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동네에선…] 윗동네와 아랫동네는 공기마저 달랐다
[이 작은 동네에선…] 윗동네와 아랫동네는 공기마저 달랐다
  • 김미란 기자
  • 호수 248
  • 승인 2017.07.19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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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개발, 노점 갈등, 젠트리피케이션까지 …

서울 마포구를 3.2% 밖에 차지하지 않은 아현동은 흥미로운 동네다. 낙후됐던 이 지역은 뉴타운 개발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불법 노점을 놓고 갈등도 끊이지 않는다. 기존과 다른 젠트리피케이션의 조짐이 보이는가 하면, 또 한쪽에선 살아나지 않는 상권 때문에 걱정이 많다. 원주민과 신주민 간의 갈등, 뉴타운에서 비롯되는 많은 문제들이 아현동 그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 아현동의 변화에도 지역상권은 살아나지 않고 있다.[사진=천막사진관]
2014년 3월, 아현고가차도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68년 개통된 아현고가는 국내 1호 고가차도로 근대화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46년이란 시간과 함께 노후하면서 구舊문물이 돼버렸다. 서울시는 도시경관과 지역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2009년 12월 고가차도철거 세부추진계획을 세웠고, 2011년 5월엔 설계용역을 발주했다.

이후 투자심사와 설계준공을 거쳐 2013년 6월 철거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쳐 아현고가차도는 철거됐고, 서울시는 그 아래 도로를 정비했다. 음습했던 다리 밑 세상은 이제 뻥 뚫린 8차선 도로로 탈바꿈했다. 

서울시는 아현고가차도를 철거하면 도시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 지역개발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했다. 고가 밑 한자리를 차지했던 유흥주점 등을 향해 쉼없이 쏟아지던 지역주민의 민원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실제로 고가차도가 사라지면서 그 밑으로 형성됐던 포장마차와 유흥주점, 일명 ‘방석집’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그곳을 떠나기 시작했다.

고가 철거완료 6개월 후, 아현동에 또다른 변화가 찾아왔다. 3885세대의 대단지 아파트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가 입주를 시작한 거다. 아현동 일대는 대부분 재개발ㆍ재건축 대상이다. 오래된 저층건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 아현동 복판에 마포구 최초의 뉴타운인 마래푸가 어마어마한 위용을 뽐내며 들어섰다.

마래푸 입주가 시작되자 아현동 원주민들은 고가가 철거됐을 때처럼 “침체됐던 상권이 이제 좀 활기를 찾지 않겠느냐”며 내심 기대를 했다. 그 즈음 전통시장인 아현시장도 현대화 작업을 하면서 아현동의 ‘새주민’ 맞을 채비를 갖췄다.

하지만 아현고가차도 철거와 대단지 아파트 입주로 인한 기대효과는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역상권이 생각만큼 살아나지 않았다.

아현동 원주민의 말을 들어보자. “아파트 단지가 생기면서 인근에만 대형마트가 여러 개 생겼어요. 얼마 전엔 길 건너에 큰 마트가 또 생겼더라고요. 오래전부터 여기 살던 주민들이나 아현시장, 이쪽 상가를 가지, 아파트 주민들은 잘 안 다녀요. 게다가 시청이나 여의도가 가깝다보니 다들 거기로 나가더라고요.”

상권 살아날까 기대했건만…

고가차도가 있던 곳도 마찬가지다. 철거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상권은 여전히 침체돼 있다. 아현역에서 이대역까지 이어지는 대로변에 위치한 웨딩숍들은 손님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군데군데 ‘임대’ 안내문을 붙여놓고 문을 닫은 매장도 있다. 세월의 변화를 이기지 못한 이유까지 더해져 마포웨딩거리는 청담동 웨딩숍들에 속수무책 손님을 빼앗기고 있다. 손님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가구거리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동훈 서울시립대(도시행정학) 교수는 “지역 상권이 살아나려면 유동객이 있어야 하는데 아현동에서 이대까지 걸어 올라가는 길은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면서 “상권이 살아나기 쉽지 않은 코스”라고 지적했다.

“오래된 고가가 철거되면 해당 지역 환경이 개선될 순 있다. 하지만 고가 하나 사라졌다고 상권이 살아나길 기대하는 건 좀 무리가 있다. 상권이 살아나려면 무엇보다 손님을 그곳으로 끌어들일 만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

갈등도 빈번하다. 대표적인 게 노점이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아현초등학교부터 아현역까지 이어진 길가엔 포장마차와 노점이 즐비했다. 길게는 수십년씩 자리를 지키며 노점을 운영해온 상인도 있다.

하지만 “미관상 좋지 않다” “아이들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새로 입주한 아파트 주민들이 마포구청에 민원을 넣기 시작했다. 구청도 그들의 요구를 수용해 노점상들에게 ‘자진철거’ 명령을 내렸다. 그 과정에서 마찰이 있었고, 결국 마포구청은 2016년 8월, 행정대집행으로 포장마차를 강제 철거했다.

▲ 2014년 3월, 아현고가차도는 4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사진=뉴시스]
포장마차가 있던 아현초 앞은 현재 대형화분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아현역 3번 출구로 이어지는 길에 있던 노점은 대부분 문을 닫고 다른 지역으로 떠났거나 시장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채소를 팔고, 생선을 파는 노점상인들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 수가 적다. 마래푸의 한 주민은 “포장마차 있을 땐 취객들이 많아서 시끄럽고 위험했다”면서 “그게 없어지니까 좀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보다 비싼 돈 들여 아파트로 왔는데 집값 떨어질까 걱정돼 민원을 넣은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끊이지 않는 잡음

마래푸를 시작으로 아현동은 변화의 출발점에 섰다. 그 말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갈등이 더 많이 숨어 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30년, 40년씩 살던 곳이지만 높은 아파트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집주인이 떠났는데도 마땅한 거처를 찾지 못해 여전히 낡은 집에 남아 있는 세입자들도 있다.

아현시장 뒤쪽 골목엔 낡은 건물과 새 건물이 마치 한몸인 것처럼 붙어 있는가 하면,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고층 아파트와 허름한 목공소 간판이 마주하고 있기도 하다. 언제 허물어질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원주민들의 집들처럼, 그 사이를 오가는 공기도 위태롭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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