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재테크 시리즈② 우리도 공무원처럼 연금받자

▲ 평범한 투자자는 국민연금ㆍ퇴직연금 외에 개인연금을 최대한 불입해야 한다. 그게 최선이다.[사진=아이클릭아트]
누군가에게 들은 노년의 3대 바보 이야기다. 첫째, 남편이나 아내에게 재산을 모두 넘겨주고 용돈을 타쓰는 사람이다. 서로 믿고 맡기는 것은 좋지만 자칫 돈 때문에 갑과 을의 관계로 바뀔 수 있다.

둘째, 자식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고 말년에 병이 든 사람이다. 자식에게 준 돈을 되찾는 과정에서 온갖 불화가 싹터 결국 부자지간이 남남으로 바뀌기도 한다. 셋째, 돈을 애써 모아놓고 쓰지도 못하고 죽는 사람이다. 장의사에게 지불할 돈만 남겨두고 다 쓰고 세상을 떠나라는 조언도 있다.

퇴직 후 한국인 최초로 전세계 192개국으로 여행해 국가기록원으로부터 기록인증서를 받은 이해욱(80) 전 KT 사장. 그는 한국 직장인들이 꼽은 ‘은퇴생활의 롤모델 1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여전히 ‘젊은’ 그에게 비결을 물었다. 그는 웃으며 “연금과 아내 덕이 아니겠느냐”고 대답했다. 실제로 그는 세계 각국을 부인과 함께 다녔고, 적지 않은 경비는 그의 공무원연금에서 충당했다.

급여생활자의 지존至尊은 아무래도 공무원인 것 같다. 하급공무원 출신도 퇴직과 동시에 대체로 월 250만~300만원은 거뜬하게 손에 쥔다. 700만원을 넘게 받는 은퇴공무원도 있다. 퇴직공무원 중 생활고를 겪는 사람은 이런저런 이유로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은 사람들이다. 돈을 굴려보려고 하다 사기꾼에게 당하기도 하고, 자식들의 등쌀을 못 이겨 사업자금 대주다가 곤궁한 처지가 되기도 한다.

수백억 재산을 가진 부자들 중에는 제대로 돈을 쓰지 못하는 ‘부자 거지’들이 적지 않다. 하나같이 재산이 줄어드는 느낌이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자신의 물탱크(재산) 크기는 눈에 보이지 않고, 물이 새는 것(지출)만 보이는 게 인간의 한계인 것 같다. 반면 퇴직 공무원들은 매월 샘물에서 솟아오르는 연금으로 손자들 용돈 주고, 친구 밥 사고, 부부 해외여행 다니면서 풍요로운 노년인생을 즐긴다.

공무원연금을 부러워할 일만 아니다. 일반 국민이라도 노후 재무목표를 ‘퇴직 공무원처럼 연금 받자’로 정하면 어떨까. 필자는 우량주 직접 투자를 권한다. 매년 5~6% 이상 꼬박꼬박 배당을 해주는 ‘착한’ 우량기업이 적지 않다.

이런 회사에 사과나무를 심는 각오로 장기투자하면 어떨까 싶다. 주식투자는 수수료가 저렴하고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다. 어느 어르신은 매월 삼성전자 1주(약 250만원)씩 팔아 생활자금으로 쓴다고 한다. 매년 나오는 배당수익은 급여생활자의 보너스다.

많은 전문가들은 2018년부터 한국의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714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은퇴하면 부동산 급락을 예상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은행금리는 세금 떼면 1% 남짓인데 수익성 부동산의 수익률은 5~6%에 달하는 곳이 많으니 퇴직자들이 오히려 부동산에 몰리고 있다.

임대수익이 잘나오는 역세권 알짜 부동산이라면 연금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러나 주식이나 부동산은 경기흐름을 거꾸로 타거나 종목이나 위치 선정에 실패하면 큰 손실의 위험이 있다.

평범한 투자자라면 국민연금ㆍ퇴직연금 외에 개인연금을 최대한 불입하는 것이 최선이다. ‘국민~퇴직~개인’으로 이어지는 연금의 3층 보장은 은퇴설계의 기본이다. 국민연금은 부부가 각자 불입하면 좋다. 눈치 빠른 중산층 전업주부들이 국민연금에 임의가입을 많이 하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국민연금은 정부가 지급을 보장하고, 물가상승률에 연동해 사망시까지 돈이 나온다. 국민연금 고지서를 세금고지서로 여겼다가는 뒤늦게 땅을 칠 것이다.

젊었을 때부터 반드시 은행ㆍ증권ㆍ보험회사에서 파는 개인연금에 가입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경제활동이 활발할 때 벌어들이는 수입을 가장 안전하게 노후까지 이어갈 수 있는 상품이다. 또 장기투자에 적합한 상품이다. 복리효과를 갉아먹는 주범은 세금인데 개인연금은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어 장기투자에 유리하다. 장수시대에 이만한 금융상품을 찾기 어렵다. 다만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고, 금융회사에 내야 하는 수수료 부담이 적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길어진 노후의 삶은 일방통행의 외길이자 새롭게 맞아야 할 ‘또 다른 세상’이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는 말이 있다. 연금은 길고 긴 노후를 지켜줄 버팀목이자 핵우산이다.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서야 하고, 일단 가입한 연금은 ‘하늘이 두쪽 나도’ 해약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