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 여성의 재무설계

▲ 신용카드를 여러개 사용할 때에는 지출 금액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한정된 월급으로 결혼자금, 주택자금, 은퇴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계획적으로 알뜰하게 소비생활을 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재무목표를 가로막을 때도 있다.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면 제3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다. 문제점에 함몰된 당사자보다 쉽게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어서다.

직장인들이 1년 중 가장 기다리는 휴가철이 돌아왔다. 하지만 휴가철은 지출이 가장 많은 때이기도 하다. 특히 ‘7말 8초’라 불리는 성수기의 휴양지 물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기꺼이 지갑을 연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직장인의 평균 휴가 비용은 약 80만원,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평균 150만원을 쓸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휴가 기간엔 목돈이 들게 마련이니까 마음을 가라앉히고 재무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들뜬 마음에 돈을 펑펑 쓰고 돌아오면 후회할 게 뻔해서다. 문제는 이런 소비 패턴을 갖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분석한다. “구체적 재무목표가 없기 때문에 ‘기분파’처럼 과소비하게 되는 거다.” 재무목표가 뚜렷하다면 목표자금을 위해 계획적으로 소비한다는 얘기다. 지출이 많은 달에 대비해 지출이 적은 달에 목적자금을 마련해 두는 게 그 예다.

이를 잘 실천해온 김희선(가명ㆍ31)씨. 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그는 입사 6년만에 3000만원을 모았고, 내년에 결혼 비용으로 쓸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계획이 어긋났다. 모은 돈을 모두 아버지께 드린 김씨는 결혼을 미룰까 고민했다. 하지만 남편의 반대로 예정대로 결혼식을 진행하게 됐다. 대신 예식비, 신혼여행 경비를 줄였다. 또 신혼집을 월세로 구하기로 했다. 김씨는 “절약하며 계획적으로 소비하는 데도 재무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서 재무설계를 요청했다.

Q1 지출구조
 
먼저 김씨의 지출구조를 살펴봤다. 김씨의 소득은 세후 224만원이다. 자산은 정기적금(200만원), 자유적금(50만원) 등 250만원이다. 부채는 약관대출(100만원), 학자금대출(98만원)을 합해 198만원으로, 매달 대출이자 1만원을 납부하고 있다. 또 생활비(42만원), 교통비(9만원), 통신비(9만원), 부모님 용돈(20만원), 취미생활(20만원)로 101만원을 쓰고 있다.

금융상품 가입금액은 보장성보험(20만원), 적금(60만원), 상조비(3만원), 주택청약(10만원) 등 93만원이다. 한달에 총 194만원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셈이다. 이 계산이 맞다면 김씨의 통장에는 매달 30만원의 여유자금이 남아야 한다. 하지만 그의 통장 잔고는 ‘0원’이었다. 원인을 찾기에 앞서, 김씨에게 재무목표다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결혼자금, 주택마련, 노후준비”라고 답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선 어느 하나 달성하기 어렵다.

Q2 문제점
 
계획적으로 소비해온 김씨의 통장은 왜 텅 비었을까. 가장 큰 문제는 신용카드였다. 김씨는 한달 소비 지출을 최대 99만원으로 정해놓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개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다보니 얼마를 썼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또 카드마다 대금 청구 날짜가 모두 달라 꼼꼼하게 체크하지 못했다. 그사이 돈이 야금야금 새어 나가고 있었던 거다. 카드 내역서를 뽑아서 살펴보니, 초과금액 30만원이 대부분 커피숍, 마트, 쇼핑몰에서 쓰이고 있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김씨는 하루에 두번 이상은 커피숍에 들렀다. 한달이면 10만원을 훌쩍 넘는 금액이다. 또 퇴근길에 들르는 마트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예상보다 많은 금액을 쓰다 보니 늘 여유가 없었고, 재무목표에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불필요한 신용카드사용을 줄이고, 현금 흐름을 분석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Q3 개선점
 
먼저 가지고 있던 신용카드 중 혜택이 많은 하나만 남기고 없애기로 했다. 생활비는 40만원으로 줄이고, 체크카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기존 20만원의 보장성보험은 CI보험(10만원)ㆍ통합보험(3만원)으로 바꿨다. 또 뜻밖에 청구하지 않은 실손보험(30만원)을 발견해 지난달 카드대금으로 사용했다.

계획대로 생활하면 다음달부터 39만원의 여유자금이 생긴다. 이 자금으로 재무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다. 기존 금융 상품은 유지하고, 결혼자금 명목의 자유적금(60만원)을 69만원으로 늘렸다. CMA통장에 20만원씩 모아 비상예비자금을 마련했다. 개인연금(10만원)에 가입해 노후에 대비했다. 이렇게 김씨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재무목표에 대비했다. 
이송은 한국경제금융교육원 연구원 yieun2060@g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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