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왜곡의 경제학③]꾸미면 값 오르고 오르면 못 살겠고
[부동산 왜곡의 경제학③]꾸미면 값 오르고 오르면 못 살겠고
  • 김다린 기자
  • 호수 244
  • 승인 2017.06.22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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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의 삼단역설

▲ 도시재생 사업을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기존 재개발 사업과 다를 바 없을지 모른다.[사진=뉴시스]
대통령이 특정 도시를 두고 “잘 꾸미겠다”고 약속했다. 그 도시의 땅값이 오를 건 분명하다. 문제는 “잘 꾸미겠다”의 뉘앙스다. 지역경제 활성화, 주거복지 등을 염두에 둔 말이인데, 땅값이 치솟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도시재생. 그야말로 재생(Renewal)이다. 낡은 아파트를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짓는 기존의 개발 사업과는 결이 다르다. 환경적ㆍ경제적사회문화적인 요소를 모두 고려해 도시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오래되고 불편한 인프라를 정비하고 노후주택을 새롭게 단장한다. 주택을 공공임대로 전환해 주거복지까지 챙긴다.

몰락한 탄광촌을 세계적인 예술도시이자 관광지로 바꾼 영국 게이츠헤드, 오래된 화물 운송 철로가 놓인 고가를 녹지공원으로 조성한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 등이 유명하다. 우리나라에도 도시재생 열풍이 불고 있다. 오래된 일은 아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사업을 시작으로 몇몇 지자체가 선진국의 도시재생 콘셉트를 국내로 들여왔다.

이런 움직임은 국가 차원으로 번졌다. 2013년 ‘도시 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다. 우리나라에서 진행 중인 도시개발 사업은 46개(2017년 4월 기준)나 된다. 우리나라가 도시재생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형 재개발 사업의 폐해 때문이다. 기존 민간기업 중심의 도시개발 사업은 주택을 공급하는 일에만 집중했다. 개발 이익을 얻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지역 공동체가 파괴됐다.

철거민들의 희생도 뒤따랐다.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곳마다 이익을 둘러싼 치열한 갈등이 발생했다. 용산참사는 극단적인 예다.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나게 된 철거민들의 항의 시위를 두고 공권력이 무모하게 진압작전을 펼치다 빚어진 참극이었다. 용산참사의 아픈 경험은 ‘도시 개발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도시재생 바람 부는 이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부동산 공약도 ‘도시 재생’이다. 그간 사업성이 없어 개발계획이 뒷전으로 밀린 구도심 500여곳과 노후 주거지에 공적자금 10조원을 매년 투입해 되살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매년 39만개의 일자리가 창출하고 저소득층 주거와 영세 상업공간을 의무적으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재생작업을 마친 도시는 살기 좋아진다. 유동인구도 늘어난다. 더구나 구도심은 낙후된 저층 주거지이지만 입지가 좋다. 개발하면 땅값이 큰 폭으로 오를 공산이 크다. 정부가 ‘사업성’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더라도 자연스레 사업성이 생긴다는 얘기다.

최근 우리나라 도시사회의 이슈로 꼽히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렇게 발생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료가 저렴한 도심에 독특한 분위기의 갤러리나 공방, 소규모 카페 등의 공간이 생기면서 시작된다. 이들 상점이 입소문을 타고 사람이 몰리면, 대규모 프랜차이즈점들도 입점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임대료가 치솟고, 기존 상점 주인들은 이를 감당하지 못해 동네를 떠난다. 서촌, 연남동, 망원동, 경리단길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는 우리가 알던 투기세력이 개입한 게 아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어김없이 땅값과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갖고 있는 천성이다. 이렇게 되면 새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의 성공도 장담하기 어렵다. 더구나 문 대통령의 공약에는 민간참여가 전제가 돼있다. 이미 시장은 이를 ‘투기 재료’로 읽었다. 노후주택이 많은 서울 강북 지역의 집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전은호 토지자유연구소 센터장은 실마리로 ‘참여와 소통’을 꼽았다. 전 사무국장의 말을 들어보자. “도시재생은 그 주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연계성을 갖는지를 함께 고려해 마스터플랜을 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해당사자간 소통과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국의 킹스크로스역 재생 프로젝트를 보자. 실행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부터 지역주민과 이해관계자들 간 기본원칙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고, 이후에도 계획을 확정하기까지 소통과 합의에 공을 들인 기간이 6년에 이른다. 개발이익만 탐하는 투기세력이 진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도시재생 뉴딜, 첫 발 잘 떼야

문제는 우리나라가 장기비전을 갖고 도시재생을 진행한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많은 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겨나서다. 대다수 사업자들이 이런 점을 알고 단기간에 사업을 끝내려 한다. 이번 정부도 임기 내 성과를 내려 할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지역주민과 관계자들의 참여가 밀려나게 된다.

정기황 문화도시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는 자본과 이윤이 아니라 사람과 공동체의 가치를 지향하는 도시의 삶을 모색하는 일 자체를 낯설어 한다”면서 “정부는 청와대와 각 부처가 긴밀히 공조해 부작용을 줄이겠다고 설명했지만 진짜로 필요한 건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라고 꼬집었다. 그는 “참여정부의 뉴타운 개발 계획이  투기세력의 놀이터가 된 경험에서 얻은 공감대로 늦더라도 천천히 방향을 잡고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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