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사회초년생의 재무설계

▲ 신용카드가 불규칙한 소비생활의 원인이 될 수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최근 한 설문조사 결과 취업준비생 10명 중 9명은 “비정규직이라도 취업하겠다”고 밝혔다. 고용상태가 불안정한 비정규직도 마다하지 않는 건 녹록지 않은 취준생들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일단 취업에 성공한다면, 그다음 단계가 더 중요하다. 적은 돈이라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관리하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

700만명. 취업준비생 수(2017년 현재)다. 사실상 실업자로 여겨지는 취업준비생 수가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고용사정이 악화하면서 취업기간이 길어진 데다 구직활동을 기피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쉽지 않은 환경에 취업 문턱을 넘은 사회초년생들은 축하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취업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남의 돈 버는 일’이라고 하지 않던가. 한달 동안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값지게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제 막 경제활동을 시작한 사회초년생들은 종종 실수를 저지른다. 통장에 들어온 급여가 얼마인지는 알아도, 지출이 얼마인지는 모르는 거다. 당연히 새는 돈도 얼마인지 알 수가 없다.

새어나가는 돈을 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가계부를 쓰는 거다. 최근에는 앱이나 엑셀로 손쉽게 가계부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인 데다 새는 돈까지 꼼꼼히 확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회초년생 장인호(가명ㆍ27)씨도 같은 실수를 범하고 있었다. 장씨는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계약직 교직원으로 8개월째 일하고 있다.

계약직이지만 1년 연장이 가능하고 추후에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어서 일을 시작했다. 첫 달에는 지출할 곳이 많아 둘째 달부터 계획적으로 소비를 할 참이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나서야 장씨는 “한달에 한두번 신용카드 앱으로 사용내역을 확인한다”면서 “정확히 얼마 쓰는지는 모른다”며 재무설계를 요청했다.

01 지출구조


재무설계에 앞서 장씨에게 재무목표가 무엇인지 물었다. 장씨는 “결혼ㆍ주택자금을 마련은 까마득하다”며 “대출 먼저 갚아야 미래 계획도 세울 것 같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장씨의 가장 큰 문제는 대출일까. 먼저 그의 지출 구조를 살펴봤다.

장씨의 소득은 월 141만원(세후)다. 이중 식비ㆍ용돈 등 생활비로 70만원을 썼다. 고정적 지출은 교통비(12만원)ㆍ통신비(10만원)ㆍ저축성보험(5만원)ㆍ보장성보험(10만원)이었다. 또 취업 전 생활비 충당을 위해 받은 대출금 이자가 월 4만7000원이었다.

이 계산이 맞다면 장씨의 지출액과 저축보험액은 월 111만7000원, 잉여자금은 29만3000원이다. 일을 시작한 지 8개월 됐으니 장씨 통장에는 230만원가량이 남아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잔고는 60만원이 전부였다. 이마저도 카드 결재금액으로 빠져나갈 돈이었다. 그렇다면 174만원은 어디로 증발한 걸까.

02 문제점


장씨의 가장 큰 문제는 ‘신용카드’였다. 신용카드 앱을 조회해보니 정씨의 카드 사용금액이 매달 80만~90만원에 달했다. 그가 짐작했던 70만원보다 훨씬 큰 금액이다. 장씨는 ‘직장인의 필수품’이라는 생각에 만들었던 신용카드로 대부분의 소비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지출 금액을 신경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용카드는 편의성, 혜택 등 여러 장점이 있다.

하지만 스스로 절제할 수 없을 때 문제가 된다. 쌓여가는 포인트와 무이자 할부에 가려진 무신경한 소비는 지갑에 구멍을 낼 수 있다.

장씨의 두번째 문제점은 대출금 이자를 ‘과소평가’했다는 점이다. 장씨는 취업 전 제2금융권에서 3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자율은 18.8%(4만7000원)이었다. 일을 시작하면 금방 갚겠거니 하는 생각에 상환계획을 미뤘다. 하지만 일을 시작한 지 8개월째. 대출금을 한푼도 상환하지 않았고 이자만 37만8000(8개월분) 지불했다.

03 개선점


이제 소비패턴을 고칠 차례다. 먼저 신용카드를 없애고 체크카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장씨가 책정한 한달 생활비 60만원을 생활비 통장에 옮기고, 체크카드를 발급받았다. 생활비가 부족할 때를 대비해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CMA통장에 매달 20만원씩 저축, 비상예비자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1년 안에 대출금 전액을 상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월 25만원씩 적금에 가입했다. 또 10만원 납입의 보장성 보험을 실손보험(2만원)으로 축소했다. 대출금 상환을 끝내면 장기 재무목표도 준비할 계획이다.

장씨처럼 잘못된 소비패턴은 당장 고쳐야 한다. 습관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사회초년생들이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이송은 한국경제금융교육원 연구원 yieun2060@gmail.com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