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30대 가장의 재무설계

▲ 개미처럼 부지런히 모아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면, 재무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 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은행이 사라지고 있다. 모바일 금융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은행 점포와 직원이 급감하고 있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환경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안전하다’는 이유로 저축만을 신뢰한다. 전문가들은 “은행 저축만 고집하면 재무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은행의 모습을 바꿔놓고 있다. 요즘 은행에선 간단한 업무는 창구를 통하지 않고 태블릿PC나 키오스크로 해결할 수 있다. 종이통장이 곧 사라질 거라는 뉴스가 현실이 될 날이 머지 않은 듯하다. 심지어 예금을 하면 수수료를 내야 될 거라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금융소비자는 이런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막연히 ‘저축=은행’이라는 등식을 고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결혼 3년차 김지인(가명ㆍ38)씨도 전형적인 ‘은행 바라기’다. 결혼 전부터 월급을 모두 은행 적금에 쏟아 부은 김씨. 지금도 생활비를 제외한 금액을 4개의 적금 통장에 모으고 있다. 주위에서 아무리 투자펀드 등 달라지는 금융상품을 권유해도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이런 김씨를 고지식하다고 생각해온 그의 아내가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재무설계에 앞서 김씨에게 은행 적금만 고집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의 대답을 들어보자. “부모님이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셨다. 그때 주식은 절대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여기에 저축은행 사태 등을 지켜보면서 제2금융권을 불신하게 됐다.”

김씨에게 재무목표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단기성 이벤트보단 곧 태어날 아이의 미래와 은퇴 후엔 삶에 대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은퇴 후 서울 근교에 전원주택을 마련해 살고 싶다는 김씨. 월 300만원의 수입으로 목돈을 마련하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01 지출구조

 
김씨 부부는 현재 대출없이 마련한 82㎡(약 25평) 빌라에서 생활하고 있다. 빌라의 매매 가격은 3억원가량이다. 여기에 김씨가 오랫동안 모은 적금 1780만원을 합치면, 총 자산이 3억1780만원으로 늘어난다. 김씨 가족은 외벌이로, 그는 월 300만원을 번다. 결혼 초기 일을 하던 아내는 임신한 후 직장을 그만뒀다.

두 사람의 지출구조는 단순했다. 김씨가 외벌이를 하면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였기 때문이다. 소비지출은 매달 고정적이었고, 남은 금액은 대부분 적금에 쏟아붓고 있었다. 소비지출 항목을 살펴보면, 생활비(50만원), 부모님 용돈(30만원), 김씨 용돈(30만원), 통신비(13만원), 공과금(25만원), 유류비(20만원) 등 총 168만원이었다. 남은 금액 중 적금(105만원), 보장성보험(18만원)으로 123만원을 쓰고 있었다. 소비지출과 금융상품 지출을 합하면 291만원으로, 잉여자금은 9만원이었다.

02 문제점
 
매달 큰 편차 없이 예산 내에서 소비하는 김씨 부부. 소비 패턴은 크게 손볼 데가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은행상품에만 집중된 자산운용방식이었다. 김씨의 재무목표는 장기적인데 비해 가지고 있는 금융상품은 대부분 단기적금이라는 점도 문제다. 이마저도 연 금리 2% 이하의 상품이었다. 매달 105만원씩 쏟아붓고 있지만 이율이 낮아 비효율적이다.

김씨의 재무목표인 자녀교육자금과 은퇴자금을 마련하려면 금리와 수익률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인 상품을 찾아야 했다. 매달 18만원의 납입하는 보장성 보험료도 문제가 있었다. 보험료에 비해 보장기간이 짧아 ‘좋은 보험’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실손보험도 없어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적금과 보험료를 내고 나면, 잉여자금이 9만원밖에 안 된다는 점도 문제 아닌 문제였다.


03 개선점

 
먼저 지금까지 모아둔 적금 1780만원 중 1500만원은 정기예금으로 전환하고, 280만원은 비상예비자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매달 적금에 쏟아붓던 105만원은 잘게 부섰다. 김씨 부부의 로망인 ‘전원주택’ 마련을 위해 적립식 펀드(30만원)와 해외 펀드(10만원)에 가입했다. 자녀 교육을 위해 매달 30만원씩 적금에 부을 계획이다. 생활비가 부족할 때를 대비해 CMA에 10만원씩 저축하기로 했다. 개인연금(25만원)에도 가입했다. ‘나쁜 보험’이던 보장성 보험(18만원)은 실손보험(15만원)으로 바꿨다. 

김씨처럼 적금만 고집하다보면 자신의 재무목표 달성과는 멀어지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재무목표에 따라 여러 금융상품을 적절하게 구성하고 운용해야 하는 이유다.
류창훈 한국경제금융교육원 연구원 lch9106@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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