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걸의 有口有言] 갓뚜기와 갓댐
[윤영걸의 有口有言] 갓뚜기와 갓댐
  • 윤영걸 편집인
  • 호수 245
  • 승인 2017.06.2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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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두 회장의 이야기

▲ 일감몰아주기, 담합 등을 일삼는 기업을 향해 소비자가 준엄한 엄벌을 내려야 할 때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오뚜기식품은 흥미로운 기업이다. 생산되는 제품 종류는 300여개로 식품업계에서 1위인데, 유독 시장점유율 1등 제품이 많다. 케첩, 마요네즈, 카레, 수프, 레토르트 등 25개 제품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뒤늦게 뛰어든 라면시장에서도 삼양라면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선데 이어 선발주자인 농심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거의 모든 제품의 포장디자인에 밝은 노란색을 배경으로 쓸 정도로 투박하고 촌스럽지만, 영업력은 국내 식품업계 최강이다.

이 회사가 눈에 띄는 것은 ‘착한 상속세’이다. 지난해 9월 함태호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선대회장으로 주식을 물려받으면서 부과된 1700억원을 모두 납부(5년 분납)키로 했다. 일감몰아주기 등 편법을 동원해 경영승계를 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는 탓에 소비자들은 함 회장의 ‘정직한 상속’을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마트, 시식사원 등 모든 직원을 100%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는 것과 식품업계의 가격인상 러시 상황에서 라면값 동결을 결정한 것 역시 오뚜기에 대한 소비자 호감을 높이는 요소다. 정도경영과 사회공헌에 힘입어 회사 주가가 10년 만에 20배 이상 뛰었다. 오뚜기가 아니라 ‘갓(God)뚜기’라는 별명이 붙었다.

함영준 회장이 은둔의 경영자로 불릴 정도로 대외활동을 꺼린다면 김홍국 하림 회장은 활발한 네트워크에 힘입어 회사를 그룹규모로 키워냈다. 1957년 전북 익산에서 출생한 그는 지방에서 농고를 졸업해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1세에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를 키워 판돈으로 양돈업을 시작해 인수합병으로 하림그룹을 자산규모 10조원대로 육성했다.

그는 AI(조류인플루엔자), 광우병, 구제역 등 축산위기 때 마다 앞장서 정부의 지원과 소비자들의 성원을 호소했다. 국민들은 하림 제품을 많이 구매하는 것이 곧 양계농가를 돕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하림의 성장에는 수많은 1차산업 종사자들의 땀과 눈물이 발판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회장은 집무실에 초등학교 학년별 도덕교과서를 비치해두고 마음이 산란해지거나 어려울 때 펼쳐본다. 그는 자신의 성공비결을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서 배운 기본과 상식에서 찾는다.

그러나 오션, 파이시티 등 굵직한 업체 인수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하림그룹은 성장과정에서 주가조작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자식에 대한 편법 승계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김 회장의 장남인 대학생 김준영(25)씨에게 편법증여에 의한 몸집불리기 방식으로 그룹을 물려줬다는 비난이다. 그룹 최정점에 있는 제일홀딩스의 2, 3대 주주지분을 모두 합치면 44.6%인데 이 소유권은 아들이 갖고 있으며 주식수는 김회장 소유(41.8%)보다 많다.

경영에 참여하거나 회사 성장에 기여한 바 없는 아들이 비상장 회사 주식을 야금야금 확보해 제일홀딩스를 장악했다. 김준영씨는 단돈 100억원의 증여세를 냈다. 그 돈 마저 회사가 유상감자를 하면서 그 대가로 준영 씨에게 100억원을 지급한 것이니 땅집고 헤엄치기식으로 그룹을 통째로 넘겨받은 셈이다.

김 회장은 억울하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재벌의 변칙 편법승계라고 비난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국민이 축산농가라고 해서 밀어줬더니 국가에 보은하기는커녕 갖가지 주자조작시비와 편법논란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하고 급기야 헐값에 자식에게 넘긴다. 김홍국 회장은 “아들이 경영능력이 없다면 전문경영인을 세울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아마 이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실 재벌개혁은 별것 아니다. 자식에게 무리하게 넘기려는 시도만 막아도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진배없다. 현행 상속세율이 50%가 넘으니 3대만 지나가도 그 회사는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정부는 하림그룹의 2세 승계과정과 일감몰아주기 담합 등을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2세 상속을 위해 탈법 행위를 벌였다면 일벌백계해야 한다. 검찰청,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만 눈을 똑바로 뜨고 있어도 이 땅의 꼼수 승계와 일감몰아주기 하도급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오뚜기식품과 하림그룹의 상속세와 증여세에서 나타난 대조적인 모습은 총수 1인이 지배하는 ‘기업지배구조’가 우연한 선의에 의존하는 한계를 보여준다. 이제 소비자들이 나서야 한다. 선한 기업 제품을 활발히 구매해주는 대신 부도덕한 기업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가차 없이 ‘갓댐(goddamㆍ빌어먹을 이라는 비속어)’을 외치며 불매운동을 벌어야 한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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