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조선의 비극
세계유산, 조선의 비극
  •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 호수 250
  • 승인 2017.08.04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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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인 | 군함도

1945년 일제강점기,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이강옥(황정민)’과 그의 딸 ‘소희(김수안)’, 종로 일대를 주름잡았던 주먹 ‘최칠성(소지섭)’, 온갖 어려움을 겪은 ‘오말년(이정현)’ 등…. 각기 다른 사연을 갖고 있는 조선인들은 일본으로 향하는 배에 올라탄다.

▲ 영화‘군함도’의 장면들.[사진=더스쿠프 포토]

일본에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배에 올라 타지만 그들이 도착한 곳은 ‘지옥섬’ 군함도였다. 조선인을 강제 징용해 석탄을 캐게 했던 지옥의 섬. 해저 1000m 깊이의 갱도에서 배고픔과 가스 폭발의 위험을 감수하며 하루 12시간 이상의 노역을 감수해야 하는 곳이었다.

악단장 강옥은 일본인 관리의 비위를 맞춰가며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칠성과 말년도 각자의 방식으로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그러던 어느날 광복군 소속 OSS(미 전략정보국) 요원 박무영(송준기)이 독립운동 인사를 구출하기 위해 군함도에 잠입한다.

태평양 전쟁의 영향으로 일본 전역에 미국의 폭격이 시작된다. 일본은 패색이 짙어지자 군함도에서 저지른 만행을 덮기 위해 갱도를 폭파해 조선인을 말살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를 눈치챈 무영과 강옥, 칠성, 말년은 조선인 모두와 군함도를 빠져나가기로 결심하고, 지옥섬을 탈출하기 위해 목숨을 건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길이 480m, 폭 160m 축구장 두개 크기의 인공섬 군함도. 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항에서 남서쪽으로 약 18㎞ 떨어진 곳에 있는 섬이다. 섬의 원래 이름은 ‘하시마端島’지만 일본의 해상 군함을 닮아 군함도라 불린다. 섬 전체가 탄광으로 갱도는 해저 1000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섬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관통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국가총동원령으로 수많은 조선의 젊은이가 강제 징용을 당한 곳이기 때문이다.

허리조차 펼 수 없는 비좁은 탄광에 징용된 조선인은 제대로 된 밥조차 먹지 못한 채 하루 12시간 이상의 채굴작업에 동원됐다. 그 결과, 많은 조선인이 영양실조ㆍ탄광사고로 사망했고 일부는 탈출을 시도하다 익사하기도 했다. 군함도는 이런 역사적 비극을 숨긴 채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영화 ‘군함도’는 이런 아픈 역사에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져 탄생했다. 영화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군함도에 끌려오게 된 평범한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해 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아픈 역사를 전하고 있다. 끌려온 이유와 살아남는 방식은 달랐지만 군함도라는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만은 같았던 조선인의 탈출기는 인물 각자의 사연이 더해져 가슴 아픈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의 주요 배경인 군함도는 실제 군함도의 3분의 2를 재현해 리얼리티를 높였다. 여기에 황정민ㆍ소지섭ㆍ송중기ㆍ이정현 등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져 영화의 완성도를 더했다. 지옥섬 군함도를 벗어나 한순간이라도 인간답게 살고 싶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를 가져보길 추천한다.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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