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주년에 부쳐

▲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노력하는 것이 삶을 가치있게 만든다.[사진=아이클릭아트]

무더위에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100년 전에 살다간 사나이들이 빙하 위에서 펼친 꿈과 도전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 가슴이 저절로 뭉클해진다. 

노르웨이인 로얄 아문센(1872~1928년)과 영국 해군중위 로버트 팰컨 스콧(1868~1912년)은 남극정복을 놓고 세기의 국가대항전을 벌였다. 아문센은 북극을 향하는 척 하다가 슬쩍 뱃머리를 남쪽으로 돌려 스콧의 뒤통수를 쳤다.

아문센은 썰매를 끌던 개까지 잡아먹는 ‘초실용주의’를 택한데 비해 ‘영국신사’인 스콧 원정대는 기진맥진한 조랑말을 돌보기 위해 악천후 속에서 행군을 멈췄다. 부하인 오츠는 동상에 걸린 발 때문에 일행이 지체된다는 것을 깨닫고 “밖에 좀 나갔다 올 텐데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소”라며 죽음을 택할 정도로 팀원들은 헌신과 명예를 중시했다.

1911년 12월 15일 오후 3시. 아문센은 마침내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착했다. 34일 후 스콧이 악전고투 끝에 남극점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이미 노르웨이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스콧은 패배한 줄 알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부하들에게 ‘새치기’를 한 아문센을 비난하지 말 것과 조국의 명예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하지만 지친 그들은 얼음 위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마지막까지 용기를 잃지 않았던 불굴의 정신은 구조대가 발견한 스콧의 일기장을 통해 알려졌다. “모든 꿈은 물거품이 됐다. 신이시여. 부디 뒤에 남은 사람들을 보살펴 주소서!” 세기의 위대한 경주는 아문센이 이겼으나 스콧 역시 역사 속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세상과 접한 지 5주년을 맞았다. 처음 호흡을 시작한 2012년을 되짚어보면 원인 없이 결과가 없다는 냉엄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이명박 정부 막바지였던 그해 눈길을 끈 뉴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 그리고 정권실세의 잇따른 구속과 검찰위상이 추락 등이었다. 북한 김정은의 3대 권력 세습과 미사일발사 성공 역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지금과 상황이 비슷하다. 그때 악성종양의 뿌리를 미리 잘라버렸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명박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불통과 오만으로 성을 쌓았다. 공公과 사私에 대한 개념조차 없이 국정을 운영했다. 입으로는 검찰개혁을 앞세웠지만,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이용하려는 유혹을 거절하지 못해 국정농단을 막지 못했다. 한반도의 대참사를 불러올지도 모를 북한 핵 위험 앞에 우왕좌왕하다가 5차 핵실험과 ICBM 단계까지 이르렀다.

분노한 촛불민심을 업고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을까. 의욕은 넘치는데 너무 서두르다 보니 아직까지는 기대난망이다. 경제는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고, 새 정부는 원전폐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과 증세 등 첨예한 갈등 해결에 노련하지 못하다. 북한 핵 문제 역시 별다른 대안 없이 미국과 중국 북한에 끌려 다니는 형국이다.

세계 최고의 암벽등반가로 불리는 토드 스키너는 산을 전체적으로 바라볼 때가 가장 두렵다고 한다. 산처럼 복잡하고 거대한 문제는 해결하기 쉬운 작은 암벽단위로 쪼개서 생각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방안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의 한계를 뛰어넘는 목표에 도달하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삶을 가치 있게 만든다고 말한다.

돌이켜보면 지난 5년간 위기가 아닌 해가 별로 없었다. 촛불집회로 대통령까지 갈아치울 정도로 급격한 정치ㆍ경제 과도기를 겪었지만 민주적인 절차로 새로운 정권을 탄생시켰다. 한국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저력이 있는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강국이다. 지금의 추락은 실패가 아니다. 등반의 과정일 뿐이다. 왜 쉽게 희망을 포기하는가. 내일 해는 또다시 뜨게 돼 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허위과장 보도와 기업에 대한 지나친 광고 협찬 강요로 언론에 대한 불신이 사회 곳곳에 팽배하다. 더스쿠프는 편법과 새치기를 하지 않고, 의연하게 남극정복의 길을 갔던 스콧처럼 과정이 떳떳한 정도언론을 지향하려 한다.

창간 5주년을 맞아 겸허한 자기반성과 함께 독자 여러분과 새로운 시대를 위한 희망을 노래하려 한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극복한 이야기로도 가득 차 있다.” 육체적 장애를 딛고 일어선 헬렌 켈러의 말이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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