소비인가

다른 제품들도 마찬가지다. 보통 여러 번 나눠 먹을 목적으로 대용량 제품을 구입하는데 막상 한번 먹기 시작하면 멈추기가 힘들다. 제품을 개봉하고 섭취량 조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신선식품이나 냉장식품의 경우 유통기한이 문제다. 유통업계는 제품을 소진할 수 있는 기간을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 구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또한 냉동 보관 제품의 경우 저장 공간도 고려해야 한다.

화장품 업계에도 대용량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대용량 제품을 구입했다가 향이나 사용감 등이 취향에 맞지 않아 버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용량 제품을 고르는 게 똑똑한 소비자가 되는 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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