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오늘도 통화 중」

텔레마케터 향한 세상의 불편한 편견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누구나 하루 한번 들을 법한 목소리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텔레마케터다. 우리 인식 속에 텔레마케터는 크게 두가지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시시때때로 전화를 걸어 억지로 상품 구매를 강요하는 귀찮은 존재 혹은 악성고객에 시달리는 안쓰러운 감정노동자. 하지만 선입견과 달리 텔레마케터는 기업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혁혁한 공신이다. 이 책은 텔레마케터의 강력한 두가지 이미지에 가려진 텔레마케터의 진짜 모습을 이야기한다.

텔레마케터를 보여주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국가 인권위원회는 텔레마케팅 종사자가 30만명에서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이 각자 시도하는 통화 건수는 하루 200건 이상이다.

하지만 텔레마케터가 막무가내로 아무 전화번호를 눌러서 상품이나 서비스 구매를 강요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해다. 텔레마케팅 업체들은 마케팅 활용에 동의한 고객에게만 전화를 걸어 영업한다. 체계적인 보안 교육을 거쳐 고객의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이다.
▲ 감정노동, 갑질횡포, 비정규직 등 여러 사회 이슈의 중심에 텔레마케터가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저자는 텔레마케팅이 경기 변동을 덜 타는 전천후 마케팅이라고 말한다. 불황일수록 더욱 강한 영업력을 발휘하고, 호황일 때에는 판매력과 수익률을 증진시킨다는 거다. 이런 이유로 텔레마케팅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텔레마케터는 상담 유형에 따라 인바운드(inbound), 아웃바운드(outbound), 블렌딩(blending) 등 세가지로 분류된다. 인바운드는 고객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문의를 접수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아웃바운드는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서비스를 제안하거나 시장조사, 여론조사를 수행한다. 블렌딩은 인바운드 고객 서비스와 함께 아웃바운드의 영업활동까지 하는 혼합형 모델이다. 이 책은 세가지 유형 중 아웃바운드 텔레마케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매일 수많은 사람과 접촉하는 텔레마케터의 직업적 특성상 세상의 공기 흐름을 예민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로부터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자리에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각박한 세상살이의 비바람을 맨 앞자리에서 맞는 텔레마케터는 누구일까. 이 책에 등장하는 텔레마케터의 사례는 다양한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던 청년부터 잘 나가던 중국 사업가, 전직 메이크업 아티스트, 중국어 번역가까지. 직업적 자부심을 가지고 즐겁게 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저자는 “텔레마케터가 지닌 다른 모습이 간과되는 게 아쉬웠다”면서 “4차산업혁명 시대에 사라질 직업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여전히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는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이자 직업이다”고 말했다.

세가지 스토리

「넛셸」
이언 매큐언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자궁 속 태아를 화자로 내세워,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파격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지적이면서 위트넘치는 태아의 독백은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뿐 아니라 인간의 덧없는 욕망과 이기심, 도덕의 본질, 현대 사회의 문제까지 파헤친다. 저자는 실제로 만삭의 며느리와 이야기하던 중 태아의 고요한 존재감을 강렬히 인식한 것에서 작품의 탄생했다고 밝혔다.

 
「서울 문학 기행」
방민호 지음 | 아르테 펴냄

서울이라는 장소를 한 축으로 설정하고, 그곳에 쌓인 시간을 들여다 본다. 한국 문학사 대표 작가들이 남긴 시와 소설에 등장한 서울의 장소가 작품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풀어낸다. 저자는 그들이 서울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낳은 이야기는 곧 ‘우리의 보편적인 삶’과 맥을 같이한다고 말한다. ‘서울의 시간’을 들여다보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김학진 지음 | 갈매나무 펴냄

사회신경과학자인 저자는 ‘우리는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면서도 왜 남의 눈치를 볼까’와 같은 인간의 가치 판단 과정을 뇌과학으로 설명한다. 특히 이타적인 행위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소개한다. 선의에서 비롯된다고 여겼던 이타적인 행동이 개인의 생존 가치를 높여주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이타적인 행동이 타인의 호감을 이끌어 내고, 구성원으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기 때문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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