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스+옥상 전성시대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차 한잔. 테라스 카페와 옥상의 매력이다. 문제는 그간 테라스 카페와 옥상 대부분이 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 시설’이었다는 점. 특히 옥상은 ‘버려진 공유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법적 규제가 풀리면서 테라스와 옥상이 ‘백조’의 날개를 달았다.

▲ 테라스를 적용한 상가가 수요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뉴시스]

■테라스, 미운 오리새끼의 변신 = 최근 부동산 시장의 트렌드 중심에는 ‘테라스’가 있다. 아파트ㆍ타운하우스 등 주택시장에서 테라스를 접목한 상품들은 연일 완판 행진을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상가ㆍ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테라스 특화’를 내세운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의 테라스는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 실내 공간을 외부로 연장해 더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인도변이나 광장, 공원 등과 연계돼 있어 접근성이 좋아 고객 확보에도 유리하다.

더구나 테라스의 조망권은 탁 트인 개방감과 함께 쾌적성이 좋아 고객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테라스를 설치하면 건물 외관까지 독특하게 바뀌면서 거리를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를 잡기도 한다. 또한 부동산의 가치도 높여 주기 때문에 임대수익뿐만 니라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테라스 상가는 상권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주로 고급 업종이 입점하면서 상권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거리에서 테라스 상가를 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테라스 상가 대부분이 ‘불법 시설’이기 때문이다. 음식점에서 ‘옥외영업 행위’는 식품위생법상 불법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야외 영업 허가 지역을 지정할 수 있지만 소음 민원이나 안전을 이유로 이를 허가해주는 지자체는 많지 않다. 또한 도로에 설치한 파라솔, 테이블과 의자는 장애물로 간주돼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도로법 제75조에도 위반된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테라스=불법 시설물’이라는 낙인을 지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테라스의 영업 규제를 푸는 내용을 담은 ‘건축법 일부 개정안’이 6월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제 경관지구나 지구단위계획구역 중 미관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구역에는 테라스를 설치할 수 있다. 지자체가 상가 수요에 맞게 테라스를 적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업계에서는 테라스 상가가 활성화되면 상가 임대료를 비롯해 임차인이 가져가는 권리금 상승효과도 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테라스를 설치한 상가는 권리금이 인근 상가 대비 150% 정도 수준이다. 사용 가능한 서비스 면적이 늘어나는 만큼 분양하거나 매각하는 입장에서 선호도가 높아서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테라스 상가의 공급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희소성’이 떨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이슈로 테라스를 꺼리는 고객들도 많다.

■옥상, 버려진 공간의 변신 = 옥상 상가도 인기를 끌 공산이 크다. 원래 수익형 부동산의 로열층은 1층이다. 접근성이 뛰어나고 노출도 잘되기 때문이다. 반면 접근하기 어려운 옥상층은 수요자들이 꺼린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버려진 공간’이었던 옥상이 달라지고 있다. 홍대입구, 이태원 경리단길, 신사동 가로수길, 대학로 등 서울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옥상 음식점이 늘어났다.

옥상층 인기의 비결은 ‘루프톱’이다. 루프톱은 꽉 막힌 실내 공간에서 야경 등을 즐기는 스카이라운지와 달리 건물 옥상층 야외에서 음식이나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주로 고층을 내세운 호텔이 옥상을 활용해 ‘루프톱 바’를 설치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최근 외국처럼 야외에서 가볍게 파티를 하거나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층이 늘면서 일반 상가 건물에도 다양한 형태의 루프톱이 확산되는 추세다.

루프톱을 매장으로 이용하려는 임차인이 늘면서 임대료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을 정도다. 이태원 경리단길의 한 이면도로 상가는 꼭대기층 임대료가 1층보다 3.3㎡당 3만~5만원 정도 비싸다. 옥상과 붙은 꼭대기층이 아니라 아예 옥상 임대료가 1층보다 비싼 곳도 있다. 청담동 명품거리 인근 5층 건물의 옥상 임대료는 3.3㎡당 30만원 선인데, 같은 건물 1층은 3.3㎡당 27만원 수준이다. 접근성이 좋고 눈에 잘 띄는 1층 임대료가 가장 비싸고 2층 이상은 싼 ‘상가 임대료 공식’이 깨진 셈이다.

그럼에도 원래 옥상은 공용면적에 해당해 ‘영업활동’이 이뤄질 수 없다. 건축법에도 저촉된다. 신고 없이 고정식 지붕이나 기둥을 설치하는 것, 비닐이나 천막으로 지붕이나 벽을 옥상에 올리는 것은 건축법 14조(건축 신고)를 위반한 불법이기 때문이다. 건물 대부분이 준공 단계부터 용적률 한도를 채워 짓기 때문에 천막이나 가림막을 두고 공간을 더 늘려 영업하는 행위는 결국 어떤 행태이든 불법인 셈이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루프톱 운영은 불법이 아니다”는 유권 해석을 내리면서 루프톱 운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식품위생법 개정으로 식품접객업자는 지자체장이 정한 장소와 시설기준 등을 충족하면 영업장 신고면적 이외의 옥외(테라스ㆍ옥상 등)에서도 휴게음식점ㆍ일반음식점ㆍ제과점영업을 할 수 있다.

‘합법’의 길 열리나

지자체장이 건축법이나 도로법 등에 위반되거나 저촉되지 않으면서 소음ㆍ통행방해 등 주민불편을 야기하지 않는 범위라면 탄력적으로 옥외영업을 지정해 운영할 수 있다는 말이다. 공공질서를 지키면서도 영업규제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자체와 지속해서 협업하고 소통하겠다는 게 식약처의 공식 견해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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