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배터리 3사 동유럽 진출 괜찮나

▲ 동유럽은 유럽 전기차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지만 정치 리스크도 만만찮다.[사진=뉴시스]
전기차배터리 3사(삼성SDIㆍLG화학ㆍSK이노베이션)가 동유럽에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유럽 전기차시장 공략이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싸늘하게 식은 중국시장에서 뺀 발을 동유럽으로 돌린 면이 없지 않다는 분석도 많다. 중요한 건 동유럽이 거점으로서 활용도가 높지만 중국 못지않은 정치 리스크도 크다는 점이다.

“올해 안에 유럽에 신규 배터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헝가리나 체코 등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싼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검토 중이다.” 지난 5월 30일 SK서린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이노베이션 윤예선 배터리ㆍ전자정보소재(B&I) 사업 대표가 밝힌 계획이다.

이로써 2018년이면 삼성SDI와 LG화학에 이어 SK이노베이션까지 전기차배터리 사업을 진행 중인 3대 기업이 동유럽에 생산기지를 갖출 전망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8월 헝가리 괴드시에 생산공장을 짓기 시작해 올해 5월 준공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10월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공장을 짓기 시작한 LG화학은 2018년 2분기부터는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배터리 3사가 동유럽에 코드를 꽂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유럽 전기차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2025년까지 내연기관(휘발유ㆍ경유) 자동차 판매를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독일도 2030년 이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독일은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업체가 집중돼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서 내연기관 자동차 제재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동유럽에 공장을 지으면 유럽시장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할 거라는 얘기다.

둘째는 중국발 리스크에 따른 대안 모색 차원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해 중국 내 전기차배터리 생산활동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삼성SDI와 LG화학은 지난해 4차례에 걸쳐 중국 전기차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을 받는데 실패, 현재 5차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완성차업체는 전기차를 생산하면 중국 정부에 보조금을 신청하는데, 한국기업의 전기차배터리를 채용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의 베이징 공장은 공급물량 급감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해 추진하던 셀 공장 건설도 중단한 상태다.

문제는 동유럽으로 가면 전기차배터리 3사가 원하는 기대감을 충족하고, 중국발 리스크와 같은 상황을 겪지 않겠느냐는 거다. 일단 시장은 긍정적이다. 유럽 전기차시장 전진기지로서 동유럽 진출의 효과가 클 거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정치 리스크는 중국이나 동유럽이나 도긴개긴이라는 분석도 많다.

헝가리와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은 현재 난민수용 문제로 EU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반EU 정서가 강하다. EU집행위원회는 이들 국가에 ‘법적인 조치’를 하겠다는 엄포까지 해놓은 상태다. 이베스트증권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폴란드를 제외하면 내수시장이 거의 없다”면서 “만약 이들 국가가 수출에 차질을 빚는다면 이는 불안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동유럽 국가의 강압적인 정치로 인해 내부갈등도 만만찮다”고 덧붙였다. 기회가 있는 만큼 분명 리스크가 있고, 이를 위한 대안 마련도 꼭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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