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별 왜곡된 부동산 대책

▲ 참여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했지만 되레 집값을 띄우는 결과를 낳았다.[사진=뉴시스]
‘투기 억제를 통해 주거 안정’을 꾀하려던 노무현 정부는 집값 폭등을 막지 못했다. 부동산 규제를 풀어 ‘경제활성화’ ‘내수진작’을 이끌어내려던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는 천문학적인 가계부채를 쌓았다. 시장은 마치 청개구리처럼 정부의 뜻과는 반대로 튀었다.

“부동산 과열 지역에 선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밝힌 부동산 정책의 방향이다. ‘부동산 투기를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핀셋 규제를 예고한 셈인데,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 등 일부 지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지역을 겨냥한 규제는 풍선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강남 지역의 규제가 강화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자 강북 일대의 집값이 꿈틀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북3구로 꼽히는 성동구, 마포구, 용산구의 9일 현재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2월 대비 평균 20만원(1㎡ 당)씩 올랐다.

정부의 의도와는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건데, 사실 이런 부작용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를 보자.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기조는 ‘투기 억제를 통한 서민 주거 안정’이었다. ‘투기 억제→부동산 수요 감소→부동산 가격 하락→주거안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게 원래 의도였다.

이를 위해 노무현 정부는 강남3구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고, 종합부동산세 도입ㆍ양도소득세 중과세ㆍ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도입 등 규제책을 꺼내들었다. 여기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40%(투기지역)까지 낮추는 등의 금융규제도 시행했다.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 실거래 신고 의무화, 거래가격 등기부 등재 등 투명한 부동산 거래를 만드는 데에도 힘을 쏟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2003~2007년) 때의 서울 주택매매 가격상승률은 42.9%에 육박했다. 문제는 전국 주택매매 가격상승률도 24.2%에 달해 일부 지역에 집중됐던 과열 현상이 전국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버블세븐(강남ㆍ서초ㆍ송파ㆍ목동ㆍ분당ㆍ용인ㆍ평촌)’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빚 져서라도 집 사는 게 남는 장사’라는 말이 유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여정부와 MB정부의 엇갈린 행보

반면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노무현 정부 때와 정반대였다. ‘세제감면을 통한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목표로 삼았다. 당연히 노무현 정부에서 강화한 규제들을 완화하는데 주력했다. 취득ㆍ등록세ㆍ다주택자 중과세 등을 감면하고 미분양 주택의 양도세를 면제한 건 대표적이다. 투기지역ㆍ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고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도 완화했다. 재개발ㆍ재건축 규제 장벽도 낮춰 건설사들의 참여도 이끌었다.

흥미로운 건 이명박 정부 역시 부동산 시장을 의도대로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각종 규제를 완화했음에도 집값은 오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시장은 더욱 위축됐다. 이명박 정부(2008~2012년) 기간 주택매매 가격상승률은 전국 13.1%, 서울 2%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두가지 양상으로 흘렀다. 정권 초기엔 부동산 시장 부양책이 이어졌다. 부동산 시장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의도에서였다. 2014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DTI와 LTV를 대폭 완화하는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낮춰 “빚내서 집 사라”며 종용하는 정책을 폈다.

여기에 분양가상한제ㆍ초과이익환수제도ㆍ재건축 조합원 1인 1가구 폐지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부동산 3법도 통과했다. 결과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불황은 더 깊어지는데 되레 가계부채는 쌓여갔다. 박근혜 정부가 4년 동안 쌓은 가계부채는 378조7324억원으로 노무현 정부(200조6822억원)와 이명박 정부(298조4002억원)를 한참 웃돌았다.

지난해 11월 3일 부동산 부양책 일변도였던 박근혜 정부가 규제의 칼을 빼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산 등 일부 지역을 조정 대상지역으로 선정, 전매제한 기간 강화, 청약 1순위 자격 제한, 재당첨 제한 등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조정지역 외에 규제를 받지 않는 곳으로 투기세력이 몰리면서 되레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약은 증상에 따라 달리 처방해야

유선종 건국대(부동산학) 교수는 정부의 의도가 왜곡되는 이유를 “시장은 살아있는 반면 정책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렇게 꼬집었다. “정책 목표를 명확하게 세운 뒤 구체적인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 수요, 공급, 금융, 세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대책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당시의 상황과 지역적 특성, 장단점을 모두 살펴야 한다. 약을 환자와 증상에 따라 다르게 처방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난 세 정부가 폈던 부동산 정책의 의도가 나빴던 건 아니다. 하지만 시장은 단 한번도 정부의 의도대로 흘러간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어떨까. 제맘대로 움직이는 부동산 시장을 통제할 수 있을까.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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