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음식물을 충분히 씹는 '저작'은 만복 중추를 자극해 적은 양의 식사로도 배를 든든하게 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미국의 운동선수 호레이스 플래처가 자신의 이름을 본떠 만든 ‘플래처리즘’이란 다이어트 방법이 있다. 음식을 씹어 국물 형태의 영양분만 삼키고 끝까지 남아있는 것은 뱉어내는 것이 이 방법의 핵심이다. 플래처리즘은 유의한 효과가 있다.

가장 긍정적 측면은 제대로 씹는 행위인 ‘저작’에 있다. 간뇌의 시상하부는 음식물 섭식에 관여하는 섭식 중추인데, 이 중 포만 중추는 저작을 통해 자극을 받는다. 동양에서 예로부터 ‘진양’이라 불린 저작은 음식물을 입안에서 100번 이상 씹어 섭취하는 행위로 그 긍정적 효과가 셀 수 없이 많다. 몇 가지 살펴보면 턱의 경락을 자극해 위와 췌장의 기능이 활발해지고 두뇌의 혈액순환을 촉진해 치매를 예방한다.

특히 충분한 저작은 만복 중추를 자극해 적은 양의 식사로도 배를 든든하게 하므로 적당한 시점에 밥상에서 물러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처럼 플래처리즘의 효과성은 뱉어낸 만큼 줄어든 음식물의 열량 때문이 아니다. 저작 덕분이다. 체중 증가의 핵심인 지방이나 탄수화물 등 열량은 저작 활동으로 영양소와 더불어 소화관으로 유입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뱉어낸 건 육류의 근막 힘줄 등 열량이 거의 없는 것들이다.

플래처가 조금만 씹어도 입 속에 잔여물이 남지 않는 가공식품은 배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곱게 채를 쳐 만든 밀가루 빵이나 햄, 소시지 등은 최후까지 입속에 남는 것이 없다. 플래처리즘으로 다이어트를 하면 저작이 충분해 음식의 흡수율이 높은 데다 남은 섬유질까지 모두 뱉어내므로 화장실은 한 달에 두 번으로 족하며 심지어 변에서 냄새도 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다만 저작이 충분했다면 입속에 남은 섬유질 따위를 굳이 뱉어낼 필요가 있었나 싶다.

영양분이 없어 천대받던 ‘섬유질’이 현대에 이르러 제5의 영양소로 재조명되는 건 변의 양을 늘려 변비를 예방하고,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등 심혈관계 유발 원인을 흡착해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기 때문이다.

플래처리즘의 핵심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첫번째는 충분한 저작을 통해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포만감의 신호를 전달함으로써 적당량의 음식섭취를 가능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비만의 원인 중 하나인 급하게 먹는 식습관을 개선하는 효과다.

돌이켜보면 저작과 자연식으로 귀결되는 플래처리즘은 올바른 식생활 패턴의 범주에 있던 기존의 원칙이 이름만 바꾸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 결론적으로 건강을 유지한 채 단기적으로 우리의 몸을 날씬하게 만들어 주는 특정 행위 등 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불어난 체중을 줄이려면 불어난 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됨을 우리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양심의 문제라 한다면 너무 심한 비약일까.  <다음호에 계속>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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