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걸리면 ‘대박’ 걸려도 솜방망이
안 걸리면 ‘대박’ 걸려도 솜방망이
  • 강서구 기자
  • 호수 248
  • 승인 2017.07.18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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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줄지 않는 이유

▲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행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주식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정부가 규제 대상을 ‘모든 정보 이용자’로 늘렸음에도 그렇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보 하나만 제대로 잡으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데다 설사 적발되더라도 솜방망이만 맞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 코스닥 상장사 대표 A씨는 2015년 호재를 맡았다. 유명 연예인이 대표로 있는 회사와 합병이 논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이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수했다. 합병 소식이 발표되면 주가가 오를 게 뻔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합병 발표이후 주가는 상승세를 달리기 시작했다. 2015년 초 700원대에 불과했던 주가가 합병 발표 이후 1300원대로 수직 상승했고 A씨는 이를 이용해 시세이익을 챙겼다.

# 국내 유명제약인 한미약품은 지난해 9월 장 마감 후 미국 기업과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이 소식은 투자자의 이목을 끌어모았다. 주가가 상승세를 탈만한 호재였기 때문이다. 이튿날 장이 열리자 투자자는 한미약품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장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기업과의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는 공시가 떴다.

주가는 전날 대비 10만4000원(18.06%)이나 폭락했고 많은 투자자는 고스란히 손해를 입었다. 그런데 ‘화禍’를 피한 이들도 있었다. 계약해지 사실을 인지한 한미약품 직원 A씨가 퍼뜨린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투자자들이었다. 이들은 무려 14명, 손해를 피한 금액은 20억원에 달했다.

“미공개 중요정보는 피할 수 없는 유혹이다. 몇몇 내부자만 알 수 있는 정보를 알게 된 투자자가 이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차버리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하는 건 절도행위에 가깝다. 자신이 취한 이득 탓에 누군가는 손실을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가 밝힌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의 문제점이다.

증가세로 돌아선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그럼에도 이런 유형의 정보를 활용해 이익을 보거나 손실을 피하는 불공정거래 행위가 줄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 이후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로 적발해 처리한 사건은 204건에 달했다. 처리사건 수도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53건을 처리했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처리사건 수는 2013년 40건, 2014년 37건, 2015년 34건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40건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거래소가 이상거래로 파악해 사정기관과 감독당국에 통보한 미공개 중요정보의 이용혐의 건수는 금감원이 처리한 사건의 두배에 이르는 88건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48건에 비해 83%(40건)나 증가한 수치다.

그 결과, 지난해 한국거래소가 통보한 불공정거래 중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이 차지한 비중은 49.7% 가장 많았다. 2012년 이후 최근 5년 간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해 취한 부당이익의 규모는 2115억원으로 사건당 평균 13억원을 기록했다.

규모별로는 5억원 미만 사건이 가장 많았지만 10억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취한 사건도 42건(100억원 이상 3건ㆍ10억원~100억원 미만 39건)에 달했다.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행위가 줄지 않는 이유는 뭘까. 답은 별다른 게 아니다. 무엇보다 지난해 기업 구조조정 이슈 등으로 합병하거나 청산한 기업이 많았다. 숱한 내부정보가 떠돌 만한 상황이었다는 거다.

조기대선을 앞두고 테마주가 기승을 부린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이 혼란한 상황에서는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하는 불공정거래 행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부정보를 활용하는 사람의 폭이 넓어진 것도 또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센터장은 “과거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주체가 대부분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기업과 직접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인물들이었다”면서 “하지만 2013년 CJ E&M 사건 이후 내부통제가 강화되면서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보 공유에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투자전문가보다 내부 사정을 더 잘 알고 있는 투자자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하다 적발된 인물을 분석해보면, 대주주ㆍ임직원 등의 수는 2012년 78명에서 지난해 43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상장기업과 계약을 체결하는 곳의 임직원, 다른 기업의 미공개 중요정보를 알게 된 개인 또는 기업 관계자 등을 의미하는 준내부자는 같은 기간 16명에서 36명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자의 경우 통제가 이뤄질 수 있지만 준내부자는 그렇지 않다”면서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자라고 생각하지 못 했던 준내부자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 미공게 중요정보 이용 행위를 줄이기 위해서는 징벌적 과징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문제는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했다가 적발되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친다는 점이다. 정부가 2015년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의 처벌 대상을 모든 정보이용자로 확대했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없었다. 2013년 CJ E&M 관련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으로 재판에 넘겨진 애널리스트 3명 중 1명만이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았고 나머지 2명은 무죄로 풀려났다. 앞서 언급했던 한미약품 사태에 연루된 임직원도 대부분 집행유예를 받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15년 증권범죄자 중 실형을 받는 비율은 30%가 채 되지 않았다”면서 “벌금만 내면 풀려날 수 있다는 인식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면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과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가 줄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이런 불공정거래 행위의 불법성을 밝히는 게 쉽지 않은 데 있다”고 밝혔다.

시장 교란해도 처벌은 솜방망이

전문가들이 미공개 중요정보의 이용을 막으려면 처벌 수위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보를 잘못 흘리면 처벌을 받는다는 경각심을 심어줘야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벌금과는 다른 ‘징벌적 과징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만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수위가 낮다”며 “징벌적 과징금 같은 실효성이 큰 벌칙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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