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산율이 반등한 이유

▲ 저출산 문제로 대한민국이 인구 절벽 위기에 몰렸다.[사진=뉴시스]

갈수록 아이 울음소리가 줄고 있다. 막대한 재원과 이런저런 정책을 꺼내도 출산율은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모든 나라가 그런 건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독일은 ‘저출산 시대’를 현명하게 극복하고 있다. 독일은 그 어렵다는 출산율 반등을 어떻게 해냈을까.

저출산ㆍ고령화. 글로벌 사회의 최대 이슈다. 우리나라는 물론 많은 국가들이 출산율을 늘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구가 경제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다. 저출산ㆍ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 기업의 생산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 경쟁력은 악화되고, 기업의 투자와 고용도 축소된다.

이를 우려한 많은 국가들이 막대한 재원을 들여 출산장려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성과를 낸 국가는 드물다. 저출산 기조로 들어선 이상 아무리 노력해도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긴 어려워서다.

이런 맥락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가족 데이터베이스’ 자료는 흥미롭다. 일찍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독일의 합계출산율이 반등했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 1.47명으로 1994년 최저점(1.24)을 찍었던 이후 완만하게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를 말한다.

출산율 상승한 독일

물론 독일이 단숨에 출산율을 끌어올린 건 아니다. 독일의 출산율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데까지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시계추를 1990년대로 돌려보자. 독일은 통일 이후 혼란의 시기를 거치고 있었다. 가정은 출산에 소극적이었다. 이후 2005년 앙겔라 메르켈이 총리가 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메르켈 정부가 집중한 건 ‘가족’이다. 부모 모두가 똑같이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했다. 2007년 시행한 육아휴직 개혁이 시작이다.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유급 휴직이 길어질 경우 경력단절 우려로 인한 출산 기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대신 파트타임 노동자도 육아휴직을 2년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버지가 2개월 육아휴직을 할 경우 2개월 휴가를 더 주는 ‘보너스 제도’도 신설했다. 남성의 육아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2007년 기준 3.5% 수준이었던 남성 육아휴직 참여자는 7년 만에 34%까지 증가했다.

메르켈 정부가 육아휴직 제도에 메스를 댄 이유는 간단하다. 독일 여성에게 자녀 출산은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선택지라서다. 독일은 육아와 경제활동과 함께 병행하기 힘든 환경이다. 남성 가장을 유일한 생계부양자로 삼은 가족 모델이 많았다. 여성이 일을 하더라도 전일제 노동보다는 파트타임으로 노동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메르켈의 번뜩이는 묘책

통계를 보자. 자녀를 둔 독일 가정의 고용형태는 부모 둘다 ‘전일제’로 일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2014년 기준 OECD 평균이 41.4%인데, 독일은 22.2%로 절반에 불과했다. 반면 한쪽은 전일제, 다른 쪽은 파트타임 노동을 하는 부부는 39.5%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이 점에 중점을 두고 제도를 개선한 셈이다.

산후 유급휴가에 따른 부담도 줄였다. 독일의 산후 유급휴가기간은 지난해 기준 14주다. 지급률은 100%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산후 유급휴가기간이 12.9주, 지급률도 79.5%에 불과한 것과는 상반된 수치다.

이뿐만이 아니다. 메르켈 총리는 턱없이 부족한 보육시설을 크게 늘렸다. 여성이 출산 때문에 일을 포기하지 않도록 적극 나선 것이다. 만 0~2세 영아들이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비율을 조사해보면, 독일은 2006년 13.6%였으나 2014년 32.3%로 급등했다.

결국 독일에서는 아이를 낳아도 전일제나 파트타임과 관계없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직장으로 복귀한 경우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는 일도 어렵지 않다. 이런 정부의 노력은 통계로도 잘 드러난다. 독일 정부가 가족에 투자하는 금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03%나 된다. 이는 OECD 평균 2.43%보다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는데도 독일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다.

 
이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자. 우리나라는 2005년 합계출산율 1.08명으로 최저점을 찍은 뒤 2014년 1.21명으로 크게 반등하지 못했다. 정권을 가리지 않고 막대한 재원을 쏟아서 얻은 초라한 결과다. 출산장려 정책이 겉돌고 있다는 증거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당장 지난해 정점(3704만명ㆍ인구의 72.9%)을 찍었다.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해 2060년엔 2187만명(49.7%)에 불과할 전망이다. 0~14세 유소년인구는 2010년 798만명에서 2060년 447만명으로 급감, 2010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2010년 545만명에서 2030년 1269만명, 2060년 1762만명으로 늘어난다. 유소년인구의 절반에 불과하던 고령인구가 2060년이면 3.9배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우리도 독일의 출산장려 정책을 보고 배워야 할 때다.
최정은 새사연 연구위원 jechoi06@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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