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인 | 직지코드

▲ 영화‘직지코드’의 장면들.[사진=더스쿠프 포토]

우리는 알고 있지만 세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한 국가가 ‘고려’라는 것이다. ‘직지코드’는 프랑스에 있는 고려시대 금속활자의 비밀을 밝히는 여정을 카메라에 담은 영화다. 프랑스부터 바티칸까지 5개국 7개 도시를 누비며 만들었다.

직지심경의 제목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이름이 너무 길어 흔히 ‘심체요절’ ‘직지심체’ ‘직지’라고 불린다. 1377년 고려시대 승려 ‘백운화상’이 부처님과 큰 스님들의 말씀을 정리한 책이다. 본래는 상권과 하권 두권으로 이뤄져있다. 하지만 우리는 직지를 볼 수도 가질 수도 없다. 그나마 남아 있는 하권을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보관하고 있어서다.

‘직지코드’의 공동 감독을 맡은 데이빗 레드먼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이 구텐베르크가 찍어낸 성경이 아니라 직지심경이라는 사실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그는 고려의 금속활자 기술이 유럽에 어떻게 전해졌는지를 알아내려 한다. 이를 위해 데이빗 레드먼 한가지 흥미로운 가설을 세운다.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가 고려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제작진은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한 1455년 이전의 유럽과 고려의 문화 교류의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마침내 1333년 교황 요한 22세가 고려왕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를 찾아낸다. 이는 한국에 온 최초의 유럽인이 1594년 세스페데스 신부라는 천주교의 기록을 뒤집는 놀라운 발견이다. 동시에 고려와 유럽 금속활자 역사 사이의 비밀을 풀어줄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이처럼 제작진은 직지심경의 흔적을 찾는 과정에서 감정적인 추측은 배제했다. 이미 나와 있는 자료를 재정리하는 것도 지양했다. 이들이 직지심경 하나만을 좇아 독일의 마인츠, 프랑스 파리와 아비뇽, 스위스 바젤, 이탈리아의 로마, 아시시, 피렌체 등을 취재하고 다닌 이유다.

하지만 금속활자라는 소재 하나만으로 고려의 금속활자 기술이 어떻게 유럽에 전해졌는지를 파악하는 건 쉽지 않았다. 동서양의 역사를 파악하는 일은 물론 현지의 연구자와 코디네이터를 섭외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여기에 비협조적인 파리국립도서관 등 유럽 현지 기관의 태도도 제작을 어렵게 만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촬영 마지막 날 장비와 촬영본을 도난당하는 일까지 겪었다. 그 결과, 4개월 만에 끝날 줄 알았던 촬영은 3년을 훌쩍 넘겼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직지코드’

이런 과정을 고스란히 기록한 ‘직지코드’는 그래서 단순한 다큐멘터리 같지가 않다. 제작진과 함께 현지 로케이션을 떠난 듯한 생생함을 전달한다. 여기에 ‘직지코드’는 ‘부러진 화살’ ‘남영동 1985’를 통해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화두로 제시한 정지영 감독이 총괄을 맡아 관객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유럽 5개국 7개 도시를 종단하며 완성한 ‘직지코드’를 통해 우리 문화재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를 가져보길 바란다.
손구혜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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