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특약 | 通通 테크라이프 ❷ 안내견-AI 콜라보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동반자다. 그들의 눈과 발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 개나 안내견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재능이 뛰어난 개 10마리 중 3마리만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한다. 그런데 최근 한 미국의 한 안내견 훈련 단체가 안내견 양성 비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비결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AI)의 활용이었다.

▲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눈과 발이 돼준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우리는 가끔씩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라는 글귀가 적힌 형광색 조끼를 입은 개를 마주한다. 이 개는 시각장애인의 눈과 발이다. 하루 일상을 함께 하며 길 안내와 위험물을 피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렇다고 아무 개나 안내견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안전도 책임져야 하는 만큼 테스트가 필요하다. 이들은 엄격한 훈련 과정을 거친다. 안내견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인내력과 집중력인데, 개의 본능을 생각하면 이 두 요소는 그 본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가령 안내견은 위급상황이 아니면 짖지 않도록 훈련 받는다. 함부로 짖을 경우 안내를 받는 시각장애인의 상황 판단을 방해할 수 있어서다. 또한 관심을 끄는 물체가 주변에 등장해도 시각장애인에게만 집중해야 한다. 안내견이 아무 생각 없이 시각장애인을 이끄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임무 수행 중의 안내견은 그야말로 총력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안내견 교육 과정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1954년 설립 이래 7300마리가 넘는 안내견을 육성한 비영리단체 ‘시각장애인 안내를 위한 눈(Guiding eyes for the blind)’의 교육 과정도 마찬가지다. 이 단체에 따르면 한내견 한 마리를 키우기 위해선 약 5600만원의 비용이 든다. 20개월이 넘게 걸리는 엄격한 훈련 프로그램도 필수다. 이런 훈련을 거쳤음에도 안내견의 자격을 갖추는 이른바 ‘졸업’ 비율은 30% 언저리에 불과하다. 10마리 중 3마리만 안내견이 될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이 단체는 안내견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관건은 졸업 비율. 일단 정보를 모으기로 했다. 개의 의료기록뿐만 아니라 유전자 지도를 수집했다. 안내견 트레이너와 위탁 가정에는 설문지를 돌렸다. 몇년간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다보니 엄청난 데이터가 쌓였다.

문제는 이 데이터를 꼼꼼하게 분석하기엔 너무도 방대한 규모였다는 점이다. 인간만이 느끼는 ‘역량의 벽’에 부닥치자 이 단체는 다른 방법을 떠올렸다. 최근 유행하는 인공지능(AI)이다. 그렇게 시각장애인 안내를 위한 눈은 IBM의 AI 솔루션 왓슨과 손을 잡았다.

안내견 훈련 프로그램과 AI, 어울리지 않는 이 둘의 만남이 가능했던 근간은 빅데이터다. AI도 빅데이터라는 ‘연료’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 단체는 수천마리의 개로부터 얻은 50만개가 넘는 송곳니 건강 기록과 6500개 이상의 기질 기록을 IBM 왓슨 솔루션으로 옮겼다.

그리고 왓슨은 두가지 기능을 활용해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을 효과적으로 짝지을 수 있는 패턴과 특징을 찾아냈다. 두 기능은 텍스트를 읽고 성격을 분석하는 ‘퍼스널리티 인사이트(Personality Insightsㆍ성격 진단)’, 자연어를 이해하고 어떤 종류의 텍스트인지 카테고리를 분류하는 ‘내추럴 랭귀지 언더스탠딩(Natural Language Understandingㆍ자연어 이해)’이다. 퍼스널리티 인사이트는 대화 중 사람의 목소리와 표정 변화를 감지하는 로봇으로 유명한 ‘나오미’에도 적용된 기술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비영리단체 ‘시각장애인 안내를 위한 눈’은 IBM 솔루션 덕분에 미국의 여러 단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들로부터 개 유전자 및 행동 데이터 분석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1월 코스타리카 산호세 주립대의 크리스 챙 교수를 초대해 개들의 DNA 및 행동 데이터를 맡긴 게 대표적이다. 이 단체는 왓슨 솔루션으로 졸업 비율을 최소 20%는 더 끌어올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안내를 위한 눈’을 이끄는 토마스 파넷 CEO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은 대개 우리 단체를 빅데이터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IT 관련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어떤 단체도 데이터 없이는 성장하기 어렵고,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우리가 수년간 개 관련 정보를 수집한 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분석해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IBM 왓슨 솔루션을 도입하고 나서야 우리는 의미 있는 결과를 얻게 됐다.” AI의 활용도는 이처럼 무궁무진하다. 캄캄한 시각장애인의 삶에 밝은 빛을 줄 정도로 말이다.
마지혜 한국 IBM 과장 blog.naver.com/ibm_korea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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