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름 유산 답사기➊ 체스복싱

스티브 잡스가 잠든 세상을 깨운 첫번째 제품은 ‘아이폰’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제품인 MP3 플레이어 아이팟과 보이지 않는 서비스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를 결합한 아이팟이 21세기 사람들을 놀래켰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다름’이 빅히트의 원동력이었던 거다. 하지만 이런 ‘다름’은 누구든지 찾아낼 수 있다. 마치 체스와 복싱을 결합한 체스복싱처럼 ….

▲ 더하기 혹은 뺴기는 소비자에게 새로움을 줄 수 있다.[사진=뉴시스]
2008년으로 기억된다. 해외토픽을 읽던 필자는 다음과 같은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체스복싱의 우승자는 러시아에서 수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다. 그는 세계체스복싱협회(WCBO)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체스복싱? 지금까지 필자가 본 가장 독특한 경기 중 하나였다. 체스복싱은 말그대로 체스와 복싱을 번갈아 진행하는 신종경기다. 총 11라운드인데, 체스는 6라운드(4분), 복싱은 5라운드(3분)다. 상대방과 실컷 펀치를 교환하다가 쉴 틈도 없이 체스를 두는 방식이다. 선수가 체스를 둘 땐 관중의 훈수를 받지 못하게 헤드폰까지 착용한다.

이런 독특한 경기방식은 금세 조명을 받았다. “젊음과 지혜를 모두 갖춰야 챔피언에 오를 수 있다”는 좋은 평가가 잇따랐다. 문文과 무武를 겸비한 동량을 선발하기 위한 관문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베를린ㆍ런던ㆍ소피아 등엔 체스복싱 훈련장이 있다. 미국에선 ‘자녀 교육용 스포츠’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체스복싱을 창안한 이는 네덜란드의 예술가 이에페 루빙(Rubingh)이다. 그는 만화를 보다가 이런 독특한 경기의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뭔가를 다르게 보는 ‘눈’이 새로운 형식의 스포츠를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바로 여기에 있다. 체스와 복싱의 결합. 다시 말해 ‘이종異種 상품’이 다름의 원동력이었던 거다. 요즘 말로는 컨버전스 제품인데, 다름을 적용한 이런 상품은 글로벌 히트메이커다. 대표적인 예는 우리가 잘 아는 애플의 ‘아이팟’이다. 눈에 보이는 제품인 MP3 플레이어 아이팟과 보이지 않는 서비스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를 결합한 이 독특한 제품은 혁신의 화두를 던졌다. 

진공스팀청소기도 ‘이종상품의 결합’으로 ‘다름’을 선사한 좋은 예다. 기존 청소기에 ‘스팀 기능’을 결합해 히트를 쳤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최근엔 또다른 ‘이종상품’이 붙은 청소기가 눈길을 끌고 있다. 다름 아닌 물걸레 청소기다. ‘물걸레질이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이어졌다. 시대에 맞는 ‘다른 기능’이 부착된 이 청소기는 판매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다나와리서치에 따르면 올 1~4월 물걸레 청소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6% 늘었다. 

이처럼 ‘더하기’ 혹은 ‘빼기’는 소비자에게 다름을 선물하고, 그런 다름은 혁신의 원동력이다. 물론 이런 상품이 모두 빅히트를 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세간에 화제와 뉴스를 가져다 주는 건 확실하다. 체스복싱이 필자에게 흥미로움을 줬듯이 말이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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