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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ovie] 계몽의 빛이 던진 그림자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매트릭스(Matrix) ❺
[243호] 2017년 06월 16일 (금) 08:22:27
김상회 정치학 박사 sahngwhekim5353@gmail.com

모피어스와 네오 일당은 ‘위대한 신세계’에 도전한다. 이들이 타도를 꿈꾸는 ‘매트릭스’ 세계는 계몽주의의 궁극적 산물이다. 이성의 힘으로 인류의 무한한 진보가 가능하다고 믿는 계몽주의자들은 인간이 완전히 자유롭고자 하는 욕망을 지녔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이들은 ‘보편타당’한 질서 속에 편입될 것을 강요한다.
   
 
명색이 미래세계의 함선艦船임에도 모피어스(로렌스 피쉬번)와 네오(키아누 리브스) 일당의 은거지인 네브카드네자르호의 실내는 마치 증기기관차의 기관실이나 창고처럼 설정된다. 적어도 SF영화에는 생소한 장면이다.

인간의 안락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공간이다. 명색이 함선의 승무원이라면 최첨단 기능성 섬유재질의 세련된 제복이 마땅하련만 이들의 복장은 동네 백수들처럼 남루하기 짝이 없다. 한마디로 ‘난닝구’들이다. 이들 ‘난닝구’들이 감히 타도를 꿈꾸는 세계는 바둑판처럼 질서정연한 ‘위대한 신세계’다. 안락하지 못한 세계에 숨어 안락한 세계의 타도를 꿈꾼다.

영화 속 ‘매트릭스’의 세계는 뉴욕의 월스트리트를 닮았다. 각지고 반듯하고 쓰레기 하나 안 보이는 질서정연한 거리를 한점 흐트러지지 않은 ‘모범시민’들이 정면을 응시하고 어디론가 질서정연하게 오간다. 매트릭스 세계는 안락하고 풍요롭지만 사람의 체취가 사라졌다. 네브카드네자르호는 남루하지만 사람의 땀내가 배어있다.

네오와 모피어스를 비롯한 ‘인간적인 난닝구’들은 매트릭스라는 ‘위대한 신세계’를 소극적으로 거부하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타도하려 한다. 걸핏하면 어느 뒷골목 음습한 아지트에서 온몸에 폭탄을 두르고 뛰쳐나와 질서정연한 세계로 돌진하는 테러리스트들을 닮았다.

어두컴컴한 네브카드네자르호에서 꿀꿀이 죽 한사발을 먹어가며 이들 ‘난닝구’들은 왜 계몽의 빛으로 가득찬 ‘매트릭스’의 해체를 꿈꿀까. 위대한 신세계 ‘매트릭스’는 계몽주의啓蒙主義의 궁극적인 산물이다. 계몽주의자들은 이성의 힘에 의한 인류의 무한한 진보를 믿는다. 그들은 인간의 본성과 감성, 그리고 인간들이 단순한 ‘무사’와 ‘안일’ 그리고 ‘안락’ 이상의 완전히 자유롭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거나 부인한다.

어쩌면 그 모든 것을 타기시하고 불온시한다. 모피어스와 네오 일당은 강요된 ‘보편타당’한 질서 속에 편입돼 무사와 안락을 누리기보다 주체적인 지하세계의 결핍과 고통을 선택한다. 낙오한 ‘난닝구’들이 아니라 주체적이고 스스로 선택한 ‘난닝구’들이다.

   
▲ 네오와 모피어스는 계몽의 빛으로 가득찬 매트릭스의 해체를 꿈꾼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영화의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가 ‘매트릭스 시리즈로 전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이후 한동안 상거지 모습으로 뉴욕거리의 노숙자 생활을 해  화제가 됐다. 아마도 영화 대본을 읽고 주인공 ‘네오’를 연구하고 촬영을 거듭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어, 노숙자의 주체적인 고통을 선택한 듯하다.

합리주의와 보편주의는 항상 특정한 ‘옳음’과 ‘정답’을 제시한다. ‘정답’이 있으면 정답 이외의 모든 생각과 가치는 ‘오답’이 되어 버려지거나 배척당하고 억압당한다. 각자의 ‘보편적 진리’로 상대방을 배척하고 억압하고 서로가 서로를 증오한다. 끊임없이 ‘옳은 것’ ‘보편타당한 것’들을 만들어내는 세상에 각자의 개성과 감성이 존중받는 진정한 인간이 설 자리는 없다.

매우 불확실한 인간의 합리적 이성을 근거로 발전해온 합리주의는 자연을 넘어 인간까지도 나누고 규정하는데 망설임이 없다. 이성에 의해 분석되고 설명되는 인간은 ‘주체’가 아닌 ‘객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것을 요구하는 사고, 직선적 사고는 모든 것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고 폭력과 배제를 통해 인간 고유의 본성과 욕망을 억압한다.

   
▲ 합리주의와 보편주의 하에서 인간은 각자의 ‘보편적 진리’로 상대를 배척하고 억압한다.[사진=아이클릭아트]
‘우울의 화신化身’과도 같은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옙스키(Fyodor Dostoyevsky)는 19세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Saint Petersburg)에 휘몰아치는 유럽의 계몽주의와 합리주의에 진저리를 치고 「지하생활자의 수기(Notes from Underground)」를 가래침 뱉듯 써 갈긴다. 강요된 ‘매트릭스’의 세계를 거부하고 음습한 네브카드네자르호에 숨어 지하세계를 떠도는 모피어스와 네오 일당은 강요된 합리주의적 질서에 치를 떨었던 도스토옙스키의 사도使徒들이다.

또한 합리주의와 계몽의 끝자락에서 21세기 대한민국을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합리성’과 ‘보편타당성’의 이름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매트릭스’가 요구하는 수많은 독선적이고 독단적인 ‘옮음’에 지쳐버린 ‘은둔형 외톨이’일 수도 있고, 요즘 대세처럼 자리잡아가는 ‘혼밥ㆍ혼술족’일 수도 있다. 혹은 골방에 웅크리고 우리 사회가 숭배하는 모든 가치를 조롱하고 증오하고 저주하는 ‘일베’일 수도 있고 마지막 탈출구로 스스로 삶을 버리고 영원히 ‘매트릭스’의 세계와 결별하는 자살자일 수도 있다.

김상회 정치학 박사 sahngwhekim5353@g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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