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경제팀 인선 홀대

▲ 청와대는 1기 경제팀을 드림팀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다수 교수ㆍ정치인과 소수의 관료가 섞여 있어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대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많다.[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산업통상자원부ㆍ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새 정부 1기 내각 인선을 마쳤다. 정부 출범 54일만이다.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점을 감안해도 한참 늦은 ‘지각 인선’이다. 아직 국회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지 않았으니 정부가 출범한 지 두달을 넘겨서야 내각이 제 모습을 갖출 모양이다.

1기 내각 인선을 놓고 지역 안배와 여성 비중 확대라는 점에선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유명 대학ㆍ시민단체 출신, 더불어민주당 보은 인사가 많다’는 이른바 ‘유시민 인사’라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각료 17명 중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도운 선거캠프 출신이 10명에 이르니 그런 말이 나올 만하다.

특히 경제팀 인선 과정과 장관 및 후보자 면면을 보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청와대가 막판에 인선한 금융위원장과 산업부 장관은 새 정부 경제정책은 물론 금융시장과 산업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리다.

비록 차관급이지만 청와대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 또한 경제정책과 일자리 창출 공약을 총괄하면서 관련 부처와 조율하는 핵심 보직이다. 인선 막차를 함께 탄 보건복지부 장관도 국민보건보다 복지정책 비중이 커지면서 사회부처 장관보다 ‘경제장관’에 가깝다.

청와대의 경제팀 인선이 가장 늦었을 뿐더러 아직 부처의 업무 성격이나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걱정을 더한다.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고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 관련 업무를 일원화하는 것이 새 정부 조직개편의 요체임에도 국회의 정부조직법 통과 지연에 막혀 있다.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가 거센데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부 장관은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뒤에야 지명됐고, 통상교섭본부장 임명도 감감무소식이다. 박근혜 정부 때 폐지된 통상교섭본부장직은 차관급이지만 대외적으로 ‘통상장관’ 지위가 부여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외교부에 옛 통상교섭본부를 부활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대통령직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를 산업부에 그대로 둔 채 통상교섭본부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정부조직법 통과 지연으로 부지하세월이다.

그 바람에 경제 분야에 대한 논의가 많았던 한미 확대정상회담의 양국 참석자는 자리부터 차이 났다. 미국에선 상무장관과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나왔는데, 우리는 산업부 1차관과 임명된 지 일주일도 안 된 청와대 경제비서관(1급)이 상대했다. 게다가 산업부장관 후보자는 탈원전ㆍ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를 주장해온 에너지 전문가로 통상 업무에 어둡다니 트럼프 정부의 한미FTA 재협상 공세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현안으로 급부상한 한미 FTA 재협상 문제뿐인가. 1기 경제팀의 숙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10년 후 성장률이 0%대에 그칠 거라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부터 재난 수준의 청년실업, 갈수록 심각해지는 소득 불평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계부채 시한폭탄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난마처럼 얽힌 문제들을 시민단체에서 활동해온 교수 출신과 정치인 장관들이 제대로 풀어나갈 수 있을까. 세계적 흐름인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비전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도 보이지 않는다.

1기 경제팀에 대해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 ‘제이(J)노믹스’를 추진할 ‘드림팀’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밖에선 다수 교수ㆍ정치인과 소수 관료 출신이 섞여 있어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의견 대립이나 혼선을 빚을 수 있다고 염려한다. 예년 같았으면 6월말 나왔어야 했지만, 조기 대선과 지각 내각 구성으로 7월말에야 발표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 시금석이 될 것이다. 잇따라 나올 세제개편안, 내년 예산안도 주목된다. 비록 경제팀 출발은 늦어졌지만,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진보학자들과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포진한 청와대 참모진 및 경제팀과 조화롭게 조율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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