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vs 메디톡스 누가 이길까

▲ 보톡스 기술을 둘러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다툼이 법정공방도 불사할 정도로 격해지고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우리 기술을 탈취했다.” “자체 기술이다.” 최근 제약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두 업체의 입장이다. 보톡스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기술을 탈취해 보톡스 제품을 만들었다는 게 갈등의 핵심인데, 최근엔 법정공방으로 번질 공산이 커졌다. 문제는 누구에게도 득 될 게 없는 소송이라는 거다. 이른바 ‘보톡스 전쟁’이다.

최근 ‘보톡스’를 둘러싸고 두 제약업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제약업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얘기다. 두 업체는 그동안 보톡스제품(보툴리눔 독소제제)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핵심기술인 보툴리눔 균주의 ‘기술 도용’ 논란으로 갑론을박을 벌여왔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신들의 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했고, 대웅제약은 “근거 없는 비방이다”면서 도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동안 별다른 진전 없이 신경전에 그쳤던 두 업체 간 다툼이 지난 7일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메디톡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대웅제약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법정공방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무시일변도였던 대웅제약도 더 이상 전면전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건 왜 국내 법원이 아니라 미국 법원이냐는 점이다. 한편에서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의 미국시장 진출을 늦춰보려고 괜한 딴죽을 걸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웅제약의 보톡스제품 나보타가 미국시장 진출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국내 제약사 가운데 보톡스 제품을 생산하는 곳은 총 세곳이다. 2006년 메디톡스가 국내 최초로 보톡스제품 ‘메디톡신’을 내놨고, 이후 2010년 휴젤이 ‘보툴렉스’, 2014년 대웅제약이 ‘나보타’를 잇따라 출시했다. 하지만 미국시장 진출 속도는 메디톡스가 가장 늦다. 대웅제약은 현재 임상 3상을 완료하고 미국FDA(식품의약국)의 품목허가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3사 중 가장 빠르다. 휴젤은 임상 3상을 진행 중이고, 메디톡스는 곧 임상 3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중요한 건 미국 시장의 진출 여부가 업체 간 경쟁 판도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미국 보톡스 시장은 지난해 약 2조원 규모였다. 같은 기간 국내 시장규모가 1000억원가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시장에서 5%의 점유율만 확보해도 국내 시장을 독점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메디톡스의 소송 제기 이유가 대웅제약의 미국시장 진출을 저지하려는 심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FDA로부터 승인이 날 경우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국내 보톡스제품 가운데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첫 제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보타의 미국시장 진출이 현실화하면 국내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메디톡스의 아성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토러스증권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톡스 시장은 메디톡스가 약 40%를 점유했고, 휴젤과 대웅제약이 각각 30%, 10%가량을 차지했다. 하지만 미국시장 진출 이후 이런 구도는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럼에도 대웅제약은 별일 아니라는 반응이다.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충분히 반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기술을 무단 도용했다는 것은 메디톡스의 주장일 뿐”이라면서 이렇게 잘라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기술로 균주를 분리동정하는데 성공했고, 국가에서도 이를 인정해줬다. 이는 메디톡스의 것과는 전혀 다른 균주다.”

미국FDA 승인 앞두고 뒤늦은 제소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대웅제약 나보타의 미국FDA 품목허가 승인 절차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FDA의 승인절차는 소송과 별개로 진행된다”면서 “소송 1심이 보통 1년 정도 걸리는데 FDA승인도 1년가량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보타의 시판에는 크게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소송이 길어질 경우엔 일시적으로 판매중지를 걸어놓고 소송이 진행되겠지만 패소하지 않는 한 큰 문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메디톡스 입장은 어떨까. 무엇보다 미국시장 진출의 속도경쟁에는 크게 걱정이 없는 모습이다.

▲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신들의 기술을 탈취했다고 주장하고, 대웅제약은 근거없는 비방이라며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회사 관계자는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KGMP(한국 우수의약품 제조기준)인증을 받은 공장에서 생산된 거라 cGMP(미국 의약품 제조기준)에도 부합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게 상당히 까다롭다”면서 “반면 우리는 이미 cGMP 인증을 받은 상태로 임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실제론 그렇게 뒤처진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가 뒤늦게 소송을 진행하게 된 건 대웅제약이 기술을 탈취했다는 걸 확신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제약업계 한 관계자의 말은 흥미롭다. “그동안 주로 언론플레이를 하던 메디톡스가 본격적으로 법적 절차를 밟았다는 것은 그만큼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방증이다. 전 메디톡스 직원이 대웅제약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관련 정보를 넘겼다는 증거를 메디톡스가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보톡스 기술 도용 문제를 두고 양사 간의 대립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물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누구의 말이 옳았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건 있다. 소송 그 이후의 일이다. 이번 소송에서 진 업체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웅제약은 미국 시장에 나보타를 출시하기 위해 사활을 걸어왔다”면서 “이번 건이 무산된다면 그 여파는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소송 그 이후

실제로 대웅제약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47%로, 50%대에 달하는 메디톡스, 휴젤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대웅제약이 수익률이 높은 보톡스 시장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반면 메디톡스가 소송에서 진다면 대웅제약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대웅제약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기술 도용 리스크를 스스로 떼어주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나보타의 미국 시장 선점도 메디톡스엔 큰 타격이다. 이번 소송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소송 이후 보톡스 시장의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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