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과 백범의 먹먹한 ‘앙상블’
난민과 백범의 먹먹한 ‘앙상블’
  • 이지원 기자
  • 호수 247
  • 승인 2017.07.13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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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지슈토프 보디츠코: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 展

▲ ❶ 나의 소원, 2017, 작가소장 ❷ ...여기에서 나가 참전 군인 프로젝트, 2009, 작가 소장 ❸ 히로시마 미술상 수상 기념으로 열린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원폭돔에서 열린 공공 프로젝션 히로시마 프로젝션. 1999, 작가 소장
미디어 아티스트 ‘크지슈토프 보디츠코’를 아는가. 1943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보디츠코는 예술 분야를 넘어 정치ㆍ사회에도 뚜렷한 족적을 남긴 아티스트다. 폴란드를 대표하는 전자업체 ‘유니트라(Unitra)’에서 산업디자이너로 근무하던 그는 도전적인 예술인과 지식인들이 운영하던 ‘대안공간’에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이름이 국제무대에 알려진 건 1980년대 뉴욕ㆍ슈투트가르트 등 진행한 야외 프로젝션 작품을 통해서다.

그는 이 프로젝션에서 비판적인 사회ㆍ정치적 메시지를 마구 던지면서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난민ㆍ노숙자ㆍ가정폭력 희생자 등 상처받고 억압된 사람들에게 공적인 공간에서 자유롭게 발화發話(파르헤지아)할 기회를 만들어준 공공 프로젝션(문화적 보철기구•Cultural Prosthetics)은 그의 활동 중 백미白眉로 꼽힌다.

사회의 담론을 이끌어온 보디츠코의 회고전이 국내에서 7월 5일 개막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의 주요 작품 80여점을 총망라한 아시아 최대 규모 회고전이다. 그가 국제무대에서 활동해온 만큼 폴란드 우치 미술관, 프로필 파운데이션, 프랑스 리옹 현대미술관, 미국 뉴욕 갤러리 르롱 등 6개국 10개 기관과 협력해 전시를 구성했다. 다양한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담은 신작 ‘나의 소원(My Wishㆍ2017)’도 공개한다.
▲ ❹ 벨기에 메헬렌 시청사에서의 공공 프로젝션 새로운 메헬렌 사람들, 2012년, 작가 소장 ❺ 바르샤바에서 수레를 시연하는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1973, 우치미술관 소장
전시는 회고전 형식의 제5전시실과 신작 ‘나의 소원’이 소개되는 제7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회고전 파트는 총 4부로 기획됐다. 1부에선 사회주의국가 내 자유와 규제의 긴장을 다룬 작품을 소개한다. 당시 폴란드에서 활동하던 그의 초기 작품들이다. 2부에선 노숙자ㆍ이민자 등 공동체 내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차별과 부당함을 이야기한다.

3부는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 현지 공동체와 함께 진행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가정폭력생존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티후아나 프로젝션 Tijuana Projection(2001)’, 원폭 피해 여성, 특히 재일 조선인의 목소리가 담긴 ‘히로시마 프로젝션 Hiroshima Projection(1999)’ 등 총 10편의 영상을 공개한다. 4부에선 참전군인 및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담은 영상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제7전시실에서 공개되는 신작 ‘나의 소원’은 우리의 응어리를 때릴 만한 작품으로, 백범 김구 선생의 정치적 이념을 밝힌 논문(나의 소원)에서 제목을 따왔다. 김구 선생 조각상의 얼굴과 손, 발에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영상으로 랩핑한 프로젝션 작업이다.

논문 ‘나의 소원’을 접한 보디츠코는 이상적 사회를 꿈꾸던 김구 선생의 기대에 끌렸고, 지난해 5월부터 다양한 사람들의 만나 목소리를 담아나갔다. 1년여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된 이 작품엔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어머니, 해고노동자, 탈북 예술가, 동성애 인권운동가 등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소외층의 상처와 고통이 담겨 있다.

폴란드 난민으로 태어난 보디츠코의 작품엔 예술과 사회, 민주적 절차가 들어 있다. 그의 작품은 평화적인 촛불시위를 통해 상처와 분노를 털어내고 새 시대를 스스로 개막한 우리 국민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다. 그런 울림이 바로 예술이고, 그 예술이 보디츠코가 전하고자 하는 진실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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