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프랜차이즈의 해법 ‘물류협동조합’

▲ 1970년대 던킨도너츠는 가맹점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물품구매 협동조합을 제안했다.[사진=뉴시스]
1970년대 1차 석유파동. 원재자값이 천정부지로 상승하자 가맹점이 불만을 내비쳤다. 왜 가격을 내리지 않느냐는 거였다. 가맹본부는 당황했고, 해법을 찾아야 했다. 그때 던킨도너츠가 스마트한 해법을 내놨는데, 그게 바로 ‘물류협동조합’이다. 가맹점에게 원자재를 고를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자신들은 ‘로열티’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은 것이다. 이게 미국 프랜차이즈가 성장하는 첩경이 됐다.

최근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을 둘러싼 논란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갑을관계에서 비롯된 착취와 불공정거래가 주요 원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에야말로 프랜차이즈 산업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이유다.

이번에 가장 문제가 된 건 프랜차이즈 산업의 유통 구조다. 대부분의 가맹본부는 ‘프랜차이즈 특성상 통일된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해야 한다’는 이유로 원ㆍ부자재를 일괄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구조에선 가맹본부가 물류 마진으로 폭리를 취하기 쉽다는 점이다. 가맹점이 원부자재의 원가, 품질 등 정보를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지금껏 제대로 개선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해외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스타벅스, 맥도날드, 피자헛, 던킨도너츠 등 프랜차이즈 왕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사례를 살펴봤다.

흥미롭게도 미국 프랜차이즈의 주 수익원은 ‘물류 및 유통’이 아니다. 이곳 업체들은 가맹점으로부터 로열티만 받는다. 로열티는 사업 노하우 전수, 가맹점 교육 지원, 마케팅 제공 등의 대가다. 우리나라에서 로열티는 가맹본부의 수익원 중 일부분에 불과할 공산이 큰데, 미국에선 로열티가 수익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미국도 처음부터 이런 구조였던 건 아니다. 이성훈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미국에서도 물류 마진 때문에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갈등이 있었다”면서 “특히 1970년대 갈등이 극심해지자 가맹본부는 원자재 수급을 가맹점에 맡기고 가맹본부는 로열티만 받는 구조로 바꿨고, 이는 당시 갈등을 해소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사례를 보자. 1970년대 잇따른 석유파동으로 원부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미국 프랜차이즈 산업은 위기를 맞았다. 이때 던킨도너츠가 내놓은 해결책이 ‘물품구매 협동조합’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들이 협동조합을 결성, 원부자재를 직접 구입한다는 것인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협동조합이 공동으로 원부자재를 구매해 원가를 절감했고, 가맹점들은 위기를 극복했다. 이후 물품구매 협동조합은 미국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으로 퍼졌나갔다. 특히 이런 프랜차이즈 산업의 물류 구조를 급속도로 전파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대법원의 판결이다.

1980년 미국 대법원은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에게 식자재 구매를 강요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가맹본부가 공급하는 것 외에 가맹점주가 원하는 곳에서 식자재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물품구매 협동조합은 가맹점의 불만을 해소했을 뿐만 아니라 가맹점주의 소득도 크게 불렸다. 가령 버거킹은 물품구매 협동조합을 설립하면서 1997년 한해에만 5399달러(약 623만원가맹점당)의 소득 증가 효과를 얻었다. 여기에 협동조합 출자배당까지 더하면 소득은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가맹본부 갑질 막는 규제들

이밖에도 해외에서는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불공정한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계속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가맹금을 금융회사에 일정기간 예치하도록 하는 ‘가맹금 예치 명령제’와 ‘계약갱신거절 제한권’을 시행하고 있다.

호주에선 가맹본부가 필수 구입물품을 지정할 때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캐나다는 가맹점사업자단체 구성을 이유로 가맹본부가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이탈리아에선 최초 계약기간을 3년 이상으로 설정해야 한다.

이성훈 교수는 “프랜차이즈는 산업의 특성상 수평적인 관계로 나아가기는 쉽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가맹본부는 원자재의 원가를 공개하고 물류마진을 해소하는 등 투명한 경영과 합법적인 통제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로열티를 기초로 하는 수익모델이 합리적이고 올바른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가맹본부는 가맹점 때문에 존재하지만 반대로 가맹점도 가맹본부 때문에 존재한다”면서 “가맹본부의 수익모델을 무작정 없애라는 것보단 가맹점의 수익모델을 어떻게 창출할 수 있을 것이냐를 고민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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