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름 유산 답사기➋ 슈니발렌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게 있다. ‘대박을 치려면 완전히 새로워야 한다’는 거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공산이 더 크다. 푸드트럭의 대부로 불리는 로이 최는 푸드트럭의 창시자가 아니다. 콘셉트를 살짝 바꾸고 새로움을 덧붙인 게 대박으로 이어졌다. 고급 디저트로 인기몰이에 성공한 과자 ‘슈니발렌’도 그런 케이스다. 독일산인 이 과자는 사실 하드타입이 아니다.

▲ 혁신은 모든 걸 통째로 바꾸는 게 아니다. 살짝만 바꿔도 혁신이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 미국 뉴욕에는 지하철과 연계된 ‘세탁소’가 유명하다. 역 구내에 세탁물을 맡기고 찾는 별도의 장소가 마련돼 있다. 바쁜 일상의 뉴요커들이 세탁물 때문에 전전긍긍한다는 알아챈 눈치 빠른 장사꾼이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세탁소는 집 근처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살짝 바꾼 게 ‘다름의 성공학’으로 이어진 사례다. 

# 2016년 미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명단에 미국 푸드트럭의 대부로 알려진 한국계 미국인 로이 최(46세)을 포함시켰다. 그가 선정된 분야는 ‘요리개척자’였다. ‘타임’이 그를 선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가벼운 음식 제공 차량을 새롭게 바꿔 푸드트럭의 이미지를 향상시켰다. 둘째, 재능 있는 요리사들이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창업에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소셜미디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서울 태생으로 1972년 도미한 로이 최는 200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고기 트럭’을 끌고 다니며 ‘한국식 타코(김치ㆍ불고기에 멕시칸 음식 접목)’를 선보여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SNS를 이용해 영업 날짜와 시간, 장소를 미리 알리는 마케팅 기법으로 유명해졌다. 사실 그 전에도 미국엔 다양한 푸드트럭이 있었다. 하지만 로이 최는 방향을 살짝 바꾼 마케팅 전략으로 새로운 푸드트럭의 길을 만들었다. 

필자는 ‘살짝 바꿈’을 중시한다. 통째로 바꾸는 것도 혁신이지만 가벼운 아이디를 바꾸거나 콘셉트를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어서다. 필자가 ‘살짝 바꿈’의 대명사로 생각하는 건 또 있다. ‘강남 과자’ ‘고급 디저트’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슈니발렌이다.

이 과자가 단시간에 인기를 얻은 이유는 ‘망치로 깨서 먹는 과자’라는 콘셉트 덕분이다. 달콤한 걸 먹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욕구에 ‘깨서 먹는다’는 퍼포먼스를 덧붙인 게 대박으로 이어졌다. 슈니발렌은 독일 로텐부르크 지역의 전통과자인 ‘슈니발’을 변형해 만든 제품이다.영어로는 스노볼(Snow ball)이라고 불린다. 

그런데 독일산 슈니발은 망치로 깨먹는 과자가 아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특성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새롭게 재탄생한 셈이다. 특히 이런 콘셉트는 엄청난 수익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됐다. 과자의 특성이 ‘부드러움’에서 ‘하드’ 타입으로 바뀌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살짝만 바꿔도 ‘다름과 성공의 경제학’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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