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프랜차이즈인가

“공정위와 검찰이 대포로 빈대를 잡으려 한다.” 살짝만 건드려도 먼지가 털리는 재벌 대신 프랜차이즈 산업을 훑고 있는 두 기관의 행보를 바라보는 또다른 눈이다. 왜일까. 특히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왜 덩치 작은 프랜차이즈를 제1호 감시대상으로 선정한 걸까. 답은 간단하다. 프랜차이즈 산업에 한국경제의 ‘민낯’이 숨어 있어서다.

▲ 베이비부모 세대의 은퇴로 우리나라 경제가 큰 변곡점을 맞았다.[사진=뉴시스]
“재벌 개혁은 이해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몰아치듯이 개혁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갑을 관계 문제를 해소하는 데 우선 집중하겠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식에서 꺼낸 말이다. ‘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김 위원장이 재벌 개혁이 아닌 갑질 근절과 골목 상권 보호를 기치로 내건 점은 의외였다.

빈말은 아니었다. 그는 바로 행동을 시작했다. 현장조사 1호 업체로 치킨값 인상을 시도하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BQ가 선정됐다. 때마침 프랜차이즈 업체 오너들의 성추문과 갑질 논란이 연이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 위원장의 칼끝이 ‘프랜차이즈 업계 전체’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얘기가 본격적으로 흘러나왔다.

하지만 덩치로만 따지면 프랜차이즈 업계의 문제는 당장 급한 불이 아닐 수도 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중 95.4%가 연매출 2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65%는 연매출 10억원 미만의 영세기업이다. 양극화, 비정규직 고용 증가,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기업간 착취, 중소기업과 서민을 등치는 탐욕 등 우리 경제 문제의 뿌리로 지목되는 재벌과는 체급부터 다르다. “대포로 빈대 잡겠다는 건가” “지금이 프랜차이즈 잡을 때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김 위원장의 행보를 깎아내릴 순 없다. 덩치가 크지 않은 프랜차이즈 산업이 ‘서민’과 밀접하게 엮여 있어서다. 많은 국민이 이 시장에 대거 유입될 공산도 크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변수는 베이비부머 세대(50~ 60대)의 은퇴다. 이들은 그간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칼끝이 프랜차이즈 업계로 향했다.[사진=뉴시스]
통계청에 따르면 베이비부머는 전체 인구(4799만명 기준)에 15%인 725만명이다. 하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정년퇴직 연령에 도달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은퇴 후 ‘소득절벽’과 마주친 거다.

몸집 작은 프랜차이즈 업계

베이비부머가 전직이나 재취업 등의 방법으로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건 언감생심이다. 청년들도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해 사상 최고의 청년실업률이 연일 경신되는 요즘, 재취업의 문이 열릴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국가가 노후생활을 보장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금의 사회안전망 지원 수준은 평균소득 대비 6%였다. 선진국 중 낮은 편에 속하는 미국(17%)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눈을 돌릴 수 있는 게 ‘창업’이다. 실제로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자영업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이상이 만든 신설 법인은 3만3639곳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1만3561곳)보다 148.1% 늘었다. 반면 창업자의 나이가 만 39세 이하인 신설 법인 수는 2008년 1만5778곳에서 2016년 2만6945곳으로 7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장년층의 창업 건수가 젊은 세대의 ‘창업붐’을 뛰어넘은 거다.

문제는 그들이 충분한 은퇴자금을 기반으로 창업에 나선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지난해 베이비부머 세대 가구의 금융부채 규모는 평균 5억8000만원으로 다른 세대(4억4000만원)보다 더 많았다. 은퇴한 중장년층 대다수가 뚜렷한 노후 대비를 하지 않다 보니 ‘생계형 창업’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창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 모두가 탁월한 사업가나 창업에 경험이 많은 게 아니라서다. 그렇다고 그냥 자영업을 시작하는 건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다. 입지 결정에서부터 인테리어, 영업 방식, 조리법, 재료 조달, 홍보, 세무 처리 등 수많은 ‘낯선 경험’을 해야 한다.

더구나 자영업 시장은 만만치 않은 곳이다.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는 90만9202명. 2015년보다 15.1% 증가했다. 하루 평균 2491개 사업장이 문을 닫은 셈이다. 2004년(96만4931명)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반면 새로 창업한 사업자는 122만6443명으로 폐업한 이보다 34.9% 많았다. 2002년(123만9370명) 이후 최대치기도 하다. 명백한 ‘레드오션’이다.

프랜차이즈붐의 그림자

바로 이 지점에서 선택지가 하나로 좁혀진다. 프랜차이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와 계약을 맺으면 여러 고민이 상당부분 해결된다. 돈을 조금 더 내면 체계적인 매뉴얼을 통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으니 매력적이기도 하다.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인 브랜드를 갖출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순기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은 순기능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점은 명백한 ‘갑을’ 관계로 이뤄진다. 단, 구조가 좀 독특하다. 노동법이라는 안전장치가 있는 ‘사용자-노동자’의 관계가 아닌 ‘회사-개인사업자’의 관계다. 수평적인 관계도 아니다. 가맹본부에 잘못 보여 인근에 똑같은 점포라도 출점하면 매출은 반토막이 난다. 본사가 유통하는 재료비는 일반 시장에서 구하는 가격보다 비싸기 일쑤고 인테리어 비용도 납득하기 어렵다. 중간에 포기하려면 위약금을 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

소득 절벽’ 피하려다 ‘안전’을 택해 프랜차이즈를 시작했지만 이내 ‘무서운 갑질’을 맞닥뜨리는 셈이다. 이는 우리가 공정위 김상조호號의 행보를 예민하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투명해지면 ‘창업 생태계’가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미란ㆍ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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