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는 어떻게 배 불렸나

자동차 책임보험과 임의보험의 차이를 아는가. 쉽게 말해 책임보험은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것이다. 임의보험은 일종의 특약으로, 중복가입이 가능하다. 실적을 늘려야 하는 보험사로선 당연히 임의보험을 공략하는 게 좋다. 지난해 삼성화재가 그 전략을 썼다. 서민 가입자가 많은 책임보험료는 높이고, 임의보험료는 깎아 실적을 늘렸다. 그러는 사이 삼성화재의 고위층은 더 많은 돈을 챙겼다.

▲ 삼성화재는 서민의 자동차보험료를 올리면서 임원들에겐 고액의 성과급을, 대주주에겐 고액의 배당금을 줬다.[사진=뉴시스]
최근 1년(2016년 1월~2017년 3월) 사이 삼성화재는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4차례 조정했다. 겉만 보면, 이 기간 자동차보험료를 0.28% 낮췄다. 그럼에도 삼성화재가 서민 호주머니를 털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왜 일까. 자동차보험은 책임보험과 임의보험으로 나뉜다. 책임보험은 자동차운전자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이다. 임의보험은 책임보험 외에 보험금을 더 받기 위해 특약으로 드는 상품이다. 연금에 빗대 보면 책임보험은 국민연금, 임의보험은 사적연금인 셈이다.

그런데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료를 조정하면서 책임보험료는 1.14% 올렸고, 임의보험료는 1.42% 내렸다. 모든 이가 가입하는 보험료는 올리고, 특별한 이를 위한 보험료는 낮춘 셈이다.

손해율 높아도 임의보험료는 인하

원칙대로 보험료를 조정했으면 별 문제가 아니다. 가령, 책임보험 손해율이 높았다면 보험료를 올리는 게 맞다. 문제는 책임보험 손해율이 대개 임의보험보다 낮다는 점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13~ 2016년 책임보험 손해율이 더 높았던 적은 2013년 한번뿐이다.

삼성화재는 자동차보험 부문 시장점유율 31%(올해 1월 기준)로 업계 1위다. 업계 전체 손해율과 비슷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삼성화재는 손해율이 낮은 책임보험료를 올리고, 손해율 높은 임의보험료를 낮춘 거다. 서민 주머니를 털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화재가 굳이 임의보험료를 낮춘 이유는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책임보험은 의무가입인 만큼 신규 가입자가 늘어나지 않는 이상 규모가 커질 수 없다.

반면 임의보험은 중복가입이어서 시장을 더 키울 수 있다. 결국 임의보험 가입자를 더 늘리기 위해 손해율을 낮췄고, 그만큼의 부담을 책임보험 가입자에게 전가했다는 것이다.

삼성화재의 ‘양극화 전략’은 실적 증가로 이어졌다. 2016년 보험종목별 원수보험료원수元受보험료 증감을 비교하면 자동차보험에서만 26.5%로 확 늘었다. 장기보험(1.5%) 증가율의 17.6배다. 삼성화재 측도 “인터넷 판매 호조와 더불어 임의보험 가입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 후반대에 머물던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2017년 1월 31%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삼성화재 측은 “2016년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8년 만에 흑자전환한 건 사실이지만 보험영업으로 이익을 낸 건 아니다”고 말했다. 임의보험을 통해 시장을 넓힌 게 수익을 끌어올린 건 아니라는 거다.

하지만 삼성화재의 수익구조를 잘 살펴보면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삼성화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껏 장기보험이든 자동차보험이든 보험영업으로 이익을 낸 적이 없다. 보험으로는 연간 600억원대의 영업적자를 보고 있다.

반면 투자행위를 통해 연간 약 1조6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다. 크게 늘어난 자동차원수보험료를 투자금으로 활용했을 게 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영업으로 돈을 번 건 부인할 수 없다. “자동차보험으로는 이익을 내지 못했다”는 삼성화재 측의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민 주머니를 털어서 늘린 실적은 삼성화재 고위층의 주머니를 불리는 ‘수단’이 됐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3년간 대표이사에게 지급된 보수와 성과급만 45억8700만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성과급인데, 인터넷 자동차보험 매출 비중 확대가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 감사위원들은 매년 1억5000만~2억원의 연봉을, 사외이사는 7800만원의 연봉을 챙겼다.

같은 기간 대주주의 배당금도 꾸준히 올랐다. 주당 현금배당금(보통주 기준)은 4500원→5150원→6100원으로 연평균 16.4% 올랐다. 대주주들은 현금배당으로 큰돈을 챙겼다. 최근 3년간 삼성화재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은 1118억원, 삼성문화재단은 226억원, 삼성복지재단은 27억원의 현금배당을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7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2016년 기준으로 모두 합산하면 삼성화재 한해 당기순이익의 17%에 해당하는 돈이 현금배당으로 나갔다.  

보험료 인하보다 배당금 잔치

게다가 삼성화재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물산, 삼성문화재단 등이다. 이 부회장의 지분도 일부 있다. 또한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다. 이런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실제로 총수 일가와 대주주들이 받아간 현금배당 액수는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의 보험료로 투자수익을 올렸음에도 그 과실은 총수 일가와 경영진, 계열사들만 나눠먹었다는 얘기다. 보험료 인하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손해율을 운운하면서 과실을 나누는 데 인색했던 삼성화재의 민낯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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