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재테크 시리즈➀ 노인 위한 나라는 없다

▲ 수명 100세 시대는 현실이다. 인생 2모작으론 이제 부족하다.[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인의 재물에 대한 태도는 매우 이중적이다. 돈 얘기를 대놓고 입에 올리는 건 꺼리지만 행동은 빈 콜라병에 떼지어 들어가는 개미를 연상케 한다. 새 정부 들어 청문회에서 나타난 공직자 후보들의 면면이나 종교계ㆍ교육계를 보면 지도층 인사들이 돈에 대한 집착이 더 심한 것 같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은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소득이 좌우했다. 현재 기분ㆍ행복감에 1~11점(점수가 높을수록 행복)을 매기도록 했더니, 월 소득 300만원 미만 응답자의 행복점수는 7.2점, 700만원 이상은 8.0점이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그간 해외 연구결과와 달리 한국사회에서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력이 유독 커보여 걱정스럽다”고 말했을 정도다.

한국인구학회 조사에 따르면 세계27개국 중 우리나라는 유일하게 부모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와 만나는 빈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소득이 1% 늘어나면 자녀와 일주일에 한번 이상 만날 확률이 2.07배 이상 높았다. 다른 나라에 없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한다.

돈을 신앙처럼 중요시하는 한국사회에서 불행하게도 노인빈곤율이 47.7%에 달할 정도로 어르신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하다. 노인빈곤율은 은퇴 노인 가구 중에서 중위소득(우리나라 총가구를 소득 순으로 줄세웠을 때 맨 가운데)의 50%에 못 미치는 소득을 가진 가구 비율을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2.1%)의 4배 쯤이다. 높은 주거비 부담과 자녀들 교육비 대느라 허리가 휘고, 50대 초반이면 직장에서 밀려나니 노후에 대비해 자금을 모아놓을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앨리스가 ‘붉은 여왕’을 만나 그에게 손목을 붙잡힌 채 정신없이 시골길을 달리는 장면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리 빨리 달려도 제자리걸음을 할 뿐이었다. 의아해하는 앨리스에게 여왕은 “이곳에서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려야만 겨우 제자리에 머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생활비와 주거비, 의료비 지출은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한다. 지난해 가계부채는 1300조원대로 7년 사이에 2배가 늘었다. 힘껏 달려야 겨우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붉은 여왕의 세계’에 갇힌 셈이다.

NHK는 2014년 노후파산을 집중 보도해 일본 열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끼니를 거르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이른바 ‘하류노인’들은 대부분 평범한 소시민이었다고 한다. 모아 놓은 돈도 웬만큼 있었는데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후 길게는 40년 가까이 저축과 연금에만 의존하다 보니 파산을 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가족이 큰 병이라도 걸리면 통장이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냈다.

일본 경제주간지 ‘겐다이 비즈니스’는 최근 “장래 하류노인이 되기 쉬운 부류는 연 수입 700만엔(약 7100만원) 전후 소득자”라고 보도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이 오히려 미래에 대한 준비에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인들은 이혼보다 파산신청을 더 많이 한다고 한다. 미국 중산층이 재산파탄에 이른 이유는 사치가 아니라 집값, 교육비, 의료비의 과잉지출 탓이다. 전업주부는 비상 시 남편을 대신해 예비근로자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맞벌이 가정은 아내가 이미 취업한 상태이기 때문에 신용불량 위기에 몰리면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흔히 인생의 고달픈 유형을 소년-출세出世, 중년-상처喪妻, 노년-무전無錢이라고 한다. 젊어서 파산하면 권토중래의 기회라도 얻을 수 있지만, 노년에 빈털터리가 되면 외통수에 몰리게 된다. 길고 긴 인생의 종착역이 낭떠러지라면 심정이 어떻겠는가. 미래학자인 레이 하몬드는 2030년에 평균 수명을 130세로 예상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대여명이 82.1세(2015년)인 것을 감안하면 머지않아 수명이 50년 가까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2026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자신이 스스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은퇴를 최대한 늦추거나 아예 은퇴하지 말고 오랫동안 일할 각오를 다져야 한다. 인생 2모작이 아니라 3모작 4모작을 위해 당장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갖고 있는 자산을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정말 중요성하다. 아는 만큼만 믿어야 하고, 믿는 만큼만 투자해야 하는 시대다. 은퇴 이후 반세기 가까이 살아야 하는 수명 100세 시대에는 종잣돈을 어떻게 굴리느냐에 따라 그 격차는 엄청나기 때문이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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