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금리역전 시간 문제

▲ 한ㆍ미 금리 역전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가계부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효율적인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필요할 때다.[사진=뉴시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가 같아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14일 기준금리를 연 1.0~1.25%로 0.25%포인트 올린 결과다. 예고된 인상으로 금융시장에 미친 파장은 크지 않았지만, 문제는 미국의 금융긴축 방아쇠가 잇따라 당겨질 것이란 점이다.

미국의 돈줄 죄기는 금리인상과 연준 자산 축소라는 양적긴축(QT), 투 트랙으로 이뤄진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채와 주택담보부증권 등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고 4조50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보유해왔다. 연준이 자산을 매각하면 그동안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회수되는데, 하반기부터 자산 매각에 나설 태세다.

기준금리에 대해 연준은 올해 한차례 더, 내년 중 세차례 인상할 것임을 확인했다. 이르면 9월, 늦어도 12월에 올리면 한ㆍ미간 금리는 역전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압력도 그만큼 커진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12일 한은 창립 기념사를 통해 통화완화 정책의 수정 가능성을 내비친 배경이다.

경제현상이 다 그렇듯 미국의 금리인상이 우리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뚜렷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세계 경제 회복과 한국의 수출 경기에도 보탬을 준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 경제의 취약점, 아킬레스건을 건드려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특히 한ㆍ미간 금리역전이 현실화하면 미국으로 자금이 환류하는 ‘머니 무브(money move)’가 본격화하며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 국내 시장금리가 올라가면서 가계의 부채 부담이 가중되고, 미약하나마 회복 조짐인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되며, 경기회복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발 긴축 방아쇠에 맞춰 금리를 올리자니 14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가 시한폭탄이다.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사업하는 자영업자나 대출 받아 아파트를 사들인 개인들이 불어나는 이자 부담에 허덕일 게다. 형편이 빠듯한 한계 가계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일수록 타격이 클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만 금리를 올리지 않고 버티자니 700조원에 이르는 외국인 자금 이탈을 걱정해야 한다. 직전 금리 역전기(2005년 8월~2007년 8월), 국내 증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자금은 19조7000억원에 이른다. 한ㆍ미간 금리역전은 시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올리지 않고 버티기는 불가능하다. 1999년 6월 한ㆍ미간 금리가 처음 역전됐을 때 한은은 8개월 뒤, 2005년 8월에는 두달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번에도 시차의 길고 짧음 정도이지 한은이 금리역전 상황을 버텨내진 못할 것이다. 미국이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올리면 내년 초(1분기), 미국이 예상보다 이른 9월에 올리면 인상 시기를 앞당겨야 할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에 따라 한국의 기준금리 조정 여부와 시점이 영향을 받는 구조다.

시장금리는 이미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장기금리와 함께 금융회사 대출금리가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저금리 잔치는 끝났다. 정부는 물론 가계ㆍ기업 등 경제주체들도 부채 관리에 나설 때다. 무리한 대출로 부동산을 사들인 가계는 서둘러 부채 다이어트를 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선제적 구조조정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미리 옥석을 가려야 금리가 오르는 과정에서 견실한 기업이 자금경색을 겪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정부는 조만간 내놓을 부동산 대책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다시 조여야 할 것이다. 8월로 잡아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일정도 앞당기고.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 불기 시작한 부동산 광풍도, 가계부채 급증세도 함께 누그러뜨려야 한다.

공교롭게도 부동산 광풍과 한ㆍ미간 금리역전 상황 모두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이래 12년 만의 데자뷔다. 상당 부문 정책에서 참여정부를 계승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J노믹스의 분발을 기대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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