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재테크 시리즈③ 변형자산의 시대

▲ 화가 '모드 루이스'가 성공한 배경엔 자신의 인생을 유연하게 바라본 현명함이 숨어 있다. 사진은 영화 '내 사랑'의 한 장면.[사진=더스쿠프 포토]

영화 ‘내 사랑’은 흔해빠진 사랑 타령이 아니다. 실존인물 모드 루이스(1903~1970년)라는 장애 여성이 불우한 삶을 딛고 예술가로서 성공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내 사랑’이라는 영화제목을 ‘내 인생은 나의 것’이나 ‘모드-위대한 삶’이라고 바꾸었으면 싶다.

캐나다 출신의 나이브 화가(정규교육을 받지 않고 자신의 미술세계를 이뤄낸 작가)인 그녀의 삶은 주체적이다. 먼저 숙모의 멸시와 학대에서 벗어나 혼자 살아가는 생선장수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가는 결단을 내린다. 성노예라는 이웃의 쑥덕거림을 극복하고 여자는 거칠고 무지한 남자의 인생을 조금씩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그녀는 평등한 인간관계와 가정을 선사하고, 대신 보호자인 남편으로부터 건강한 노동력을 제공받는다.

모드의 또 하나의 선택은 예술이다. 오랜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한 그녀는 창문을 통해 바라본 세상을 그림으로 바꾸면서 무료한 일상에서 탈출을 꿈꾼다. 당시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구입해서 백악관에 걸 정도로 화가로서 명성을 떨쳤다. 67세로 세상을 떠난 장애인 여성 모드 루이스는 자기주도적이고 목적이 이끄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지하게 속삭인다.

런던 경영대학원 MBA 수업 도중 한 교수가 학생들에게 질문했다. “당신이 100년 산다고 가정할 때, 소득의 약 10%를 저금하고, 최종 연봉의 50%를 가지고 은퇴할 수 있는 시점은 언제인가?” 학생들은 곧바로 계산을 했다. 답은 80대였다. 교실은 조용해졌다. 80대까지 지금과 같은 업무강도로 일해야 한다니…
런던 경영대학원 교수인 린다 그래튼과 앤드루 스콧이 함께 쓴 「100세 인생-저주가 아닌 선물」이라는 책에 나오는 얘기다. 장수시대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서구권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절반은 평균 예상수명이 105세다.

그러나 하늘은 어두운 잿빛이다. “재수 없으면 100살까지 산다”는 자조적인 말이 나도는 이유는 자명하다. 삶이 길어지면 노후자금이 바닥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어서도 일을 하거나 적은 연금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 두가지 중 마음에 드는 선택이 없으니 길어진 삶이 저주로 느껴진다. 물론 이런 시각은 생명을 선사한 신神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저자들은 대학 졸업 후 20~30년간 열심히 일하고, 은퇴 후 연금으로 소소하게 노년을 즐기는 모습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단언한다. 교육→일→퇴직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3단계의 삶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다. 마라톤 인생을 사는 동안 최소 2~3개 이상의 직업을 경험하게 된다. 앞으로 은퇴 혹은 정년이라는 개념은 없어지고, 70세 혹은 80세까지 일을 해야 한다. 지금 나이가 몇살이든 이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는 얘기다.

짧은 여행은 무작정 빈손으로 떠나도 된다. 그러나 장기여행을 하려면 준비물이 적지 않다. 유형자산(돈)뿐만 아니라 기술, 지식, 건강, 인간관계 등 다양한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커진다. 미래를 위한 투자와 여가시간의 균형을 맞추고, 새로운 가족구조에 맞게 삶을 준비해야 한다. 무형자산에는 생산적 자산(지식과 기술, 동료, 평판)과 활력자산(건강, 균형 잡힌 생활, 친구관계), 변형자산(자기 인식, 다양한 네트워크,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이 있다.

긴 세월 새로운 직업을 갖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다면 폭넓은 인간관계에 바탕을 둔 개인브랜드 구축이 평생의 밑천이다. 건강한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관리는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비타민이다. 특히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과 결단은 선택이 아니라 긴 여행의 필수과목이다. 영화 ‘내 사랑’의 주인공 모디는 자기 인식과 삶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바탕으로 변형자산을 극대화했다. 새로운 환경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는 돈 못지않은 자산이다. 무형자산은 유형자산과 별개가 아니다. 무형자산은 오랜 경제활동을 위한 열쇠이다. 그 자체가 목적인 동시에 유형자산인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다.

100세 인생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행복과 불행은 결국 총감독인 자기 자신에 달렸다. 주체적으로 제2, 제3의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 인생이라는 여행길에서 이제 공짜 점심은 없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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