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붙잡아두기 위해 명심할 전략

▲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없다면 그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해야 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빨리! 빨리!”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말이다. 편견의 소산은 아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소비자는 기다리는 걸 참 싫어한다. 오죽하면 젊은 세대의 ‘기다림 상한선’이 3초 정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들로선 ‘소비자의 지루함’을 해소해야 하는 또다른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던 20여년 전 ‘8초룰’이란 게 있었다. 자판을 누르고 엔터키를 누르면 8초 안에 해당 페이지가 떠야 고객을 붙잡아 둘 수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필자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본 결과, 우리나라 젊은 세대의 ‘기다림 상한선’은 3초 정도였다. 패스트푸드점에선 4~5명 이상이 기다리고 있으면 발길을 돌리고, 회사에 문의사항이 있어 전화했을 때 전화벨이 3번 울릴 때까지 전화를 안 받으면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만 유독 기다림을 싫어하는 걸까. 우리는 시간에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내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상대에게는 빠른 대응을 요구한다. 특히 소비자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게 곧 고객 존중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 회사에 이메일을 보내면 내일 오후까지는 답장을 받기를 기대한다.

반면 일상에서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서구인들은 대개 10분, 15분 단위로 약속이나 일정을 잡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30분이나 1시간 단위로 잡는다. 서구권 대학에선 과제 제출기일이 지나면 과제를 안 받거나 0점 처리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했다간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 된다.

어쨌든 업체들은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지루함을 줄이기 위해 명심해야 할 전략이 있다. 기다림에 관한 황금률이다. “고객이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라. 그럴 수 없다면 기다리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라.” 대표적인 예가 엘리베이터 거울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거나 타는 시간은 불과 1~2분밖에 되지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시간을 지루해 한다. 그럴 때 엘리베이터 입구나 내부에 거울을 달면 사람들은 거기에 자신을 비춰보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잠시 지루함을 잊는다.

병원에서는 TV가 그 역할을 한다. 환자가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도록 TV를 틀어주거나 쓸데없는 걱정으로 불안해하지 않도록 유익한 건강정보를 제공한다. 유명한 맛집에서는 입구에 좌석을 비치하거나 잡지를 읽을 수 있게 해놓는 방법으로 소비자의 지루함을 달래준다.요즘은 이 또한 옛날 방식이라면서 무료 와이파이를 구축하거나, 스마트폰 무료 충천기를 설치해 놓은 곳도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기다림이 공정하다고 않다고 느끼거나 아무 일도 안하고 기다려야 하는 경우,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모르거나 왜 기다려야 하는지 모를 때 지루함을 더 느낀다. 기다린 후의 보상이 애매한 경우에도 지루함이 커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전략들을 개발하면 소비자들은 훨씬 더 잘 기다리고 지루해하지 않는다. 각자의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기다릴 수 있는 인내의 한계는 몇 분인가 체크해보고 적절한 대응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레스토랑에서는 주문한지 몇분 후부터 고객이 시계를 보고 종업원을 찾아 두리번거리는지, 슈퍼마켓에서는 몇명이 줄을 서있을 때 들어오던 손님이 그냥 되돌아 나가는지를 관찰해보라. 그런 다음 소비자의 기다림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최선이자 최고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