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증시 vs 냉랭한 경기, 왜 일까

주식시장의 가파른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코스피 출범 이후 사상 처음으로 2400포인트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펄펄 끓는 주식시장과 달리 실물경제의 회복세는 미흡하기만 하다. 주식시장과 실물경제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뭘까.

▲ 부진한 실물경제와 달리 코스피지수의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쯤 되면 광풍이다. 증시가 활활 타오르고 있어서다. 6월 29일엔 장중 한때 2400포인트도 찍었다. 한편에선 MB(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유행했던 ‘3000포인트’를 운운한다. 그런데 편의점 알바 강군은 남의 얘기 같다. “내 지갑은 얇기만 한데”라면서 혼잣말을 입에 담는 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라도 지켜지면 좋으련만.” 강군의 마음은 헛헛하기만 하다.

옆집 아줌마가 큰 수익을 올렸다고 호들갑이다. 올 1월에 밸류에이션인지 뭔지만 보고 투자했는데, 2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면서 함박웃음을 짓는다. 옆집 아줌마의 웃음이 부럽기만 한 경단녀 박씨는 오늘도 면접에서 떨어졌다. “기업의 순이익이 증가해 증시가 활활 탄다는데, 내가 들어갈 곳은 없구나”라면서 푸념을 늘어놓는 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내일은 질 좋은 일자리가 나왔으면 좋으련만.” 박씨의 마음은 슬프기만 하다. 요즘 이런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코스피지수가 급등하는데, 내 지갑은 왜 이럴까.” 답은 간단하다. 활활 타오르는 증시와 달리 실물경제는 꽁꽁 얼어붙어 있기 때문이다.

369.5포인트. 올 1월 2일부터 6월 29일까지 코스피지수가 기록한 상승폭이다. 이만하면 말 그대로 ‘파죽지세’인데, 흥미롭게도 상승세마저 무척 가파르다. 83거래일이 흐른 5월 4일 2241.24포인트 상승으로 6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10거래일 만인 5월 22일 2300포인트를 돌파했다. 6월 29일엔 장중 한때 2400포인트 달성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자 코스피지수가 2400포인트를 넘어 2500포인트를 달성하는 게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도 쏟아진다. 코스피 상장사의 순이익 전망치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처럼 6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한 2002년(86%)과 2007년 상승률(42%)에 비해 요즘의 상승폭(18. 2%ㆍ6월 29일 기준)이 큰 것도 아니다”는 주장도 장밋빛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제는 증시가 뿜어내는 열기가 실물경제를 덥히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증시와 반대로 실물경제지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5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4월에 이어 두달 연속 감소세다. 광공업 출하량은 0.3% 줄어들었고 재고량은 2.5% 늘어났다. 이는 광공업이 침체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반도체(9.1%), 전자부품(4.7%)의 생산량은 전월 대비 늘었지만 통신ㆍ방송장비, 자동차는 각각 18.2%, 1.9% 감소했다. 서비스 생산도 마찬가지다. 금융ㆍ보험은 주식시장 상승세의 영향으로 전월 대비 0.8% 증가했다. 하지만 내수소비와 관련이 높은 도소매, 숙박ㆍ음식점, 출판ㆍ영상 등은 각각 전월 대비 1.3%, 0.7, 3.9% 감소했다.

▲ 코스피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상승하고 있지만 서민의 지갑은 여전히 얇기만 하다.[사진=뉴시스]

경기 회복의 시그널이 특정 산업에서만 나타나고 있다는 거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소비자 심리지수의 회복세를 체감하지 못하는 건 그 회복세가 일부 산업에서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수출도 ‘완전한 회복’을 선언하기엔 부족한 게 많다.

증가세는 유지(5월 수출 증가율 13.4%)되고 있지만 수출가격 경쟁력지수ㆍ품질경쟁력 지수 등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어서다. 가격경쟁력 지수는 지난해 2분기 50.7%에서 올 2분기 44.8%로 5.9%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품질경쟁력지수도 56.0%에서 51.7%로 4.3포인트 하락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주식시장에 비해 실물경제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실업률 등 취업 지표가 개선된 것도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 실업자 수는 12만명으로, 200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실업자(100만3000명)의 12%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게다가 구직단념자의 숫자는 50만2000명으로 1년 새 8만2000명이나 증가했다.

그렇다면 실물경제의 부진에도 주식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경기회복 기대심리가 증시를 부추기고 있다. 통계청의 발표한 6월 향후 경기전망CSI(소비자심리지수)는 112로 지난해 11월 64를 기록한 이후 8개월 연속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는 2010년 1월 이후 최고치이기도 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높아진 경기 회복기대감이 주식시장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은 실물경제의 움직임을 늘 선반영한다”면서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1년에서 6개월의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의 기대심리가 주가상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시장에 ‘독毒’일지 모른다.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면 증시는 물론 실물경제도 타격을 입을 공산이 커서다. 국제금융센터는 6월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렇게 꼬집었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이 긍정적인 뉴스에만 집중하고 있다. 하반기 예정된 이슈가 시장의 예상을 벗어날 경우 극심한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더군다나 새 정부의 정책기대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예측할 수 없다. 만약 정책 결과가 기대치를 밑돌면 ‘증시 하락→심리 위축→증시 다시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활활 타는 증시, 독배일지도 …

증시는 불타는 데 가계 사정이 개선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증시 상승세를 이끄는 기업의 순이익이 민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꽁꽁 얼어붙어 있는 내수시장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가계 사정이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지갑을 열 만한 소비자는 많지 않아서다.

지기호 센터장은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리고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추경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공정거래 강화ㆍ재벌개혁ㆍ중소기업 육성 정책 등을 시행 괴리를 시정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경기를 선반영한다.” 증시의 오랜 격언이다. 그렇다고 해도 증시와 경기의 ‘간극’이 지나치게 넓으면 경계해야 할 요소가 많다. 활활 불타는 증시에 현혹됐다간 큰코다칠지 모른다는 얘기다. 우리가 지금 냉기冷氣가 흐르는 실물경제의 추이를 냉정하게 분석해야 하는 이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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