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름 유산 답사기➍ 나의 이탈리안

“고객을 불편하게 하지 마라.” 유통업계의 요즘 트렌드다. 이세탄백화점은 이런 철학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 세상엔 정답이 없다. 고객을 불편하게 만들어도 승승장구를 거듭하는 곳도 있다. 사카모토씨가 운영하는 ‘나의 이탈리안’은 불편함을 특별함으로 만드는 전략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 세상을 관통하는 철학은 한개가 아니다. 다양한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사진=뉴시스]
# 사카모토씨는 작은 레스토랑의 사장이다. 2009년 외식업에 뛰어들기 전까지 중고책 전문체인점 ‘북오프(Book Off)’를 운영했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카모토씨를 설명하는 이유는 ‘다름의 철학’에 있다. 그의 경영철학은 고객을 신神처럼 모시는 일본 이세탄백화점과 다르다. 그에게 고객은 두번째로 챙겨야 할 대상이다. 첫번째는 직원이다. 왜 일까. 

# 일본엔 서서 먹는 음식점들이 많다. 다치쿠이立ち食い 소바점은 그중 하나다. 250엔(약 2950원), 500엔(약 5269원)으로 손님을 끌어들인다. 다치쿠이 소바점이 성공한 덴 높은 회전율이 한몫했다. 서서 먹다 보니, 손님이 음식을 주문해서 먹고 떠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분에 불과했던 거다. 때론 불편함이 특별함이 될 수 있다는 걸 다치쿠이 소바점은 잘 보여준다. 이 역시 ‘다름의 경제학’이다. 

일본의 한 주점. 종업원이 지나가는 손님에게 외친다. “한잔만 하고 가세요.”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 ‘출출하던 차에 잘 됐다’ 싶었던 직장인이 주점으로 쏙 들어간다. 가게 안에는 서서 먹고 마시는 손님들로 가득하다. 이 직장인도 그들 틈에 서서 불편함을 자처한다.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서서 먹고 마시는 음식점’의 풍경이다. 

사람들은 주점에 들어가면 자리부터 찾아 앉는다. ‘음식은 앉아서 먹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일종의 고정관념인데, 요즘 일본에선 이런 관념이 깨진 지 오래다. 모든 걸 서서 해결해야 하는 이곳에선 종업원들이 손님에게 이렇게 말한다. “한잔만 하고 가세요.” 그러면 손님은 딱 한잔만 마시고 간다. 

이런 불편한 주점이 인기를 끈 요인은 흥미롭다. 한푼이라도 절약하려는 소비자의 마음을 간파한 게 대박으로 이어졌다. 콘셉트가 흥미롭다 보니 이를 체험하려는 고객도 얇은 지갑을 열었다. 
 
 
자! 이제 다시 사카모토씨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사카모토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일본 긴자銀座에 있는데, 브랜드명은 ‘나의 이탈리안’이다. 우아하게 고기의 육즙을 음미해야 할 것 같은 이곳에 들른 고객들은 서서 음식을 먹는다. 

언급했듯 직원이 챙겨야할 대상 1순위인 사카모토씨는 고객에게 ‘불편함’을 판다. 그럼에도 이곳엔 손님이 북적이고, 데이트하는 연인도 많다. 멋들어진 인테리어를 해놓은 것도 아니고 좌석을 배치한 것도 아닌데도 그렇다. 그의 믿음을 들어보자. “전략과 철학이 다르면 알찬 열매를 맺을 공산이 큽니다. ‘뻔한 것’처럼 시장에서 안 먹히는 건 없거든요. 우리는 직원을 우대하고, 고객은 서서 먹도록 합니다. 이런 다름이 고객에겐 특별함을 주는 것 같습니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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