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물가관리] “50여일 동안 물가 대책 회의 안 열었다”
[구멍 뚫린 물가관리] “50여일 동안 물가 대책 회의 안 열었다”
  • 김미란 기자
  • 호수 244
  • 승인 2017.06.19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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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논단 사태 이후 물가 관리 컨트롤타워 미작동

물가 오름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채소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더니 이번엔 닭고기, 돼지고기, 달걀, 오징어 등 축ㆍ수산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어디 이뿐이랴. ‘국민간식’ 치킨 가격은 2만원을 넘나들고 있다. 라면, 주류, 탄산음료, 참치캔, 아이스크림 등도 걸핏하면 가격이 인상된다. 왜일까. 물가를 관리해야 할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다.

▲ 국정 공백 사태는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나쁜 변수로 작용했다.[사진=뉴시스]
“비상체제였잖아요. 그래서 물가 관련 TF가 열렸던 거고. 이젠 새 정부가 출범했잖아요.” 정부는 지난 1월 고공 행진하는 물가를 관리하겠다며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TF 회의’를 개최했다. 국정농단, 대통령 탄핵과 파면, 조기 대선까지 국정공백이 길어지자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비상제체에 돌입한 거다. 기재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생활물가를 일일 단위로 점검하고 현장점검을 강화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생활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매주 회의를 개최해 현안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웠다.

장관급 회의도 열었다. 기재부는 1월 19일 ‘물가관계장관회의 겸 제7차 경제현안점검회의’를 개최했다. 4년여 만에 열린 장관급 물가 회의였다. 유일호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가격이 올라 서민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농산물가공식품지방공공요금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물가대책 추진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한 보완대책을 신속히 마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제 컨트롤타워’ 기재부가 물가 안정 의지를 장차관회의에서 모두 드러낸 거다.

하지만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TF 회의는 조기 대선을 앞둔 4월 28일이 마지막이었다. 기재부 경제정책국 물가정책과가 ‘물가관계차관회의’를, 경제분석과가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TF 회의’를 주관했으나, 조기 대선과 새 정부 출범 이후로 ‘TF 회의’는 종료됐다. 문제는 그와 함께 열렸던 ‘물가관계차관회의’마저 열리지 않았다는 거다. 그 말은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 비상경제체제가 아니라는 뜻일까. 아니면 서민물가가 그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일까.

비상체제를 벗어났다는 정부의 바람과 달리 서민물가는 여전히 비상체제다. 한번 치솟은 물가는 도통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국정 공백기에는 물론 4월 28일 이후에도 물가는 거침없이 올랐다. 특히 체감물가 지표인 생활물가지수와 신선식품지수의 오름세가 계속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 상승했다. 하지만 생활물가지수와 신선식품지수는 각각 2.5%, 5.6%로 상승폭이 더 컸다.

정부가 손 놓은 사이…

문제는 축ㆍ수산물 물가다. 봄채소 출하로 농산물 가격은 안정세를 찾았지만 이번엔 축산물과 수산물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5월 기준, 달걀은 전년 동월 대비 67.9%, 닭고기는 19.1%, 돼지고기는 12.2% 올랐다. 가격이 급등해 ‘금징어’라 불리는 오징어는 무려 59%나 상승했다.

신선식품만이 아니다. 제품 가격도 꾸준히 올랐다. 4월 말 이후에 가격 인상을 단행한 업체만도 여럿이다.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 치킨업체인 BBQ는 한달여 사이 가격을 두 번이나 올렸다. 5월 1일 대표메뉴인 황금올리브 치킨 가격을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올린 데 이어 5일에는 다시 1만9000원으로 인상했다. 잇따른 가격 인상에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16일, 두번의 가격 인상을 없던 일로 하긴 했지만, BBQ 사례는 국정 공백이 낳은 대표적인 가격 해프닝으로 남게 됐다.

전문가들과 소비자단체는 치솟는 물가와 업체들의 줄을 잇는 가격 인상이 물가를 점검하고 관리해야 할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공백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부 눈치 볼 일 없으니 업체들이 손쉽게 가격을 올렸다는 거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업체들이 주장하는 요인들은 가격 인상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면서 “업체들의 꼼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가격담합, 과점시장에서의 가격 동조화 현상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물가관계차관회의 겸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TF 회의’는 4월 28일 이후 열리지 않았다.[사진=뉴시스]
4월 마지막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도 나왔던 얘기다. 당시 정부는 “생필품 가격정보 공개 등 경쟁여건을 조성해 서민물가가 안정세를 찾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단체 등과 연계해 가격비교, 원가 검증 등 시장 감시 활동을 강화해 시장질서 교란행위(담합, 편승 인상 등)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설득력 떨어지는 업체들의 가격 인상에도 정부는 강경 ‘대응’을 하지 않았다. BBQ가 가격 인상을 발표했을 때 정부가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게 전부다. 그러다보니 가격 인상과 철회 를 손바닥 뒤집듯 반복하고 있는 거다.

새 정부가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 절차 없이 출범한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장·차관 인선에 집중하느라 물가 대책에는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16일 당정은 오랜만에 생활물가 안정 대책을 논의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물가 동향 보고를 받고 관계부처에 “서민의 생계비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생활물가 안정에 각별히 신경을 써달라”고 주문한 지 하루만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AI와 가뭄 등으로 달걀, 닭고기, 냉동 오징어 등 생활물가가 올라 그렇지 않아도 힘든 서민의 살림살이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며 “당정협의에서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4월 28일 이후 50일 만에 물가 관련 회의가 재개됐다. 16일 정부와 여당은 생활물가 안정 대책을 논의했고, 19일엔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었다. 구멍 난 물가관리 시스템은 다시 메워질 수 있을까.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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