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100세 인생 | 「비수론」 저자 전창선 약산약초교육원장

요즘 한의학계에 충격파를 던진 전문의서가 출간돼 화제다. 한의학의 바이블로 인식되던 ‘상한론’ 등을 독자적 시각으로 해석한 「비수론肥瘦論」이다. 이 책의 저자 전창선 약산약초교육원장은 “한의학 치료 원리는 고대 중국 하夏왕조 시조인 우왕의 치수治水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중국 선종禪宗의 큰 획을 그은 당나라의 고승 임제臨濟 선사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殺佛殺祖)”고 말했다. 이는 수행자가 부처나 조사祖師라는 상을 깨뜨리고 기존의 사상이나 관습 등 속박에서 벗어나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요즘 한의학계에 이와 같은 도발적인 의서가 출현해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한의학의 바이블처럼 인식되고 있는 ‘상한론傷寒論’이나 ‘금궤요략金匱要略’ ‘동의보감’ 등을 독자적인 시각으로 완전히 재해석한 「비수론(肥瘦論ㆍ와이겔리)」이 바로 그 책이다. 전문서적임에도 출간 다음주부터 현재까지 9주 연속 네이버 공식 베스트셀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창선 경희한의대 박사(약산한의원 원장)가 10년 동안 공들여 저술한 이 책은 잡다한 의약정보서적들만 난무하는 이 시대에 한의학을 정통으로 공부한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논리로 암묵적ㆍ관습적으로 시술해오던 한의학의 치료 원리를 상세히 밝히고 있다. 또한 그 원리를 바탕으로 실제 임상에서 한의사들이 어떻게 진단, 처방하는가를 낱낱이 밝힌 본격적인 의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책의 분량도 약 60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하다. 

▲ 전창선 원장은 최근 상한론 등 한의학의 바이블을 재해석한 「비수론」을 출간했다. 경희대 한의학 박사인 그는 튼튼마디한의원 설립자다.[사진=더스쿠프포토]
보수성이 강한 한의학계에서 한의학의 기본원리에 관한 강한 주장이 자칫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겠지만 「비수론」 출간 이후 동업인들 사이에서도 찬사가 쏟아지고 있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 「비수론」은 근대 한의학을 새로이 정립했다(옴니허브대표 한의사 허담)” “저는 감히 이 시대 최고의 임상의서라고 확언합니다(안세영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 “기존의 한의학적 패러다임이 지나치게 철학적인데 비해 「비수론」은 매우 심플하면서도 오묘하다(한의학박사 허정원)” 등 호평 일색인 이유가 궁금해서 그를 만났다. 저자는 「비수론」 출간 전에도 「음양이 뭐지」 「오행은 뭘까」 「음양오행으로 가는 길」 「먹으면서 고치는 관절염」 등 한의학도들의 필독서인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저술한 바 있다.

✚ 한의학의 치료 원리를 홍수와 가뭄을 다스리는 우왕禹王의 치수治水와 비교한 까닭은 무엇입니까?
“사람의 ‘몸’도 자연입니다. 고대 중국 하夏왕조의 시조인 우왕이 강을 준설하고 샛강을 내는 방법으로 홍수를 다스렸는데, 자연을 다스리는 그런 방법이 몸에 그대로 응용돼 한의학의 치법인 한토하汗吐下(병을 고치기 위해 땀을 내거나 토하게 하거나 설사를 하게 함) 삼법이 시작됐고, 한의학의 기본원리는 여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내용을 「비수론」 에서 밝힌 것입니다.”

✚ 「비수론」 은 한의학도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상한론’ ‘금궤요략’ ‘동의보감’ 등과 상반된 이론인가요?
“그럴 리가 있나요. ‘상한론’과 ‘금궤요략’에서 한의학이 시작됩니다. 한의학의 바이블이지요. 조선시대에 편찬된 ‘동의보감’은 역대 의서들의 핵심을 정리한 백과사전입니다. 이들을 부정하고는 한의학이 있을 수 없습니다. 단, 상한론과 금궤요략은 AD150년께 후한 말엽에 나온 고서로 유의이불언有意而不言(깊은 뜻은 있으나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 것)한 부분이 많아 수많은 주석서와 다양한 해석이 있어 왔습니다. 비수론에서는 상한론의 해석뿐만 아니라 상한론 이전까지 유추하여 한의학의 본뜻을 밝혀 봤습니다.”

✚ 가장 핵심적인 이론은 무엇입니까?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는, 한의사들이 환자를 진단할 때 변증辨證의 규거준승規矩準繩으로 삼는 소위 ‘팔강八綱(음ㆍ양ㆍ표ㆍ리ㆍ한ㆍ열ㆍ허ㆍ실)’에, ‘비수肥瘦(살이 찌고 마름)’와 ‘위기胃氣의 강약强弱’을 도입하자는 것입니다. 늘 착잡錯雜되어 헷갈리기 쉬운 표리한열허실表裏寒熱虛實의 육변六變 분별보다는, 형이하학적으로 확 드러나는 비수강약肥瘦强弱 판단이 쉽고 유용합니다. 두번째는 임상에서 잊히는 고대 원시공법인 한토하삼공법汗吐下三攻法을 적극 부활시키자는 것입니다.”

✚ 고대 원시공법은 어떤 것입니까? 지금의 치료법이 훨씬 발달한 것 아닌가요?
“고대 원시공법이란 간단하고 적은 양의 약물을 이용해 땀을 내고, 토하고, 설사를 시키는 치료법입니다. 아주 원시적인 치료법이지만 내 몸의 생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고 치료비가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단, 토하고 설사를 시키는 강력한 치료법이므로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지도 아래 진행해야 합니다. 서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모든 치료법은 나름의 의미가 있으므로 치료법 간의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에서 의사는 의공醫工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의사는 환자의 병을 다스리고 치료하는 기술자이지 선생(師)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용의庸醫(의술이 떨어지는 의사)들이 이런 저런 약을 처방하다가 안 되면 스스로 반성해야 하는데 오히려 환자를 훈시하기 시작합니다. 권위적이면서 환자에게 군림하는 의사, ‘마음’을 강조하는 의사는 조심해야 합니다. ‘마음’은 종종 용의들이 자신들의 저급한 실력을 숨기기 위한 도피처가 되기도 합니다.”

✚ 그토록 위대한 원시공법原始攻法이 의료 전면에서 점차 후퇴한 이유를 말씀해주시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직설적으로 말한다면 일단 원시공법은 합당한 수가를 요구하기가 곤란합니다. 의사가 노력하는 만큼 보답이 없는 거지요. 또 원시공법으로 병세가 호전돼도 환자 입장에서는 ‘토하고 설사시킨 것’으로 좋아졌다고 믿지도 않고요. 토하고 설사를 시킬 때 한나절 몹시 힘든 것도 이유가 됩니다.”

✚ 10년이란 긴 세월에 공들여 「비수론」 을 저술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서양의학뿐만 아니라 한의학도 하나의 철학이나 사상으로 통일된 학문이 아닙니다. 백가쟁명百家爭鳴 하듯 역사적으로 수많은 학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의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한평생을 임상한의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한의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학파든, 어떤 학자든 수긍할 수밖에 없는 한의학의 통일된 본지本旨(본뜻)를 밝히고 싶었습니다. 상한론 이후 2000년 가까운 한의학 역사상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수많은 의서의 행간에 숨어있던 한의학의 본지를 확연하게 드러내고 싶었던 거지요. 한의사로서 인생의 가장 큰 숙제를 끝냈다는 기분입니다.”
김국진 더스쿠프 대기자 bitkun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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