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지속가능하고 편하게 할 수 있어야 다이어트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다이어트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뭔지 알아?” 필자가 아내에게 물었다. 골몰하는 아내에게 필자는 “내일부터”라고 답하면서 말꼬리를 이어갔다. “사실 다이어트의 우리말 번역은 ‘모레부터’가 될 수 있고 ‘내년부터’가 될 수 있지.” 아내의 표정을 보니 필자의 농담을 핀잔으로 들었는지, 조롱으로 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아내가 최근 다이어트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어느 날 어두운 얼굴로 저울에서 내려오더니 그 다음날 만보계를 차고 저녁에 공원을 걷기 시작했다. 

삐삐처럼 허리에 차는 만보계가 아니라 손목에 시계처럼 착용하는 것이다. 집에 들어오면 숫자를 보는데 그 숫자에 따라 만족하기도 실망하기도 한다. 채 1만보가 되지 않으면 집 마당이라도 걸어서 채울 기세다. “다이어트 계획은 절대 지킬 수 없다”고 빈정대면 분기탱천한 각오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기에 침묵을 지킨다. 무슨 말을 하면 “전문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의지를 꺾는다”면서 핀잔을 들을 것이 뻔하다.

하지만 전문가 입장에서 두가지가 마뜩잖다. 밤에 걷는 것과 만보계다. 어둠이 깔리면 인간의 몸은 ‘자율신경계 하의-부교감신경계 우위’로 전환된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휴식 모드를 의미한다. 낮 시간대는 활동하기 위한 교감신경계가 우리 몸을 지배하지만 밤이 되면 온종일 지친 몸을 쉬게 하라는 생리적 의미다.

저녁 식사 후 가벼운 산책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정해진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야밤에 걷는 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크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일찍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 편이 낫다는 얘기다. 야밤의 운동으로 녹초가 돼 잠자리에 드는 것은 오히려 근육을 소모해 기초대사량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만보계는 또 어떤가. 만보계의 수치는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만보계는 하루 중 활동량이 얼마나 되는지 점검하는 정도로 사용할 것을 권한다.

바야흐로 고령화 사회가 도래했다. 100세 가깝게 사는 시대에 6개월이나 1년짜리 단기 계획보다 평생 지속이 가능한 장기적 관점의 건강 계획을 준비하고 지켜야 한다. 주위에서 필자에게 10년 이상 일정 체중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지만 금주 외에는 딱히 얘기할 것이 없다. 골프나 등산을 하는 것도 아니요, 헬스클럽이나 수영장 근처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그저 일상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뿐이다. 뉴스를 보면서 아령을 하거나, 출근 직전, 간편한 복장으로 팔굽혀펴기하기도 한다.

일상적인 삶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지 않고 특별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한다면 실패하게 돼있다. 지속이 불가능해서다. 자신과의 약속이 깨질 경우 그 자리는 기존의 나쁜 생활 습관이 차지할 확률이 높다.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 가족의 곁에 머무르며 마치 내 삶의 일부분, 내 몸의 일부와 같은 운동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다음호에 계속>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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